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의 대결.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야신'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과 '올림픽 금메달 신화' 김경문(54) NC 다이노스 감독이 1년 만에 퓨처스리그로 무대를 옮겨 뜨거운 벤치 싸움을 벌였다. 지난해 6월12일 각각 SK와 두산 감독으로 잠실구장에서 맞대결을 펼친 후 거의 1년 만에 이제는 고양 원더스와 NC 다이노스의 수장이 되어 1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또 다시 승부를 벌였다. 아무리 퓨처스 교류경기일지라도 양보는 없었다. 지난해 마지막 대결에서 0-6으로 패했던 김경문 감독이 이날은 김성근 감독에 6-2 승리로 되갚았다. 2000년대 후반의 뜨거운 승부 그대로였다.
▲ 1회부터 희생번트, 1회부터 투수교체

선제 공격은 김성근 감독의 고양 원더스였다. 1회 1번타자 김영관이 3루 쪽 내야안타를 치고 나가자 김성근 감독은 2번 김정록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김정록이 3구 만에 투수 쪽으로 번트를 댔고 NC 투수 원종현이 1루 악송구를 범하는 바람에 무사 1·2루 득점권 찬스를 잡았다. 1회부터 희생번트로 상대를 압박했고 상대의 실책을 유발하는데 성공했다.
안신태의 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 찬스에서 안태영의 2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올린 원더스. 김성근 감독은 여기서 5번타자 포수 이승재에게 다시 한 번 희생번트 사인을 냈다. 이승재가 1·2구 모두 번트 파울을 범한 뒤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초반 기선 제압을 향한 김성근 감독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자 NC 김경문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안타 2개와 볼넷 1개 그리고 악송구로 흔들리던 선발 원종현을 1사 1·2루에서 곧바로 교체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퓨처스리그 46경기에서 김경문 감독이 선발투수를 1회에 내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김경문 감독도 초반 기선제압을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확실하게 보였다. 긴급 투입된 황덕균이 추가 실점을 막고 급한 불을 끄며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 포기하지 않은 김성근, 맞불 놓은 김경문
김성근 감독의 원더스는 독립야구단이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프로팀들을 상대로 6승9패1무로 선전했다. 특히 최근 6경기에서 3승2패1무로 경기력이 점차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에서도 원더스는 5회 2사까지는 NC와 2-2로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의외의 변수에 발목이 잡혔다. 5회 1사 후 투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를 처리한 외국인 선발 라이언 럼스덴이 타구에 손을 맞은 것이다.
럼스덴이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원더스에도 비상이 걸렸다. 김성근 감독은 곧바로 좌완 이한별을 투입했지만 첫 타자 이상호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고 말았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은 다시 이한별을 내리고 좌완 이희성을 투입시켰다. 넥센 출신 이희성은 10경기에서 2승1세이브 평균자책점 2.92로 호투한 원더스의 불펜 에이스. 그러나 이희성도 나성범-조평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이희성이 6회에도 김동건에게 안타를 맞고 1사 2루 위기를 초래하자 김성근 감독은 일본인 투수 고바야시 료칸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김성근 감독은 이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꺼내들었다. 그러나 고바야시가 어이없는 2루 견제 악송구를 범했고, 그 사이 김동건이 홈까지 파고들며 쐐기점을 내주고 말았다.
NC는 여세를 몰아 7회 나성범이 쐐기 투런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7회 우타자 타석에 우완 임현국으로 교체하더니 8회 좌타자 타석에 좌완 김경택에 이어 우타자 타석에 우완 강정민을 올리며 정석적인 투수교체를 가져갔다. 굵은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투수교체를 통해 여러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이날 김성근 감독은 총 7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NC 김경문 감독도 8회 좌완 김경택이 올라오자 좌타자 신창명 대신 우타자 박헌욱을 투입시켰고 곧바로 투수가 강정민으로 바뀌자 대타 김태우를 기용하며 맞불을 놓았다. 박헌욱이 삼진을 당했지만 김태우는 우전 안타를 터뜨렸다. 이날 NC도 총 5명의 투수를 투입했다. 양 팀 합쳐 12명. 김성근 감독과 김경문 감독은 마치 1군 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지략 대결로 혈전을 벌였다. 결과는 김경문 감독의 NC가 6-2 승리. 하지만 승패를 떠나 두 명감독의 치열한 승부를 통해 퓨처스리그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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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