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던 경기에서 끝내기타를 때려낸 주인공.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상대팀이 연고지 팀이었다. 그리고 선수의 연고지 팀은 그를 데려올 수 있던 기회를 두 번이나 놓친 채 허망한 끝내기 패배를 겪어야 했다. 두산 베어스의 주전 포수 양의지(25)가 3일 잠실구장에서 소속팀 두산과 상대팀 KIA 타이거즈를 웃기고 울렸다.
양의지는 지난 3일 잠실 KIA전서 5번 타자 포수로 선발 출장해 9회 1사 1,2루서 상대 마무리 최향남으로부터 역전 끝내기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3-4의 스코어를 5-4로 단박에 바꾸며 팀 4연승을 이끌었다. 포수로서는 선발 노경은을 5회까지 무실점으로 이끄는 등 공수 양면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재미있는 것은 이 양의지가 원래 KIA의 연고지인 광주 팜 선수였다는 것.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에 2차 8라운드 후순위로 입단한 양의지는 고교 시절 KIA에서도 내심 관심을 보였던 유망주였다. 당시 양의지는 광주 동성고의 초고교급 에이스 한기주(KIA), 광주일고의 강정호(넥센), 나승현(롯데-경찰청), 김성현(SK) 등에 가려져 높은 평가는 받지 못했다.

따라서 1차 지명 감은 아니었던 양의지다. 그러나 워낙 곰살맞게 투수들을 리드했던 데다 성장가능성이 높아 지역 내 레이더망에서 '지켜볼 만한 유망주'로 염두에 뒀던 포수다. KIA는 양의지가 막판까지 지명되지 않을 가능성을 기대했으나 8라운드에서 두산이 양의지를 점찍었다. 한 야구관계자는 "KIA가 양의지를 인지하면서도 그의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백업급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두 번째 기회는 바로 2010년 초였다. 경찰청에서 2년 간 복무하며 유승안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지도 아래 강력한 공격력을 갖춘 포수로 성장한 양의지는 제대 후 두산 전지훈련에 합류해 훈련했다. 그러나 최승환(한화), 용덕한(롯데) 등 선배들이 있어 전지훈련 출발 당시 양의지의 위치는 팀 내 3순위 정도에 불과했다. 같은 시기 KIA는 '스나이퍼' 장성호(한화)의 트레이드를 위해 물밑 협상을 시도 중이었다.
두산이 장성호에 관심을 가졌고 KIA 측은 내야수 한 명에 양의지를 붙여주길 바라며 1-2 트레이드를 하고 싶어했다. 경찰청에서 기량 성장폭이 컸으나 1군 포수로서 기량은 검증되지 않은, 그러나 KIA가 연고지 선수였던 만큼 이전부터 알고 있었던 양의지는 큰 파급효과를 내는 플러스 알파가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트레이드 테이블을 펼친 것이다. 장타력의 성장세를 2군리그에서 확인한 뒤 당장은 백업 포수로 뛰더라도 훗날 주전 포수로 가능성을 높게 산 KIA다.
그런데 여기서도 문제가 발생했다. 한 야구인은 "김경문 전 감독이 인지도가 낮았던 양의지를 KIA가 지목했다는 점에서 의구심을 갖고 훈련 자세를 유심히 지켜봤다. 그리고 의외의 가능성을 발견한 뒤 트레이드에 난색을 표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후 양의지는 2010시즌 개막 2차전서 데뷔 첫 안타를 때려낸 뒤 세 번째 경기인 목동 넥센전서 2홈런 3타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양의지는 2010년 2할6푼7리 20홈런 68타점으로 '첫 20홈런 포수 신인왕'이 되었다.
"전지훈련 때 훈련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봤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 더욱 인상적이었던 것은 광주 본가에서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기대를 갖고 힘을 쏟아 뒷바라지 하는 지 제대로 알고 야구를 절실하게 하더라. 그래서 양의지를 중용했다". 2010시즌 중 김경문 감독은 1군 초짜 포수 양의지를 주전으로 깜짝 발탁한 데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2년 전 KIA의 양의지 언급이 도리어 그를 다른 팀의 주전 포수로 만든 셈이다.
그리고 3일 양의지는 생애 첫 끝내기타로 소속팀의 4연승을 이끌었고 연고지 팀의 3연승을 저지했다. 두산은 양의지 덕분에 시즌 전적 49승 1무 40패(3일 현재)로 선두 삼성에 2경기 반 차까지 따라붙었고 KIA는 양의지 때문에 5할 승률 밑(40승 4무 41패)으로 떨어졌다. '의지의 유무'가 두 팀에게 모두 중요했던 경기의 승패를 뒤바꿔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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