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도의 심각함이 엿보이는 엇박자. 터져야 할 때 침묵하고 버텨줘야 할 때 견뎌내지 못한다. 최근 SK 와이번스가 그렇다.
SK는 11일 문학 넥센전에서 2-7로 완패했다. 지난달 28일 대구 삼성전 이후 8연패. SK가 8연패에 빠진 것은 이번이 3번째. 앞선 2003년 8월 26일 문학 한화전부터 9월 8일 잠실 LG전까지 1무 포함 8연패에 빠졌다. 또 2006년 6월 8일 대전 한화전부터 6월 18일 문학 삼성전까지도 8연패 수렁을 경험했다. 무려 2215일(6년 22일)만이다.
특히 SK는 지난달 16일 문학 한화전 승리로 승패차가 +10승(32승 22패 1무)을 구가하던 1위였으나 한달도 되기 전에 이를 다 까먹고 말았다. 이날 패배로 이제는 35승36패1무로 5할 승률조차 장담할 수 없는 6위까지 급락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무엇이 SK를 점점 힘들게 몰아가고 있는 것일까. 이날 경기에서 그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났다.
▲버티지 못하는 마운드
SK 마운드는 현재 3.96로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삼성(3.52), 롯데(3.66), 넥센(3.79), 두산(3.95) 다음이다. 나쁘지 않다.
그러나 버텨내야 할 때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날 SK 외국인 선발 투수 부시는 좋지 않았다. 3회 김민성의 2루타 뒤 서건창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이어 4회와 5회 박병호와 김민성에게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그래도 5이닝 3실점으로 버티는 모습이었다.
먼저 실점을 했으나 차츰 따라붙었다. 0-3으로 뒤진 5회 최정의 우중간 가르는 2루타, 6회 김성현의 우측 2루타로 단숨에 1점차까지 따라붙었다. 해볼 만한 상황.
하지만 7회 대거 4실점, 승기를 넘기고 말았다. 부시, 최영필에 이어 마운드에 오른 이재영은 앞선 위기를 잘 넘겼으나 볼넷, 안타, 고의사구로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그러더니 강정호와 이성열에게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과 볼넷으로 순식간에 점수차가 벌어지고 말았다.
▲터뜨리지 못하는 타선
2할5푼. 최하위 팀타율이 SK의 현주소다. 타율은 8연패 기간 동안만 보면 2할3푼으로 더 떨어진다. 득점권 타율은 2할5푼1리로 7위다. 8위는 LG(.245)다. 그런데 8연패 기간 득점권 타율은 1할1리다. 심각한 수치다.
이날 SK 타선은 넥센에 1개 모자라는 9안타를 때렸다. 넥센이 10안타로 7득점을 생산해낸데 비해 SK는 9안타로 2득점에 그쳤다. 기회가 없지 않았다. SK는 2~4회 득점 찬스를 모두 놓쳤다. 거의 매 이닝 득점 찬스를 잡고도 결정적인 한 방을 터뜨리지 못했다. 게다가 8연패 동안 총 14득점을 올렸다. 경기당 1.8득점. 이래서는 투수들의 부담을 덜 수 없다.
게다가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큰 스윙으로 일관하고 있다. 상황에 맞는 스윙을 하지 못하고 있다. 상대 밴헤켄은 이렇게 덤벼드는 SK 타자들을 상대로 체인지업과 직구로 편하게 완급 조절이 가능했다. 홈런보다 짧은 안타가 중요한 순간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더욱 아쉽다.

▲초보감독의 넘치는 의욕
이만수 감독은 "초보감독이니까 실수를 한다"든가, "선수들이 감독을 잘못 만나 고생한다" 등의 말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다. 또 "성질이 급해 코치들이 고생을 한다"든가, "참아야 하는데 힘든다"고 웃기도 한다.
이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윤길현의 투입 시기를 묻는 질문에 "몸 상태에 대한 보고는 계속 받아왔다. 아직 연투는 어렵고 구위도 좋았을 때와 비교할 수 없다"면서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는 부담없는 상황에 등판시켜 30개 미만으로 던지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길현은 바로 전날(10일) 1군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9시즌 후 처음이다. 3년 가까운 공백을 고려한 말이었다.
그런데 정작 이날 윤길현이 투입된 시기는 5-2로 뒤진 7회 1사 만루상황이었다. 다소 느슨한 상황에서 나갈 것이라 예상했던 윤길현은 결국 스트라이크 없이 볼만 5개를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첫 타자 유한준에게 스트레이트 밀어내기로 실점한 후 허도환에게 볼 1개를 던지고 교체됐다. 팀 타순이 워낙 맞지 않아 힘들다고 판단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공백을 감안하지 않은 만루상황은 분명 윤길현에게 부담이었다.
결과론적이지만 전유수를 먼저 투입하거나 이재영을 한박자 더 빨리 내렸어야 했다. 아니면 선발 부시에게 좀더 이닝을 맡겼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의욕은 앞서고 뭔가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초보감독의 넘치는 의욕이 고스란히 담긴 투수 교체 타이밍이었다는 것이다.
또 이 감독은 이날 김도현을 우익수 겸 8번 타자, 한동민을 좌익수 겸 9번 타자로 기용하며 "불안하다기보다는 잘해주길 바란다. 어린 애들이 커야 된다.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김도현의 경우는 4회 수비부터 바로 임훈과 교체됐다. 3회 수비 때 적시타를 친 서건창을 2루까지 보내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너무 이른 교체 타이밍이었다는 평가다.
SK는 12일 문학 넥센전에 선발 송은범을 예고했다. 송은범은 한계 투구수가 80개 전후라고 밝혔다. 한 번 빠지면 모든 것이 연쇄적으로 이상을 일으키는 연패다. 또 다른 고비를 맞이한 SK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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