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실수도 엄벌, 한층 강화된 부정배트 규정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7.11 09: 44

현재 우리나라 프로야구에서는 공인배트와 관련, 경기 전 또는 경기 중 선수가 사용하고 있는 배트가 공인된 배트인지의 여부를 심판원이 수시로 확인하는 절차와 과정을 밟고 있다.
하지만 공인된 배트만도 제조사가 한,미,일을 포함 총 30개를 상회할 정도로 많은 회사의 제품들이 두루 공인을 받은 상태에서 심판원이 타자들이 들고 나오는 배트의 공인상태를 일일이 하나하나 현장에서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 따라서 공인배트에 관한 규정과 리스트를 만들어 선수단에 전달하고 스스로가 규정에 부합하는 배트를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1997년 5월 3~5일 사이 삼성과 LG간 3연전(대구구장)에서 삼성(백인천 감독)이 무려 17개의 홈런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으며 3일간 49점(9-27-13점)을 쓸어 담자 3연패로 심기가 불편해진 LG의 천보성 감독이 부정배트에 관한 의혹을 제기(검사결과 이상 없음으로 결론)한 적이 있고, 그 보다 7년 전인 1990년에도 당시 LG(백인천 감독)의 신진 무명급 선수들의 예상 밖 선전과 매서운 팀 타력에 일부에서 압축배트 사용에 관한 의혹을 넌지시 흘렸던 일은 있지만, 그간 대체로 배트와 관련해 크게 문제가 불거졌던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인 2011년 8월 28일, 한화와 LG의 대전경기에서 1회말 한상훈(한화)이 무심결에 들고 나온 배트 한 자루는 잠자고 있던 부정배트에 관한 기본적인 해석상의 논란을 새삼스레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이 사건을 매개로 KBO는 규칙위원회를 열어 부정배트에 대한 해석과 적용기준을 한층 강화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그러한 결정이 내려지게 된 이유와 취지를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당시 한상훈은 팀 동료였던 외국인선수 가르시아에게서 선물로 받은 배트를 아무런 의심 없이 타석에 들고 나왔다가 상대 팀 포수인 심광호(LG)의 이의제기로 심판원에 의해 제지를 받고, 배트를 바꾼 뒤에서야 다시 타석에 들어설 수 있었다. 이유는 KBO에 등록이 되지 않은 제조사의 배트라는 것이 그 이유. 다시 말해 한상훈의 배트는 공인을 받지 않은 배트였다. 따라서 심판원은 한상훈의 배트가 경기에 사용할 수 없는 배트임을 들어 공인된 다른 배트로 교체할 것을 주문했던 것이다.
이후 경기가 끝난 뒤 비공인배트를 들고 나온 선수를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 지에 대한 논의가 일었고, 의견은 둘로 갈라지고 있었다. 물론 해당 선수에게 페널티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는 공통된 의견이었지만 현장 조치에 관해서는 거리가 있었다. 하나는 공인배트로 교체시킨 뒤 경기에 계속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부정배트로 간주해 아웃을 선언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얘기가 번져 타격 종료 후에 발각된 경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에까지 이르자 의견은 더욱 분분해졌다.
8월 28일 당일 한상훈을 아웃시키거나 경기에서 퇴장시키지 않은 이유는 규칙 (c)항에 따라 붙은 부기에 의한 조치였다. 그 내용은 ‘타자가 사용한 배트가 규정에 어긋났다는 사실을 경기 중 또는 종료 후에 발견하더라도 타자에게 아웃을 선고하거나 경기에서 제외해서는 아니 된다’라는 것이 골자.
그러나 이 부기 규정에서 말하는 배트는 공인된 배트를 전제로 달아 놓은 규칙이다. 지난 6월 한화의 김태균이 사용하던 배트에 로진이 허용범위 이상으로 묻어 있었을 때의 경우처럼 공인배트가 갖고 있는 고유의 성질에는 변화 없이 그저 외관적으로 미끄럼 방지제를 과도하게 사용한 경우 등에 적용되고 있는 규칙인 것이다.
정확히 말해 야구규칙에 비공인배트로 타격을 시도하려는 선수가 발각되었을 경우에 어찌한다 라는 내용은 들어있지 않다. 공의 비거리를 늘리거나 반발력을 키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개조, 가공했을 경우에는 타자를 아웃으로 처리하고 경기에서 퇴장시킨다 라는 조항은 있지만, 개조배트나 압축배트 등이 아닌 단순히 공인되지 않은 배트사용에 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다.
이에 규칙위원회는 한상훈과 같은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규정의 필요성을 느껴 야구정신을 살리고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목적의 부가 규정을 별도로 마련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타자가 비공인배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타격 전이나 타격 중에 발견하였을 경우, 경고조치하고 공인배트로 교체시킨다. 만일 발견시점이 타격완료 직후일 경우에는 해당기록은 무효 처리되고 타자는 곧바로 아웃.
단, 경기종료 이후 발견되었거나, 경기 중이라고 하더라도 규칙상 어필 시기가 지난 상태(투수가 다음 타자에게 1구를 던진 이후)에서 발견되었을 경우에는 해당 기록은 그대로 인정. 물론 어떤 상황이든 제재금의 페널티는 필수로 따라 붙는다.
앞으로 한상훈이 겪은 일과 같은 상황이 다시 일어난다면 해당 선수는 제재금을 부과 받게 된다. 이처럼 부정배트에 관한 규정을 강화한 이유는 혹시나 있을 수도 있는 의도적인 사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배트의 단순 교환만을 지시하는 것은 자칫 ‘걸리면 말고’ 식의 양심불량성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라는 것이 규정보완의 이유이다.
이제 타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배트가 공인된 배트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선물을 받았거나 주위의 추천으로 무심코 들고 나섰다가는 구제를 받을 길이 없는 상황으로 돌변한다. 선처는 한상훈이 마지막이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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