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했던’ 낯가림, 신재웅에게 묶인 두산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7.26 21: 23

상대 선발 투수가 잘 던졌고 1루 측 좋은 타구들이 호수비에 막히기도 했다. 그렇다고 낯선 투수에게 낯가림타로 빈공에 그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두산 베어스가 결국 '낯선 투수' 신재웅(30, LG 트윈스)에게 2176일만의 승리를 헌납하며 2위 수성 및 3연전 싹쓸이에 실패했다.
두산은 26일 잠실 LG전서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타선이 좌완 신재웅에게 5⅔이닝 1실점으로 묶이는 빈공을 보인 끝에 결국 1-3으로 패했다. 자취를 감춘 듯 했던 두산의 ‘낯선 투수 징크스’가 다시 고개를 든 순간이다.
2010년부터 두산은 낯선 투수에게 약한 면모를 보였다. 한 예로 롯데 김수완은 2010년 8월 5일 잠실서 두산을 상대로 두 차례 우천 중단에도 불구 5⅓이닝 5피안타 무실점 선발승으로 상승세를 타며 시즌 후반 선발 로테이션에 가담했다. 지난해 8월 4일 김희걸(삼성, 당시 KIA)은 두산을 상대로 5이닝 3피안타 무실점 승리를 거뒀다. 둘 모두 선발 표본이 많지 않아 두산에 낯선 투수들이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서 명성을 쌓은 박찬호(한화)와 김병현(넥센)의 첫 승과 시즌 2승 째 희생양은 모두 두산이었다. 새 외국인 투수 미치 탈보트(삼성) 정도만이 두산전 첫 등판인 4월 19일 3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고전했을 뿐 대체로 두산 타자들이 자주 접하지 못한 투수들은 십중팔구 첫 등판 시 호투했다.
신재웅은 2007년 FA 박명환의 보상선수로 이적해 와 1년 간 적을 두기는 했으나 어깨 부상으로 인해 2군에서 잠시 뛰었을 뿐. 두산에도 낯선 투수다. 올해 1군 단 한 경기 출장에 그쳐 전력분석으로도 판명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상식적으로 봤을 때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큰 스윙보다 공을 오래 보는 전략으로 기다렸다 타순이 한 바퀴 돈 뒤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야 했다.
경기 내용을 두루 봤을 때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신재웅의 공을 기다리기는 했다. 그러나 유리한 볼카운트라고 배트가 나갔다가 결국 뜬공으로 물러나는 경우가 있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선 양의지는 볼카운트 1-3에서 그대로 배트를 휘둘렀으나 2루수 뜬공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봤을 때 휘둘러야 하는 볼카운트. 그러나 낯선 투수였다는 특수성을 생각했어야 했다. 이날 신재웅의 커브는 볼과 스트라이크의 차이가 컸기 때문이다. 이 경우 만약 풀카운트가 되었더라도 더욱 유리한 것은 투수가 아닌 타자 쪽이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시즌 개막 이래 타자들에게 삼진 당하지 않기 위한 반사적인 스윙이 아닌 ‘유연한 사고’가 바탕된 스윙을 강조해왔다.
기본적으로 신재웅이 잘 던졌고 상대 1루수 이병규(7번)가 네 차례 정도 좋은 타구를 잘 수비하며 두산 공격의 맥을 끊었다. 여기에 두산 타선의 ‘낯가림’이 나온 덕분에 신재웅은 프로 초년병 시절 ‘레오 마조니 주니어’의 면모를 되찾았고 니퍼트는 비운의 에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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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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