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타일 ‘도전 슈퍼모델 코리아 시즌2’(이하 도수코2)에서 당시 17세의 나이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소녀 진정선.
'도수코3'가 시작되는 요즘, 지난 시즌2 우승자 진정선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그를 수소문해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기자가 인터뷰 장소인 스튜디오에 도착했을 때, 교복을 입고 다소곳이 소파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모습은 프로모델이 아닌 평범한 고등학생 그 자체였다.

촬영이 시작되고 사진기가 등장하자, 익숙하다는 듯 눈빛과 손짓 하나 하나에 느낌을 싣고, 본인 세계에 도취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학생에서 모델로서의 화려한 변신이었다.
그렇게 평범한 학생의 모습은 사라지고 기자가 인터뷰하기로 했던 모델 진정선이 자리했다.
▲'도수코2' 우승의 비법요?
다시 돌아온 온스타일 ‘도수코 시즌3’가 서막을 알리고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는 가운데, 모델 진정선도 그 열기에 동참해 도전자들을 유심히 지켜봤다.
“되게 재밌던데요. 역시 출연자보다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도수코를 보는 것이 마음 편하더라고요. 저는 제가 나왔던 시즌2를 차마 볼 수 없었거든요. TV 속 제 모습을 보는 게 어찌나 쑥스럽던지. 도수코 시즌3는 시즌2와는 도전자 분들부터 달랐어요. 성격들이 다들 화통하시고 쿨해 보였어요. 그런 모습이 TV에 재밌게 그려져 즐겁게 봤어요. 또 첫 방송부터 제주도를 가는 큰 스케일. 너무 부러웠습니다.”
진정선은 도수코 시즌2 출신인 만큼 누구보다 도전자들을 옹호했으며, 모두 다 좋은 결과가 있기를 희망했다. 기자는 진정선에게 조심스럽게 1위를 할 수 있었던 비법을 물었다.
“비법이요?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건 없어요.(웃음) 다만 항상 당당하고 기죽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매번 촬영 때마다 ‘집에 절대 가고 싶지 않아’, ‘난 탈락 못해’라고 생각하는 굳은 의지만 있으면 모든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결과물만큼이나 도전자로서의 올바른 태도도 비법이라면 비법이죠.”

▲ “'굽이 닳도록' 런웨이를 걸어보니...”
도수코 시즌2를 1위로 졸업한 진정선은 어떤 일을 하면서 지냈을까. 또 전보다 얼마나 바빠졌을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것 같아요. 수업 중간에도 일을 하러 가기도 하고요. 그래서 가끔은 친구들과 원 없이 놀고 싶기도 해요.”
진정선의 나이는 고작 18살이다. 한창 친구들과 놀아야 할 나이에 학교 끝나고 일을 가야한다는 것은 모델로서 부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안타깝기도 하다. 주로 어떤 일들을 했을까.
“2012 F/W 서울패션위크에서 무대에 가장 많이 오른 모델로 꼽힐 정도로 런웨이를 굽이 닳도록 걸었고요.(웃음) 또 CF, 화보 등도 많이 찍었어요. 특히 CF의 계약금은 절대 잊지 못할 거예요.(웃음) 요즘엔 KT&G상상마당시네마 음악영화제 홍보대사로 크라잉넛 한경록 오빠, '슈스케2'(슈퍼 스타 케이 시즌2) 김지수 오빠, 배우 박희본 언니와 함께 임명돼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런웨이 시즌이 아니라 잡지 화보 촬영을 많이 한다는 진정선은 많이 바빠보였다. 오늘도 인터뷰가 끝나고 일이 있다고 말한다. 먼저 주목을 받고 일을 시작했지만 업계에서 꾸준히 그를 찾는 것을 보면 분명 모델로서의 강점이 있지 않나 싶었다.
“촬영할 때 제 존재를 알리고 싶고 칭찬도 받고 싶어서 항상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 강점인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외모를 봤을 때는 동, 서양의 모습을 모두 가진 얼굴이 가장 큰 이점이 아닌가 싶어요. 이러한 면은 모델로서의 표현이라던가 풍기는 분위기가 한정적이지 않고 많은 면을 보여 줄 수 있거든요.”
본인의 강점을 알고 촬영에 임하며,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진정선은 프로다. 최근 많은 일을 하지만 역시 런웨이에서 당당히 워킹하는 모습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저는 런웨이에서 당당히 워킹하는 제 자신을 많이 좋아해요. 런웨이에 섰을 때가 가장 멋있고 아름답게 느껴지거든요. 백스테이지에서는 미친 듯이(?) 옷을 갈아입느라 정신이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에서는 가장 빛이 나니까. 또 사람들이 옷을 보려고 저만 쳐다보니까 신이 나요."
마치 백조 같았다. 백조는 아름답지 않은 모습은 철저히 숨기고 사람들에게 우아한 자태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물 밑에서는 우아한 자태를 보여주기 위해 발을 젓느라 정신이 없는데도 말이다. 다른 모델들은 진정선이 누리고 있는 위치에 서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여기에서 오는 질투심이나 텃세(?) 같은 부정적인 시선을 느끼기도 할 것 같다.
“다행히도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중간 과정 없이 한 번에 여기까지 오른 만큼 그런 일을 겪는다 해도 당연시 생각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선배님들이 힘들게 오른 자리를 도수코를 통해 단번에 오른 셈이니까요. 저도 그런 것을 알기에 매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하고, 겸손하려고 노력해요.”

▲ “저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 알아요.”
도수코 시즌2에서 강하고 할 말 다하는 직선적인 캐릭터로 그려졌던 진정선. 도수코 시즌2가 끝나고 본인을 싫어하는 사람도 생겼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도수코가 끝나고 성격이 바뀐 것 같아요. 직선적인 성격에서 착한 성격으로요. 주변 지인으로부터 저를 싫어한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까 성격을 고쳐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착하게 혹은 둥글게 생활 했어요. 이제는 하고 싶을 말을 못할 정도로 몸에 밴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솔직히 후회해요. 너무 주변사람들에게만 신경 쓰고 정작 제 자신에게는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은 것 같아서요.”
잃은 것도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법. 일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면 뭘까.
“혼자서도 놀 수 있는 당당함.(웃음) 원래는 제가 어떤 것을 하더라도 꼭 친구들과 같이 했어요. 등굣길은 물론이고 하굣길도요. 친구가 청소 당번이면 그 친구를 기다려서라도 꼭 집에 같이 왔죠. 그 정도로 혼자서 뭘 하는 것을 싫어했는데 일을 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어야 하는 상황에 놓여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괴로웠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더라고요."
18세 소녀의 말 못할 고민은 여기 있었다. 일이 힘든 게 아닌, 혼자 있기가 힘들다는 고민. 그러나 상황은 사람을 만든다.
"지금은 노래방도 혼자 다닐 만큼 익숙해요. 한번은 일을 하다가 쉴 틈이 생겨 자주 가던 노래방을 가게 됐는데 사장님께서 대뜸 들어오시더니 ‘넌 친구 없니?’라고 물어보셔서 굉장히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었어요. 그 사장님이 제가 혼자 오면 왜 그토록 서비스를 많이 주셨는지 그제서야 알 것 같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오히려 친구들과 같이 노래방을 가면 쑥스러워서 노래도 못 부를 정도예요.”
탑 모델들은 빈 몸으로 비행기에 올라타 몇 년 후 금의환향하는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종종 들려주기도 한다. 혼자서 노래방을 갈 정도라면 빈 몸으로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용기는 갖춰진 셈이 아닐까.
▲"'도수코10' MC로 어울리지 않나요?”
모델들은 자신이 원하던 원하지 않든 자취가 남는다. 화보나 사진, 영상 등에 말이다. 이는 자신의 포트폴리오가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과거가 되기도 하며, 자신의 성장일지가 되기도 한다.
“사진에 찍힌 제 모습을 보면 아직 어려서 그런지 진한 메이크업으로 가려도 풋풋한 모습이 남아요. 아마 나이가 들면 들수록 풋풋함은 사라지고 다른 매력이 자리하고 있겠죠. 또 지금보다는 더 프로다운 모습도 함께 갖추겠죠. 나이에 걸맞게 성장하는 모습을 잡지에 남기는 것이 제 꿈이에요."
'어떤 모델이 될래요'가 아닌 자신의 성장하는 모습을 잡지를 통해 남기고 싶다는 진정선은 죽어서도 가죽을 남기는 호랑이같은 인상을 준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다방면으로 뛰어난 모델이 되고 싶어요. 그 중 한가지가 MC예요. 한번은 도수코가 끝나고 SNS를 통해 한 팬에게 쪽지가 왔어요. 제가 나이를 먹고 '도수코 시즌 10' MC를 봤으면 좋겠다고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그 팬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꾸준히 도수코 사회를 보는 연습을 해야겠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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