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 '미치게 웃기거나' VS 장동건 '아주 잘났거나'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2.07.22 11: 39

[OSEN=손남원의 연예산책] 요즘 가요계 음원 차트에서는 싸이가, TV 드라마 시청률에서는 장동건이 불꽃튀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둘의 공통점? 최근 수년간 연예계를 완벽하게 장악했던 아이돌 열풍을 밀어내고 화려하게 부활한 30대(싸이)와 40대(장동건) '강남 스타일'들의 선두 주자라는 사실이다.
먼저 싸이. 신곡 '강남 스타일'로 생애 처음으로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들의 차트를 석권해 퍼펙트 올킬을 이뤘다. 과거완료형이 아니고 현재 진행형이다. 음원 차트 1위는 하루살이 목숨이라는 2000년대 가요계 생활방식을 보란 듯 깨고서 일주일째 순항중이다.
빈집털이 1위가 아니란 점에서 더 놀랍다. 비록 신곡 발표 시기에 차이가 나기는 했지만 같은 소속사 YG의 여동생들인 2NE1을 비롯해 비스트, 브아걸, 티아라 등 그가 밀어낸 경쟁자들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올해 7월, 가요계가 런던 올림픽에 앞서 경쟁적으로 신곡 발표를 서두른 탓에 싸이는 말 그대로 '빡 센' 전장에서 '빡 센' 전투를 치뤘고, 승리를 따냈다.

싸이의 강점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계속 진화한다는 데 있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일고 늘 변화하는 가수가 바로 싸이다. "난 챔피언이었어!"로 한 때 최고였던 옛날 스타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온 몸 바쳐 10, 20대들의 기호에 맞춰가고 있다. 그러니 성공할 수 밖에.
"오빤 강남스타일"이라고 외치는 이번 신곡은 개가수 돌풍에 휩쓸리는 가요 트렌드를 오히려 역으로 받아친 본업 가수의 반격이다. 웃기고 즐거운 노래를 찾고자 하는 대중의 요구를 수용해 싸이 특유의 엽기 칼러에 덧입혔다. "좀 더 웃겨야지, 한심한 것의 본떼를 보야줘야지 다짐했다"고 한다. 결국 그 노림수는 과녁을 꿰뚫었다.
싸이는 "대중이 내게 뭘 원하는 건가를 생각해보고,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자신의 의도를 밝혔다. 노력하는 천재임에 틀림없다.
'신사의 품격' 장동건도 마찬가지다. 착한 남자를 버리고 나쁜 남자를 택하니 매력이 살아났다. '신사의 품격'에서 장동건은 자기 매력에 도취하고 이를 연애전선에 적극 활용하는 까칠한 강남 부유층 김도진이다. 그런데 10년전까지만 해도 안방극장에서 재수없는 남자로 박대받았을 김도진, 이 시대를 사는 여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다.
꽃미남에 늘씬한 신체 갖췄지, 강남 스타일의 능력 만점 전문직이지, 화려한 솔로이면서 가식없이 솔직하게 들이대는 바람둥이라니 여자들이 순식간에 '뿅'간다. 오죽하면 대책없이 순수하고 자기꺼 제대로 못챙기는 윤리교사 서이수(김하늘 분)조차 넘어갔을까.
'마이웨이' 등 최근 일련의 작품에서 '착하고 멋지고 쿨'한 남자의 전형으로 살았던 장동건은 이번 변신을 통해 역전 만루홈런을 때렸다.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 등 대다수 제작가나 감독, PD들은 자꾸 장동건을 '대한민국 대표 매력남이자 모범적인 착한 남자'로 이미지를 고착시키고 있었는데 사실 대중은 식상하고 있었다. "저렇게 잘났는데 그렇게 착하기까지? 멋없다 멋없어.." 아니었을까.
그런 그가 김은숙 작가를 만나서 슬쩍슬쩍 야비한 눈빛도 서슴않으며 "나 너무 잘생기지 않았니?"를 반복하는 는 강남스타일 까도남 김도진으로 다시 태어나자 대중은 열광하기 시작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허진호 감독의 '위험한 관계'에서 약간 더 비열하고, 훨씬 더 돈 많은 바람둥이로 변신해 월드클래스 장백지와 장쯔이를 상대한다.
싸이와 장동건의 부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른만 넘어도 찬밥 대우고, 마흔이 넘으면 은퇴를 서둘러야된다던 연예계에서 톱스타들이 전성기를 수 십년 이어갈수 있는 성공 방정식을 보여줬다는 것. 또 하나 한 번 정상에서 다시 내려오면 재도전을 겁내며 사라지는 과거형 톱스타들에게 불굴의 의지를 일깨웠다는 것. '힘내라 중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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