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 간 6경기 4승 2패에 27득점 22실점. 13-11 경기를 제외하면 5경기 14득점 11실점이다. 선발 중심 야구로 컬러가 바뀌는 가운데 순간순간 특유의 야구가 나왔다. 2위(45승 1무 40패, 30일 현재) 두산 베어스가 중심축이 바뀐 가운데서도 조금씩 자신들 다운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두산은 24일 LG전부터 29일 롯데전까지 잠실 홈 6연전서 4승 2패 위닝시리즈에 성공했다. 전반기를 4위(41승 1무 38패)로 마쳤던 두산은 2연속 위닝시리즈를 통해 2위까지 올라섰다. 비록 3위 롯데에 반 경기 차 앞서 순위경쟁 폭풍에 휩싸여 있고 모두 첫 2경기 승리 후 마지막 경기를 잡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으나 일단 선전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24일 당초 선발로 내정되었던 더스틴 니퍼트의 장염 증세로 임태훈이 대체 선발로 나섰다가 3⅓이닝 5피안타 5실점(2자책)으로 조기강판한 경기를 제외하면 5경기서 모두 선발들이 제 몫을 충분히 했다. 25일 LG전 선발 김선우는 6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노련하게 제 몫을 했고 26일 선발 니퍼트는 패하기는 했으나 6이닝 4피안타 2실점으로 컨디션과 괄약근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줬다.

롯데와의 3연전은 두산의 선발진이 경기를 만들어간 시리즈였다. 타선이 평균 2득점 씩만을 지원한 경기였으나 선발진이 버틴 덕분에 3연전 우세에 성공했다. 27일 선발로 나선 이용찬은 비록 승리하지 못했으나 9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6피안타 1실점으로 경기를 만들어갔다. 28일 선발 노경은은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제 구위를 확실히 보여줬으며 29일 선발 등판한 김승회도 7이닝 5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시즌 최고급 피칭을 선보였다.
최근 5경기 득점력이 2.8득점에 그친 두산이지만 승리 순간에는 '두산다운 야구'가 나오고 있다. 2007~2009년 당겨치기 욕심보다 두려움 없이 뛰고 한 베이스 더 가는 창의적 플레이를 펼치던 야수진의 활약이 돋보였던 순간들이다. 25일 두산은 4회까지 0-2로 끌려가다 두 개의 볼넷과 안타 두 개로 1-2까지 추격한 뒤 정진호의 2타점 좌중간 역전 결승 2루타로 승리했다. 공이 몰려오자 욕심내서 당기지 않고 도끼로 내려찍듯 과감히 밀어친 정진호의 타구가 인상적이었다.
27일 롯데전서 2-1 끝내기 승리를 거둔 데에는 고영민의 허를 찌르는 주루가 있었다. 0-1로 뒤진 8회 선두타자로 나서 좌전 안타로 출루한 고영민은 오재원의 중견수 뜬공 때 1루에서 2루로 태그업하는 재치를 선보였다. 상대 중견수 전준우의 강견을 생각하면 일종의 모험이었으나 '설마 뛸까'라는 상대 수비진의 느슨함을 파고든 고영민 특유의 발야구가 또다시 나왔다. 덕분에 두산은 9회 이종욱의 끝내기타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28일 경기에서는 올 시즌 부상으로 제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던 오재원의 폭풍 주루가 나왔다. 5회 2사 주자 없는 순간 고원준으로부터 우중간 3루타를 때려낸 오재원은 상대 중계 송구가 3루측 롯데 덕아웃 방면으로 빠지자 재빨리 홈으로 쇄도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파고들어 추가점을 올렸다. 전반기 동안 잇단 부상으로 2군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오재원이지만 기억에 '부상 재발'이라는 단어가 없는 듯 몸을 사리지 않는 주루로 추가점을 올렸다.
선발진 안정과 저득점 3승 속 두산 야구의 좋은 장면은 올 시즌 팀 컬러의 변모와도 연관이 있다. 김진욱 신임감독 취임 이래 팀은 '선발이 강해지는 팀'을 표방했다. 니퍼트-김선우 원투펀치를 제외하고는 검증된 인물이 없던 선발진이라 의문부호가 많은 팀이었으나 이용찬, 김승회는 기대치에 걸맞는 좋은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노경은은 선발 경쟁력을 넘어 에이스급 구위를 유감없이 과시 중. 어느새 두산은 5선발까지 무시할 수 없는 팀이 되었다.
야수진에 대해 두산은 '부상자를 되도록 무리시키지 않는다'라는 전략을 내놓았다. 예년에는 야수들이 인대가 끊어지거나 골절되는 정도의 부상이 아니라면 웬만해서 참고 경기 출장을 강행하던 두산이다. 그러나 이제는 방침이 바뀌었고 시즌 전반기 일부 선수들은 부상 우려로 인한 결장 가능성을 먼저 생각하고 특유의 야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부상 악화를 미연에 방지해준다'라는 이야기가 오히려 선수들이 밥그릇 먼저 생각하고 몸을 사리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누상에서 활발하게 뛰기보다 일단 한 방에 집중하는 선수들도 있었다. 실제로도 부상자가 많았으며 그만큼 아프다 싶으면 재활군으로 내려보내는 경우도 이전보다 많았다. 아직까지 팀 야수진에 규정타석을 충족시킨 타자가 세 명(김현수, 정수빈, 이종욱)에 불과했던 이유다. 그러나 후반기 첫 1주일 간 위닝시리즈를 통해 두산은 제 욕심 먼저 챙기는 타격이 아닌, 상황에 맞는 스윙과 몸 아끼지 않고 다음 베이스를 노리는 과감한 주루를 찾았다.
새 판을 짜며 두산 코칭스태프는 '선발진의 변혁과 미래 진화'를 꿈꾸는 동시에 야수진의 저력을 믿었다. 전반기 동안 전자는 예상대로 흘러갔던 반면 후자는 다소 실망스러운 감이 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두산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쓰는 팀이다. 선발진이 지금만 못했을 때도 두산은 장타 욕심, 한 방에 대한 공명심을 내세우기보다 밀어치기도 잘하고 활발하게 뛰는 야수들과 몸 사리지 않는 계투진을 앞세워 강호 SK와 포스트시즌 혈전을 벌인 바 있다.
득점력이 아쉽기는 했으나 그 와중에서도 선발진 호투와 순간의 재치를 통해 1주일 우세 전적을 기록한 두산. 2012시즌 두산이 표방하던 진짜 야구가 무엇인지 경기력을 통해 알 수 있던 1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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