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하랑 “쥬얼리 인기 덕에 드라마 제의도 많았죠”[인터뷰]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6.21 15: 01

걸그룹 쥬얼리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연기자로 발돋움했던 2006년, 조하랑은 소위 ‘잘 나가는’ 아이돌스타였다.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쥬얼리 전 멤버’라는 타이틀이 따라 붙는 걸 보면 쥬얼리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그의 인기를 가히 짐작할 만도 하다.
조하랑은 걸그룹 쥬얼리의 품에서 벗어나 소극장 연극부터 시작해 배우로서 차근히 기본을 다져온 준비된 배우다. 그가 연기자로 홀로서기를 했던 지난 2006년 조하랑은 최고 걸그룹 출신 멤버로서 인기를 등에 업고 단박에 미니시리즈 주인공을 노릴 법도 했지만, 그는 역으로 걸그룹 타이틀을 벗기 위해 노력했다. 배우로서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조민아에서 조하랑으로 이름도 바꿨다. 진짜 배우가 되고 싶어 애써 쌓아올린 인지도까지 포기한 채 개명까지 불사하는 배우가 어디 흔한가.
“쥬얼리 재계약을 안 하고 나서 혼자가 됐을 때 연극을 먼저 시작했어요. 바로 TV 드라마를 할 수도 있었죠. 당시 인기가 많을 때 재계약을 안했기 때문에 제의도 상당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드라마는 선뜻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전 뭐든 제가 좋아해야 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당시 공연을 참 많이 보러 다녔는데 무대와 객석이 가깝다는 점이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두 시간 반 동안 어떤 소재를 통해 관객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구요.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뮤지컬이나 연극 등의 무대장르를 꼭 할 것 같아요.”

 
 그가 지금까지 오디션을 보지 않고 참여한 작품은 하나도 없다. 소극장 뮤지컬부터 ‘사랑은 비를 타고’, ‘달고나’, ‘온에어1’, ‘김종욱 찾기’, ‘렌트’, ‘온에어3’에 이르는 굵직한 작품들까지 욕심나는 역할을 직접 골랐고 모두 치열한 오디션을 거친 끝에 캐스팅 됐다.
“제가 10년 전 쯤 처음으로 대학로 무대에 섰을 때는 연극이 찾아가서 보는 장르였고, 대중화되지 않은 장르였어요. 하지만 제가 느끼는 소극장의 매력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도전했죠. 도전을 통해 당당해지고 싶었어요. 연극과 뮤지컬 등 여러 장르를 소화해 배우로서 스스로를 믿을 수 있을 때, 그 자존감에서 나오는 당당함이 진짜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무대에 서며 부딪치고 깨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제게 꼭 필요했던 것 같아요.”
그가 꼽는 소극장 공연의 장점은 피드백이 빠르게 이뤄진다는 점이다. 매일 똑같은 연기를 계속하다보면 어제 한 연기나 제스처가 오늘 그대로 나올 수가 있는데 관객이 매일 달라지니까 호흡이나 에너지가 달라진다는 것. 뿐만 아니라 관객과 아이 컨텍을 하면 관객이 어떻게 느끼는지도 알 수 있다며 커다란 눈을 더욱 동그랗게 떠 보였다.
“관객 분들 중에는 제 뮤지컬이 생애 처음인 분도 있을 거고, 제 공연이 생애 마지막인 분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매번 최선을 다했어요. 소극장에서는 거짓말을 못해요. 제가 실수해서 움찔하면 관객이 곧바로 느끼거든요. 편집도 없죠. 매일 공연을 마친 뒤 장, 단점을 기록하는 일기를 쓰고, 다음날 공연 전에 지난 날 쓴 일기들을 봤어요. 매일 마다 단점을 까먹지 않게 되새기고 공연했죠. 아직도 소극장의 끈은 못 놓겠어요. 너무 매력적이에요.”
 
매일 일기를 쓰며 공연을 준비했던 그의 성실함은 대학 생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늦은 나이에 동국대학교 예술학부에 재입학해 학구열을 제대로 불태웠던 그는 올 A+성적으로 학부 수석을 차지하기도 해 화제를 모았다.
“동국대에 들어가서는 연기만 공부한 게 아니에요. 경영학과 수업도 들었고,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타과 수업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학생의 신분으로 학교에 왔으면 최대한 배우자는 생각이었어요. 동국대에 입학한 이유는 연기에의 갈망에 있다기보다는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컸던 것 같아요.”
조하랑은 배움에 대한 갈망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의 대학 생활은 연기에 대한 열정이 만든 결과물이기도 했다. 그는 학생 신분이 됐을 때는 여대생 역할을 맡은 배우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한다며 숨길 수 없는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역할 놀이를 좋아해요. 이를테면 학생으로 학교에 갔을 때는 드라마에서 학생 역을 맡았다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는 거에요. 학교 정문을 통과하는 순간 드라마 속에 나오는 학생으로 분하는 거죠. 늦은 나이에 입학해서 동기 학생들이 다 이모라고 불렀는데 그런 굴욕을 감내하면서도 역할놀이에 충실했어요.(웃음) 삶이 연기고, 다 드라마라 생각하는 거죠. 어머니께 이런 말씀을 드렸더니 병원 가라고 하시더라구요.(웃음)”
그는 취미나 여가생활도 게을리하지 않는 배우로 유명하다. 연기활동과 학업을 병행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을 텐데도 올해 들어 자격증만 5개를 취득하며 뼛속까지(?) 성실한 배우임을 증명했다. 그는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요가지도자 3급, 2급, 1급 자격증을 차례로 땄으며, 지난 5월 27일에는 재활마사지 1급, 육아성장마사지 2급 자격증까지 추가했다.
“배우를 평생직으로 생각하니 오히려 여러 가지를 하게 되더라구요. 배우로 빨리 뜨고 싶다거나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이 크지 않아요. 20년 가까이 이 분야에 있다 보니 조급함이 없어졌어요. 물론 잘 되고 싶은 마음이 있긴 하지만 평생 할 거니 서두르지 말자는 주의에요. 요가나 자격증 등 취미활동이나 여가활동을 충분히 가지려 하는 것도 이 이유에서죠. 일할 때의 나와 평소의 나와 구분시켜주는 무언가가 있어야 삶도 윤택해 지는 것 같아요. 재밌게 살려고 하고 멀리 보려고 해요.”
 
그는 곧 JTBC 새 드라마 ‘친애하는 당신에게’에서 패션지 에디터 피쳐팀 막내기자 문제니 역을 맡아 안방극장에 복귀한다. 문제니는 밝고 귀엽고 말 많은 캐릭터다. 존재만으로도 주위가 밝아지는 사람. 항상 유쾌하고 재밌으며, 말이 많아서 항상 소문의 중심지에서 가십을 선도하는 파급력(?)도 지니고 있는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밝고 유쾌한 캐릭터들은 드라마마다 한 명씩 꼭 있잖아요. 그래서 오히려 저는 많이 버렸어요. 제니를 연기할 때는 단순함에서 출발해요. 일상생활에서도 보면 뭔가 유쾌하고 색다른 분위기를 가진 사람들은 좀 단순한 면이 있잖아요. 그냥 아이의 순수함을 가지고 연기하려고 해요. 아이는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감정표현이 분명하잖아요. 누가 어떻게 생각하든 느끼는 대로 얘기하고 뭐든 얘기할 수 있는, 조하랑의 제니니까 이럴 수 있겠다 하는 특별한 캐릭터가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수는 있겠지만.(웃음)”
그는 드라마 속 기존 역할들을 벤치마킹하는 대신 만화책이나 잡지를 보며 상상력을 키웠다. 만화책에는 TV 드라마에 나오는 캐릭터들 외에도 기상천외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해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기 때문. 그는 특정 드라마 속 누구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조하랑의 문제니’였으면 좋겠다며 당당히 소신을 드러냈다.
“드라마를 통해 사랑스럽다는 반응을 얻고 싶어요. 주위 지인들 밖에 모르는 제 성격에 기반한 캐릭터를 만났거든요. 지금껏 배우로서 이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어요. 모든 연기는 배우의 한 부분에서 출발해서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시청자 분들이 드라마를 보시고 ‘조하랑에게 저런 모습이 있었어? 재밌다, 사랑스럽다, 귀엽다’ 해주시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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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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