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은 SBS 월화극 '추적자 THE CHASER'(이하 추적자)가 백홍석(손현주 분) 징역 15년, 강동윤(김상중 분)이 징역 8년을 구형받으며 결말을 맺으며 종영했다. 그간 '추적자'는 스타 없이 성공한 작품의 '좋은 예'로 떠오르며 화제작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17일 오후 방송된 '추적자' 마지막 회에서는 백홍석과 강동윤의 재판장면이 그려졌다. 백홍석은 살인, 도주, 특수공무집행방해, 법정모욕죄 모두 유죄로 인정받으며 징역 15년 형을 선고받았다. 그럼에도 백홍석은 행복했다. 죽었던 딸이 등장해 "아빠. 고마워. 아빠는 무죄"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억울한 딸의 죽음에 대한 한(恨)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백홍석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런가 하면 강동윤은 백수정을 살인 교사한 죄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고, 강동윤의 아내 서지수(김성령 분)도 신혜라(장신영 분)의 자백으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살인미수 혐의로 경찰에 긴급체포 되며 파국을 맞이했다.

사실 '추적자'는 '땜방작'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오명을 품고 전파를 탔다. 몇몇 작품들이 '패션왕' 후속으로 물망에 올랐지만, 상대 방송사에 뺏기거나 제작이 무산되면서 '추적자'는 급하게 제작에 돌입, '패션왕' 후속으로 편성됐다. 이로 인해 '추적자'의 긴급 편성은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했다.
'추적자'에는 단 한 명의 한류 배우나, 아이돌 배우가 출연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더욱더 대중의 관심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었다. 일각에서는 '버리는 카드'라는 혹평을 내놓기도 했다. 웬만한 스타 없이 미니시리즈를 이끌어 나가기엔 화제성 면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본 '추적자'는 그간 드라마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러브라인에 코드를 맞춘 여타 드라마와 달리 '추적자'는 거대 세력에 맞서는 소시민의 모습을 적나라하고도 솔직하게 보여주며 '볼수록 화나는 드라마'라는 평가를 받을 만큼 공감과 몰입도가 높았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추적자'를 보며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통쾌함을 느꼈다.
오죽했으면 '계몽 드라마'라는 말까지 들었을까. 지난 14회 방송분에서는 백홍석이 설치한 몰래카메라에 그간 악행을 모두 시인하는 강동윤의 모습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이에 분개한 유권자들이 투표소로 향해 강동윤이 아닌 다른 후보를 당선시키는 '투표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투표독려까지 한 기특한 드라마다.
무엇보다 '추적자'의 가장 큰 강점은 중견배우들의 연륜 있는 연기력이었다. 손현주는 딸과 아내를 잃은 슬픔을 딛고 일어서 복수심에 불타오르는 감정을 절대 과장하지 않고 절제된 연기력으로 소화해냈고, 강동윤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치 않는 냉혈안이자 절대 강자의 모습을 섬뜩하게 그려냈다. 또한 박근형은 자신의 야망을 채우기 위해서 사위인 강동윤까지 위기에 빠뜨리는 소름 끼치도록 차분한 연기로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김성령, 류승수, 강신일, 최준영, 김도연, 조재윤 등을 비롯해 박효주, 장진영, 고준희, 이용우 등 젊은 배우들도 안정적인 연기력을 과시하며 시청자의 시선을 끌었다.

'추적자'의 성공은 의미가 깊다. 배우들의 호연과 탄탄한 스토리, 허를 찌르는 대본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완벽하게 이끌어 냈다. 특히 그 흔한 '러브라인'을 배제하고도 배우들의 연기력에 초점을 맞춰 실감 나게 드라마를 그려내며, 멜로 없이도 혹은 대스타가 없어도 드라마는 흥행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처럼 '추적자'는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길을 걸으며 한국 드라마사(史)에 수작으로서 한 획을 긋게 됐다.
한편 '추적자' 마지막 회는 22.6%(AGB닐슨, 전국기준)를 기록, 자체최고시청률로 '유종의 미'를 거두며 종영했다. '추적자' 후속으로는 김희선-이민호 주연의 '신의'가 오는 8월 13일부터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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