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령비현령?’, 션 헨의 선발 투입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13 10: 40

중간계투로 쓰자니 그리 활약이 뛰어나지도 않았고 본전 생각이 간절하다. 외국인 마무리가 이미 있는 만큼 어쨌든 선발진에 넣어야 하는 데 첫 등판 성과도 아쉬웠다. 한화 이글스의 외국인 좌완 션 헨(31)은 앞으로 어떤 쓰임새를 보여줄 것인가.
브라이언 배스의 대체 외국인 선수로 지난 6월 한국 땅을 밟은 뒤 12경기서 계투(1홀드 평균자책점 7.71)로만 등판했던 헨은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서 시즌 첫 선발 등판 기회를 가졌다. 그러나 경기 성적은 3이닝 62구 4피안타(탈삼진 3개, 사사구 1개) 3실점으로 초라했고 팀이 2-9로 패하며 패전의 책임은 헨에게 돌아갔다. 헨의 현재까지 시즌 성적은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7.98(13일 현재)이다.
초반은 괜찮았다. 1회 헨은 허경민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기는 했으나 손쉽게 직구가 150km를 넘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2회에도 탈삼진 두 개 포함 삼자범퇴로 뛰어난 구위를 보여준 헨이었다. 이날 헨의 최고 구속은 152km였다.

문제는 3회였다. 2-0으로 앞선 3회말 정수빈을 상대로 볼과 스트라이크가 큰 편차를 보이며 흔들린 끝에 볼넷을 내준 헨은 김재호를 상대로 우중간 1타점 안타를 내주며 첫 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구속도 어느새 140km대 중반으로 뚝 떨어졌고 공도 높거나 몰렸다. 결국 헨은 김현수에게 2타점 우전 안타를 맞으며 역전점을 내주고 김광수에게 마운드를 물려줬다.
직구-슬라이더 투 피치 패턴으로 계투진에서 뛰던 헨은 송진우 투수코치로부터 체인지업을 배우며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 그러나 자신이 평소 던지던 공이 아니라 이날 체인지업은 5개 밖에 던지지 않았다. 62구 중 스트라이크 44개, 볼 18개로 볼을 남발하지는 않았으나 위력이 떨어지며 몰리는 공이 많았다.
계투 특화로 최근 2시즌을 보낸 헨을 선발로 투입한 것. 양훈의 2군행으로 인해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가 비어있는 시점에서 마무리 데니 바티스타에 헨까지 계투진에 투입한다는 점은 최하위팀에 사치와도 같은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는 했는데 경기를 만들어가는 보직에 들어서지 못한다면 팬들의 비난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일단 한화는 헨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주었으나 결과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헨의 가장 최근 선발 등판은 2010년 라스베이거스(토론토 산하 트리플A)에서 9경기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와 올해 헨은 트리플A에서 계투로만 58경기를 등판했다. 비시즌 동안 투수가 선발로 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한계 투구수를 늘려놔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헨의 선발 등판은 모험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야구 관계자는 “트리플A에서 헨은 3이닝을 넘기거나 가까울 경우 구위가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라고 이야기했다. 올 시즌 시애틀 산하 트리플A 타코마에서 뛴 헨은 15경기 모두 계투로 등판했다. 여기에 2이닝 이상 되었을 경우 구위가 뚝 떨어졌다는 것이 관계자의 제보였다. 실제로 4월 23일(한국 시간) 프레스노전서 헨은 3⅔이닝 동안 5피안타 1피홈런 3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이현령비현령, 耳懸鈴鼻懸鈴)’라는 말이 있다. 팀 사정을 생각하면 헨은 선발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선수는 ‘1경기 최대한 70구’라며 난색을 표했다. 선발로서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구단은 수급 시장에 투수 자체가 부족했던 한 달 여 전 덜컥 헨을 데려오고 말았다. 코뚜레를 귀에 걸면 귓불이 찢어진다. 독수리 날개가 더 찢어지지 않으려면 한화는 헨을 어떻게 써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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