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광수 감독은 신인을 알아보는 촉(?)이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영화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 '의뢰인' 등을 제작한 청년필름의 대표로 있는 김조광수 감독은 그가 직접 연출을 맡거나 제작에 참여하는 영화를 통해 신인배우를 발굴하고, 결국 그들은 유명한 스타가 됐다.
그가 발굴한 스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굉장히 화려하다. 김조광수 감독이 제작한 영화 '후회하지 않아'에서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배우 김남길, 역시 김조광수 감독이 제작한 영화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의 배우 유아인, 그리고 김조광수 감독이 직접 각본과 연출을 맡은 영화 '친구 사이?'의 배우 이제훈까지.
그런 그가 자신의 두번째 연출작, '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이하 '두결한장')'에서 낙점한 배우는 신인은 아니다. 어느덧 연기 경력 12년차의 베테랑 배우다. 바로 배우 김동윤. 경력에 비해 아직까진 유명세를 타고 있지는 못하지만 김조광수 감독은 그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아본걸까. 김남길-유아인-이제훈의 뒤를 이을 대박 스타로 점찍으며 자신의 영화 출연을 부탁했다.

아무리 김조광수 감독의 남다른 촉이 유명하다곤 하지만 배우로서 동성애를 다룬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에 대해 망설일수도 있는 부분. 지난 20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동윤은 출연 결정에 있어서 힘든 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키스신과 베드신은 살짝 부담이 됐다고.
"출연을 결정하는데에 있어선 힘든 점은 없었어요. 노출신이랑 베드신이나 키스신에 대한 부담감은 있었는데 배우 조인성씨나 주진모씨도 훌륭한 연기를 했었잖아요. 게이 역할이 아무한테나 들어오는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어려움이나 부담감 같은 건 없었어요. 시나리오도 재밌었고 욕심도 났죠. 게이 역할이라고 부담감 느끼고 그런건 없었어요."
김조광수 감독은 왜 많은 배우들이 있음에도 김동윤에게 게이 역할을 부탁했을까. 그가 게이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던 걸까. 이에 대한 생각을 물으니 김동윤은 쌍거풀이 없는 얼굴이 정감가는 얼굴이었던 것 같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게이에 어울리는 연예인 톱 10에 들었다는 사실도 살짝 귀띔해줬다.
"감독님이 저한테 게이 느낌은 없었는데 시트콤 '두근두근 체인지'에서 로미오 역할을 했을때 그 때 이미지를 잘 봐주셔서 '이 친구와 작업하고 싶다' 생각하셨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리고 저 사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연예인들 중 게이같은 연예인 톱 10 안에 들어갔었어요(웃음). 얼굴이 잘생기고 그런 얼굴은 아닌데 쌍커풀 없는 정감가는 얼굴인가봐요. 그래서 감독님이 기회를 주신 것 같아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을 할 때는 그에 대해 미리 알고 배우고 익히는 것이 연기의 기본이다. 그렇다면 김동윤도 게이 연기를 위해 무언가를 준비했을까. 여러 게이바를 다니면서 행동들을 관찰했다는 김동윤은 동성을 사랑해 본 적 없다는 것이 연기하는데에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게이바를 가보고 김조광수 감독님 영화도 다 봤어요. 그리고 외국드라마 등도 보면서 연구했죠. 그런데 가장 힘들었던 건 제가 남자를 사랑해 본 적이 없다는 거였어요. 처음엔 파트너인 석이가 여자라고 생각하고 그런 감정으로 연기를 했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감독님이 '우린 그렇게 하지 말자. 리얼하게 게이가 돼서 하자'고 하셨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얘기를 통해서 교감도 하고 제 파트너였던 송용진씨랑 많이 친해지면서 남자가 여자를 좋아하는 느낌이 아니라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가지고 했죠. 어릴 적 그런 느낌 있잖아요. 그 느낌을 응용 했었어요."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영화다 보니 '두결한장' 속에는 김동윤과 파트너 송용진의 키스신, 그리고 베드신도 등장한다. 아무리 게이 역할에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곤 하지만 동성과의 키스, 베드신이 힘들진 않았을까. 그는 연기하는데에 있어선 부담감 보다는 진지함에 앞섰다고 말했다. 그리고 키스신을 보는 관객들의 반응이 재밌었다며 키스신에 대한 만족감을 표하기도 했다.
"키스신은 영화보면서 관객분들의 반응이 재밌었어요. 만약 저희가 어색했다면 그런 반응이 안나왔겠죠(웃음). 저희는 설렘을 가지고 그 신을 찍기로 해서 서로 부담 없이 촬영했어요. NG가 나긴 했는데 순전히 감독님의 느낌이나 동선, 카메라에 대한 NG였지 배우들 자체적으로 NG를 낸 적은 없었어요. 그저 연기로 봐주시고 사랑하는 사람의 첫 키스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처음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김동윤. 그런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동성애, 인권에 대한 생각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동성애를 하는 사람들 모두가 똑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사람이라는 것. 그가 보고 들었던 동성애자들이 겪는 고충과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김동윤은 진심으로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 심하지는 않았는데 그렇다고 좋아하지도 않았어요. 호모포비아 정도는 아닌데 가까이하지는 않았죠. 그런데 김조광수 감독님을 통해서 인권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 같아요. 동성애자도 똑같은 국민이고 사람이잖아요. 혐오감을 주는 것도 없는데 왜 우리는 그들을 피해자로 만들었을까, 안타깝더라고요. 공부가 많이 됐어요.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 있잖아요. 똑같은 사람으로서 지켜봐주고 사회 생활도 같이 할 수 있는 그런 마음이 생겼어요."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계의 '핫' 스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등장할때마다 독특한 의상을 입고 나와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솔직한 발언과 참신한 생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기 때문. 함께 작업을 하면서 김조광수 감독을 곁에서 봐온 배우에게 김조광수 감독이란 어떤 사람일까.
"어린왕자같은 분이세요. 작은 거인이시죠. 되게 멋있으세요. 그렇다고 제 이상형은 아닙니다(웃음). 항상 볼 때마다 깜짝 놀라요. 부지런하시고 긍지가 투철하시고 정말 천재같아요. 알다시피 저희 영화가 저예산 영화잖아요. 다른 영화들의 개런티 절반이 될까 말까인데 이처럼 훌륭한 영화를 만들었다는게 놀라워요. 앞으로를 이끌어갈 좋은 감독님이 데뷔하신 것 같아 좋아요."
김조광수 감독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던 김동윤은 김조광수 감독이 다시 한 번 러브콜을 보내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베드시만 없다면 O.K라는 답을 내놨다. 인터뷰 초반부터 유독 베드신 얘기에 약해졌던 김동윤이기에 그 이유를 물으니 부끄럽단다. 여자친구와 손도 잘 못잡는다고.
"베드신은 부끄러워서 못하겠어요. 평소 여자친구를 사겼을때도 손 잡고 다니지를 못했어요. 어렸을때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남자만 4명이 살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여성에 대한 거리감이 크지 않나 해요. 베드신을 아예 못하겠다는 아니에요. 나중에 조금 더 좋은 작품을 만난다면 집중하고 몰입하면서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서 말했듯 김동윤은 12년차의 베테랑 배우다. JYP 1호 배우이기도 했던 그는 그룹 GOD의 뮤직비디오에도 출연하며 당시 '꽃미남 배우'로 각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그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마음자체가 시건방해졌어요. 외모에만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연기도 못하는데 노력도 안했죠. 어린 나이에 패배를 맛보고 공부가 많이 됐어요. 지금은 실력을 쌓아야 하는 시기인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주변분들이 '나날이 연기가 좋아졌다, 자연스러우지고 몰입이 좋아졌다'고 칭찬해주세요.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하고 싶더라고요.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좀 열심히 안하고 슬럼프도 오고 자연스럽게 쉬게 되면서 경제적으로 힘들어졌죠. 그러면서 카메라가 무서워지고 울렁증도 왔어요. 그런데 지금은 말끔히 해소한 것 같아요. 패배를 맛보고 하락을 맛보고 나서 앞으로 계속 상승만 할 수 있게 열심히 해야죠."
연기에 대한 욕심이 남달라졌다는 김동윤. 그가 도전해보고 싶은 역할은 어떤 것이 있을까. 그는 센 캐릭터를 한번쯤은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잔혹한 살인마 같이 강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김동윤은 맡겨만 주신다면 잘 할 자신이 있다고 자신감도 드러냈다.
"스릴러, 액션 장르를 해보고 싶어요. 스릴러를 좋아하니까 해보고 싶고 제가 안 해본 건 다 해보고 싶어요. 멜로나 코믹은 원래 이런 장르를 많이 안 좋아했었어요. 지금은 그러한 생각이 바뀌긴 했는데 많이 해봤기 때문에 스릴러 장르의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센 거 있잖아요. 잔혹한 살인마라던지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박해일씨 느낌 있죠. 영화에서 막상 범죄자로 등장하진 않았는데 눈으로 연기를 하면서 공포감을 주잖아요. 제 연기 패턴에 도전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잘 할 자신도 있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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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