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겨운 싸움이었다.
선동렬 감독 체제로 새로운 야구를 천명한 KIA는 전반기에서 악전고투했다. 투수와 야수진의 줄부상이 이어지면서 단 한번도 완전한 전력으로 싸워보지 못했다. 장타력 실종과 득점력 빈곤으로 매경기를 어렵게 펼쳤다. 그러나 어려움속에서도 35승4무34패를 거두고 +1승 흑자를 달성하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선동렬 감독의 마운드 운용의 힘이 빛났다. 개막 초반 팬들의 비판을 낳았던 경기력도 나아지기 시작했다. 마운드와 타선이 회복 조짐을 보였고 팀 분위기도 살아났다. 전반기 보다는 후반기가 더 희망적인 이유이다.
▲마운드 줄부상과 새로운 얼굴

이미 스프링캠프부터 팀의 근간이 흔들렸다. 마운드에서 기대를 모았던 양현종, 한기주, 김진우, 심동섭, 손영민이 부상으로 나가 떨어졌다. 1군 12명의 투수진 가운데 5명이 한꺼번에 부상으로 집단 공백을 빚은 것이다. 이들은 스프링캠프에서 실전 마운드에 오르지 못해 힘겨운 상황을 예고했다. 여기에 외국인 좌완 알렉스 라미레즈가 어깨통증으로 개막에 합류하지 못했다. 우완 앤서니 르루는 들쭉 날쭉한 구위였다. 작년 군제대한 임준혁은 제구력 난조에 빠져 마운드에 힘이 되지 않았다. 에이스 윤석민도 초반에는 무서운 구위를 보여주었으나 마운드의 기둥 노릇에 실패했다. 새로운 좌완 박경태도 믿음에 보답하지 못했다. 유동훈도 굴곡이 심한 투구를 했다.
이들의 부상과 공백, 그리고 부진은 팀 방어율 7위의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불펜이 흔들리면서 아찔한 경기를 계속했다. 그러나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되었다. 대졸 루키 박지훈이 필승조로 맹활약을 펼치며 불펜의 중심을 잡았다. 역시 대졸루키 홍성민도 활약의 기회를 얻었다. 라미레즈를 퇴출시키고 새로 영입한 헨리 소사가 듬직한 투구를 했고 자극을 받은 앤서니도 날이 갈수록 구위가 좋아졌다. 앤서니는 7승, 소사는 5승을 거두었다. 윤석민은 5승을 따내 체면을 세웠다. 특히 노장 최향남이 도중에 입단해 소방수로 자리잡으면서 불펜의 힘을 보탰다. 서재응도 9번의 퀄리티스타트로 마운드에 힘을 보탰고 김진우도 12경기 선발등판에서 4승을 챙겼다. 선동렬 감독은 힘겨운 상황에서도 절묘한 마운드 운용으로 전반기 흑자(35승4무34패)를 달성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득점력 빈곤과 장타력 실종
부상은 야수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지훈련까지는 타자 가운데 부상선수가 없어 투수진에 걱정이 많았던 선 감독이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러나 이범호가 시범경기 도중 왼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김상현도 개막전에서 왼손바닥 골절상을 입었다. 두 중심타자의 부상은 팀 공격력에 심대한 타격을 미쳤다. 개막 직후 최희섭이 복귀하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팀 공격수치가 급격히 악화됐다. 홈런, 득점, 타율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수비력까지 흔들리면서 졸전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찬스를 만들어줄 이용규가 부진에 빠져 득점루트가 생겨나지 못했다. 병살타가 잦았고 득점권에는 침묵해 잔루가 양산했다. 특히 초반에는 하위타선이 1할대 타율에도 못미치는 등 마네킹 타선이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마운드가 흔들리는데다 득점 방정식까지 무너지면서 힘겨운 경기를 이어갔다
특히 장타력 빈곤은 심각했다. 전반기 팀홈런이 24개에 불과하다. 1위 SK(69)에 비해 ⅓ 정도 수준이다. 장타력의 실종은 득점력 빈곤으로 이어졌다. 최희섭이 초반 반짝였고 이범호도 가세와 함께 타선의 힘을 보태긴 했지만 두 선수의 장타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나지완의 장타 부진까지 이어지면서 안타 3개로 득점이 이루어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준호, 윤완주 등 신인급 야수들이 존재감 높은 활약으로 틈새를 조금씩 메웠다. 이준호는 이종범의 은퇴로 생긴 자리를 꿰차면서 든든한 수비력과 타격으로 소금같은 존재였다. 신종길의 부진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김선빈과 김원섭이 3할 타율로 타선을 이끌었다. 안치홍도 팀내 최다경기(73경기)에 출전하면서 악전고투했다. 점차 타선이 살아나면서 팀타율 3위(.265)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용규와 윤석민 4강 공략의 키맨
공격력에서 후반기 승부는 두 가지에 달려있다. 톱타자 이용규의 활약이 첫 번째이다. 전반기 2할6푼5리, 25도루, 56득점, 25타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은 3할7푼7리이다. 무엇보다 출루율을 4할대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선동렬 감독도 "이용규가 많은 찬스를 만들어주고 중심타선이 득점권에서 해결하는 공격구도가 형성이 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아울러 2군에서 재조정중인 이범호의 방망이도 관심을 받고 있다. 김상현이 전반기 막판 복귀해 숨죽인 장타력을 일으켜 세웠다. 최희섭도 40일만에 홈런포를 날려 CK포 부활 조짐을 보였다. 이런 추세에 이범호가 중심타선에 복귀한다면 빅뱅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분위기를 타면 무섭게 돌벼하는게 KIA 타선이다. 전반기에서는 백업타선의 힘을 키웠다는 점에서 이들의 활약이 절대적이다.
마운드에서는 한기주와 김진우, 그리고 윤석민의 활약여부에 달려있다. 한기주와 김진우는 후반기 초반 복귀할 것으로보인다. 선발진과 불펜진에 여유가 생긴다. 후반기는 치열한 순위경쟁이 벌어지기 때문에 불펜의 힘이 어느때보다 긴요하다. 김진우가 선발진에 가세한다면 불펜도 여유가 생길 수 있다. 한기주는 후반기 불펜의 힘을 좌우하는 키플레이어다. 아울러 에이스 윤석민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도 궁금하다. 전반기 막판 2경기는 중간투수로 나서 구위를 점검했다. 에이스의 책임감을 보여준다면 KIA는 순위경쟁의 키를 쥘 수도 있다. 2위 롯데와는 불과 2.5경기차 5위. 분명 사정권에 있다. 투타의 안정된 전력을 확보한 KIA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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