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세 156km 괴력' 오승환, "나이 얘기할 때 아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6.18 08: 59

괴력이다. 만 서른살의 투수가 156km 광속구를 던졌다. 삼성 '끝판대장' 오승환(30)이 펼친 또 하나의 괴력쇼였다. 
오승환은 지난 16일 잠실 두산전에서 8-6으로 추격당한 8회말 2사1·3루에서 긴급투입됐다. 그는 최주환을 상대로 150km대 빠른 직구 3개를 던져 3루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웠다. 최주환은 "볼끝의 힘이 정말 대단했다. 높게 들어와서 적극적으로 나갔는데 배트가 밀렸다. 공의 힘이나 회전력이 확실하게 다르다"며 혀를 내둘렀다. 
9회 오승환은 더욱 위력적이었다. 양의지에게 초구 볼을 던진 뒤 154km 직구 3개를 연달아 던져 헛스윙 삼진 처리했다. 이어 김현수에 154km 직구로 좌익수 뜬공. 이성열에게도 직구 5개를 던졌는데 153km-156km-155km-153km-155km가 나왔다. 이성열의 헛스윙을 유도한 2구째 156km는 그의 개인 최고 구속이었다. 마지막 타자 김재환에게도 4·5구 154km-152km 강속구를 던져 좌익수 뜬공으로 요리하며 시즌 12세이브째를 따냈다. 강속구의 힘이었다. 

▲ 강속구, 더 강하고 빨라졌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오승환은 지인들로부터 축하문자를 많이 받았다. 세이브를 따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156km 강속구에 모두가 놀라워 했다. 오승환 본인도 "원래 154km가 가장 빨랐는데 156km는 이번이 처음이다. 투수에게 볼 스피드가 빠른 건 기분 좋은 일 아닌가.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며 156km를 던진 것에 놀람과 만족을 함께 나타냈다. 
올해 오승환의 볼 스피드는 47세이브를 거둔 지난해를 능가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기록 업체 스포츠투아이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47.3km였던 오승환의 직구 평균 구속은 올해는 149.0km로 빨라졌다. 직구 비율도 76.8%에서 83.5%로 늘어났다. 타자들은 여전히 알고도 오승환의 직구를 치지 못한다. 그의 올해 직구 평균 종속은 137.9km로 리그 평균(129.1km)을 웃돈다. 변함없이 빠르고 묵직한 것이다. 더 대단한 건 그 빠른 공을 원하는 곳으로 제구한다는데 있다. 20이닝 동안 볼넷이 4개로 9이닝 평균 1.8개에 불과하다. 
오승환은 "경기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포수 사인대로 변화구보다 직구를 많이 정확하게 던지려하고 있다"며 "올해 볼 스피드가 더 빨라진 이유는 나도 정확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보강운동량을 늘리고 열심히 하다 보니 스피드도 늘어난 것 같다"고 스스로를 분석했다. 만 서른살 투수가 평균 150km 가까운 강속구를 뿌릴 수 있는 이유였다. 
하지만 오승환은 나이 이야기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내 나이가 얼마 안 되지 않나. 아직 나이 이야기 할 때는 아니다"며 "우리나라도 이제는 나이에 대한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미국이나 일본에서 서른이면 많은 나이가 아니다. 마흔살 넘어서도 잘 하는 선수들이 많다. 요즘은 먹는 것부터 훈련이나 기술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말로 서른살이 절대 많은 나이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에게는 오히려 이제 반환점을 향하는 느낌이다. 
▲ 최다 세이브, 빨리 하고 싶다
하지만 오승환의 기록은 벌써 레전드급이다. 지난 2005년 데뷔한 그는 올해까지 364경기에서 224세이브를 따냈다. 프로야구 역대 통산 세이브 2위로 1위 김용수(전 LG)가 보유하고 있는 최다 227세이브에 단 3개차로 다가섰다. 한국프로야구 최다 세이브의 주인공이 바뀔 날이 머지 않은 것이다. 오승환은 "최다 세이브를 빨리 하고 싶다"는 욕심을 비쳤다. 개인적인 욕심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세이브는 곧 삼성의 승리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최다 세이브 기록에 대한 설렘이나 부담은 없다. 이제 3개 남았는데 빨리 했으면 좋겠다. 기록을 빨리 할수록 팀이 많이 이긴다는 의미 아니겠나. 기록에 대한 부담이나 욕심보다는 팀이 치고 나가야 하는 시점이다. 굳이 세이브를 하지 않더라도 내가 나가서 팀이 이긴다면 상관 없다"며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최근 오승환은 8회에도 자주 나오고 있다. 꼭 세이브 상황 뿐만 아니라 팀이 뒤지거나 동점 상황에도 호출을 받고 있다. 그만큼 6위로 처져있는 삼성의 팀 사정이 여의치 않다. 하지만 오승환은 "지금은 1이닝 넘게 던져도 전혀 문제될 게 없다. 볼 개수도 적고, 지금까지 연투도 많이 하지 않았다. 2~3일 던지며 볼개수가 많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언제든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오승환은 "올해는 어느 때보다 1경기 1경기가 중요하다. 자고 일어나면 순위가 바뀌어있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 모든 투수들이 상대 타자들을 연구하며 집중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무너져서는 안 된다"고 스파이크 끈을 바짝 조여맸다. 오승환에게는 최다 세이브 기록보다 처져있는 팀 순위를 끌어올리는 게 급선무였다. 그는 "마무리 투수의 세이브는 팀이 잘 해야 가능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waw@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