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훈-한순철, "24년 만의 금메달로 '비인기' 복싱 알리고파"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2.07.28 07: 27

한국 복싱의 에이스 신종훈(23, 인천시청)과 그간 국제대회에서 한국을 빛내왔던 대표팀의 최고참 한순철(28, 서울시청)이 지난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24년 동안 끊겨 버린 금맥을 캐기 위해 금빛 펀치를 준비하고 있다.
최경량급인 라이트플라이급(49kg이하)의 신종훈은 금메달이 기대되는 한국 복싱의 희망이다. 신종훈은 첫 국제대회 참가였던 2009년 세계선수권 대회서 깜짝 동메달을 목에 걸며 자연스레 주변의 기대와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1년 뒤 금메달이 유력해 보였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잊지 못할 좌절을 맛봤다. 세계선수권 동메달리스트 신종훈에게 돌아온 성적표는 아시안게임 8강 탈락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복싱을 시작한 뒤로 가장 힘든 순간이었다.

절치부심했다. 2011년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보란듯이 부활에 성공했다. 그토록 바라던 런던올림픽 출전을 확정짓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남은 목표는 하나다.
금메달을 위해서는 중국의 저우쉬밍(31, 164cm)이라는 큰 벽을 넘어야 한다. 아시안게임 2연패(2006 도하, 2010 광저우)에 세계선수권대회 3차례 우승(2005, 2007, 2011), 2004년 아네테올림픽 은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파이터다.
빠른 스텝에 이은 펀치, 스트레이트와 연타능력 등 강점들을 앞세워 저우쉬밍에 맞선다. 상대에게 맞을 경우 자기 분을 못 이겨 오버페이스하던 단점은 보완했고, 최대 약점으로 지적됐던 파워도 꾸준한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업그레이드에 성공했다. 168cm의 신장도 대부분 160cm대 초반인 같은 체급의 선수들보다 유리한 조건에 있다.
동기부여도 명확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김)혜인이와 결혼할 수 있도록 장모님께 허락을 받았다. 반드시 메달을 목에 걸고 프로포즈를 멋지게 할 것이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밴텀급(60kg이하)의 한순철은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며 국제 무대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그러나 2008 베이징 올림픽서 체중 조절에 실패하며 16강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청운의 꿈을 안고 첫 출전한 올림픽이었기에 아픔은 더욱 컸다.
심기일전해 오뚝이 같이 일어났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다시 한 번 메달을 목에 걸었다. 색깔은 중요하지 않았다. 비록 동메달이었지만 복싱 강국이 많이 출전했던 아시안게임서 얻은 값진 성과였다.
한순철의 강점은 명확하다. 본인의 장점으로 주저없이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꼽는다. 170cm대 초반인 동체급의 다른 선수들보다 신장(178cm)에서 우위가 있다보니 멀리서 날리는 스트레이트에 최대 강점을 보인다.
든든한 지원자도 있다. 올림픽 이후 결혼식을 올리기로 약속한 임연아(22) 씨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2살배기 딸 (한)도이 양의 존재는 그의 펀치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 그 자체다. 런던서 금메달을 따면 "연아야 도이야 사랑한다"고 외치며 하트를 그리겠다는 한순철은 영락 없는 아내 바보이자 딸 바보다.
이제 이들이 링 위에서 흘렸던 굵은 땀방울의 댓가를 보상받을 시간이 왔다. "복싱은 다른 종목에 비해 인기가 없고 지원이 미약한 것이 사실이다. 24년 만에 금메달을 꼭 따내서 전 국민에게 복싱을 알리고 싶다"는 신종훈과 한순철. 그들의 '금빛 펀치'를 볼 날이 머지 않은 것 같다.
dolyng@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