1980년대와 1990년대 한국 게임계를 주름잡던 동네 오락실, 아케이드 업계는 지난 2006년 바다이야기 사건을 계기로 말 그대로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디아블로3 아이온 등 온라인게임이 성장하는 것과 극심하게 비교되는 상황. 힘겹게 명맥을 유지하던 아케이드 업계가 성인용은 물론 청소년게임 시장까지 고사위기에 몰렸다.
지난 12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광식)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 시행령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정상적인 범위를 벗어나는 잘못된 게임이용을 막겠다는 취지로 온라인 게임의 경우 사업상 목적으로 획득한 게임 아이템이나 게임머니를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고 아케이드(오락실용) 게임의 경우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을 장부에 표시하여 관리하거나, 그에 대한 증표를 교부해 줄 수 없도록 했다.
이에 아케이드 게임 단체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KAIA)가 들고 있어났다. KAIA 강광수 회장은 "문화부가 발표한 내용은 언뜻 보면 공정하게 규제가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그 내용을 조금 더 살펴보면 형평성이 결여된 내용임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하며 생존권을 보장을 요구했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사업상 목적 즉, 불법적인 이용이 아니라면 사실상 아이템거래를 허용하는 것으로 정상적인 게임이용자라면 누구나 게임이용으로 획득한 게임점수, 아이템 등을 거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아케이드 게임은 정상적인 게임이용자라 할지라도 게임으로 획득한 게임점수, 아이템 등의 거래는 물론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가 지금까지 등급분류 해주지 않아서 남은 점수를 보관조차 할 수 없었던 것을 게임장에서 임시방편으로 손님의 남은 게임점수를 손으로 적어주고 다음에 다시 이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점수 보관증을 발급했던 것 까지도 못하게 막고 있다.
사실 극히 일부에서 게임을 끝내려는 손님과 시작하려는 손님들 사이에서 점수보관증을 서로 사고파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지만 손님간 이뤄지는 거래는 그 금액도 적고 사업상 목적도 아니어서 온라인 아이템 거래처럼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게임장에서 발급해준 점수 보관증은 대부분 3만원 내외로 그 금액이 적기 때문에 95% 이상 거의 대부분 본래 목적에 맞게 다시 게임으로 이용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발급된 점수보관증의 극히 일부에서 손님들끼리 서로 사고 팔았던 것이지만 과거 상품권으로 큰 홍역을 앓았던 문화부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영업방식에 대해 문화부는 손님이 게임으로 획득한 점수는 환전에 이용될 수 있으므로 업소에서 그 점수를 보관해주어서는 안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상황.
점수보관증에 대해 법원은 손님이 획득한 게임점수는 손님의 고유 재산이므로 다음에 다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고 결국 이를 바로잡고자 시행령에 별표2 제7항을 신설하여 게임물 관련사업자 준수사항에 점수보관 금지내용을 추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시행령 발표로 당장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사람들은 청소년이용불가(성인용) 게임물을 제공하는 게임장 업주들이다.
이번 시행령 발표소식을 들은 게임장 업주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찾아가 매일 항의하는 한편 게임콘텐츠과 담당 공무원들에게 이대로가면 한달 뒤에는 자신들이 꼼짝없이 망하게 되었으니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자신들은 법에서 정한 규정대로 게임내용이 모두 기록, 관리되는 운영정보표시장치(게임기의 블랙박스 기능)를 부착한 게임기를 구입하여 손님들은 게임점수 이외 아무것도 획득할 수 없고 1시간 최대 1만원(평균 약 3천원) 이하의 이용요금을 사용하는 게임만을 제공하는 업주들로써 언론 등에 나오는 불법사행성 게임장과는 거리가 멀다는 주장이다.
지금 합법적으로 영업중인 성인게임장은 약 3~4시간 동안 평균 약 1만원 가량을 쓰는 것으로 그런 적은 비용으로 커피 등을 마시며 남는 여가시간을 보내는 장소로 적합할 뿐 아니라 적절한 놀이가 없었던 성인들이 음주, 매춘, 도박 등에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하면서 과거 거액이 투입되고 거의 무제한으로 상품권 배출되었던 바다이야기 게임기와는 사행성 비교 대상 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시간당 5~10만원 가량 투입하여 5천원에 해당하는 은책갈피나 아이템카드를 배출하도록 게임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전체이용가로 등급분류 받아 그 당첨방식만 약간 바꾸어 영업하는 소위 불법 개∙변조 바다이야기 게임장이 있지만 그런 고수익이 보장되는 영업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배출하지 않고 1시간에 1만원 이하만 이용하는 성인 게임장 영업을 하는 이유는 바로 적게 벌더라고 마음 편하게 합법영업을 하기 위해서였다고 항의에 참여한 업주들은 밝혔다.
하지만 지금 우리 주변에 시간당 10만원씩 들어가는 불법영업을 버젓이 영업하도록 그대로 두고 거꾸로 1시간에 1만원도 안 되는 합법영업 게임장은 모두 문닫게 될 처지가 되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KAIA 강광수 회장은 "지난 수년 동안 불법영업이 불 보듯 뻔한 전체이용가 게임물의 등급분류 기준을 강화해 불법영업을 막아달라 요구했지만 지금까지 이런 요청을 무시하고 등급분류를 계속해줘 제2의 불법 바다이야기, 빠칭코 게임이 온 거리에 난무하게 사행성 문제를 만든 장본인은 바로 우리가 아닌 게임물등급위원회"라고 주장했다.
아무런 경품도 획득할 수 없는 성인게임장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게임을 하다가 남은 점수는 다음에 이용할 수 있도록 게임장이 손님에게 편의를 제공했기 때문이었는데 이제 시행령에 남은 점수를 장부에 기록할 수도 그 증표를 내줄 수도 없게 되어 결국 게임이용자는 게임의 결과로 얻은 점수를 모두 다 지우고 가야 한다.
온라인 게임으로 비교하자면 오늘 사냥을 통해 획득한 레벨업과 아이템을 모두 지우고 내일 레벨1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것과 같다.
그럼 누가 그 게임을 계속 하겠는가? 당초 시행령에는 게임장에서 발급한 보관증이 환전되는 것을 방지하고 사용자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 "일반게임제공업자∙청소년게임제공업자∙복합유통게임제공업자는 게임물의 이용을 통해 획득한 결과물(점수 및 이와 유사한 것을 말한다)를 보관하거나 다른 물품으로 교환하여 주어서는 아니 된다. 단, 등급분류시 부착된 전자적 처리장치에 의해 점수를 기록하는 경우에는 그 게임이용의 결과물을 보관할 수 있다."라고 했던 것인데 시행령 발표 직전에 전자적 처리장치를 통해 남은 점수를 보관할 수 있다는 내용이 빠지면서 결국 남은 게임점수를 다음에 이어서 할 수 없게 되었고 아케이드 게임업계 전체는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시행령 발표 이후 개별적으로 문화부에 항의 방문했던 아케이드 게임장 업주들이 모이면서 발 빠르게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하는 한편 이번 발표된 시행령의 유예기간 1개월이 끝나면 결국 불법영업을 하거나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고 그 전에 영업중단 상황까지 오지 않게 해달라고 문화부에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번 비대위에 참여한 관계자에 의하여 대부분 전 재산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그 심각성을 인식한 게임장 업주들이 현재 100여명 이상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며, 확실한 생존권 보장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소송제기 및 집단시위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이러한 업주들의 항의방문에 대해 문화부 한 관계자는 이번 발표한 시행령 별표2는 게임법 제17조와 관련된 게임물 관련사업자 준수사항 내용으로 등급분류 시 부착된 전자적 처리장치에 대해 점수보관을 허용한다는 것은 등급분류에 관련된 내용으로 법리상 맞지 않아 부득이 삭제했지만 점수보관 자체를 막겠다는 취지는 아니었다고 하면서 보관된 게임점수가 불법환전에 악용되지 않도록 조속히 보완방안을 마련하여 등급분류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번 시행령으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하였다고 전해졌다.
이런 문화부의 적극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반신반의하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열악한 아케이드 게임산업 현실에 대해 관심조차 없던 게임위가 이번 일에 대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인가 때문인데 실제로 문화부가 업주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 조차 게임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발효전인 향후 1개월 내로 방안을 마련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고 한다.
KAIA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게임위는 전자적 처리장치를 등급분류 하기 위한 준비기간은 약 6개월로 예상하고 있다고 하면서 지금까지 해오던 등급분류처럼 4~6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면 결국 모든 성인 게임장은 1년 가량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처했다고 강광수 회장은 주장했다.
이에 아케이드 게임 제작사는 문화부, 게임위 그리고 제작사가 긴밀하게 조율하고 방안을 만들면 앞으로 1~2개월 이내 얼마든지 대책마련이 가능하다며 그렇게 되면 게임장이 폐업하는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는데 과연 게임위가 게임업계 살리기에 협조할 것인가에는 부정적 의견을 나타냈다.
지난 6월 12일 오후 문화부에 항의하러 몰려든 게임장 업주들에게 문화부 관계자는 "게임위와 협의하여 등급분류 받을 수 있도록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겠다"라고 했고, 게임위 관계자는 "저희 사무국은 권한이 없습니다. 등급분류 위원님들께 보고하면 그분들이 점수보관 허용여부를 결정하실 것입니다"라고 사태 수습에 대해 말했다.
하지만 다음날인 13일 오후 열린 등급분류회의서는 시행령 관련 점수보관 방안에 대한 내용은 논의조차 없었다. 그 사실을 듣고서 왜 그 중요한 안건을 올리지 않았냐는 질문에 게임위는 "아직까지 문화부의 공식 요청이 없었습니다."라고 하면서 넘겨버렸다.
벼랑끝에 몰린 아케이드 업계. 이제 결국 게임장은 한달 후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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