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 감독, “아시안게임 당시 양궁대표팀 부담감 이해되더라”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04 08: 28

“무조건 금메달이었다. 은메달만 따도 한국에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이었다.”
넥센 김시진 감독이 런던 올림픽에서 금빛사냥에 성공하고 있는 양궁대표팀 소식을 듣고는 2년 전 광저우 아시안 게임 야구대표팀 역시 양궁대표팀처럼 금메달이 아니면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감독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조범현 감독을 보좌, 한국대표팀의 투수코치를 맡았었다. 결과적으로 순조롭게 금메달을 땄지만 실제로는 2010시즌 종료 후 대표팀 연습과정부터 선수 선발과 컨디션 문제 등에서 부담과 근심이 가득했었다.

“당시 모든 사람들이 야구는 당연히 금메달이라고 생각했다. 스포츠란 게 언제나 변수가 있는 법인데도 1등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상황이었다. 은메달만 따도 한국에 어떻게 돌아갈지 걱정이었다. 정말 부담이 많이 됐다. 일단 대표팀 연습에서 류현진, 윤석민, 양현종 등 한 몫을 해야 하는 투수들의 몸 상태가 영 아니었다. 그 때부터 조 감독과 함께 근심에 빠졌었다. 오죽하면 투수들만 따로 상동으로 데려가 훈련시켰을 정도였다.”
광저우행 비행기를 타기 전, 투수들 컨디션 문제 외에 또 하나의 문제가 터졌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갑작스럽게 불참하게 되면서 서둘러 엔트리에 투수 한 명을 보충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금메달 경쟁 상대인 일본 혹은 대만과 상대할 때 등판시키려고 했던 김광현이 빠지면서 전체적인 투수진 운용 계획도 변경됐고 무엇보다 어느 팀의 어느 투수를 합류시켜야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왔다.
“갑자기 광현이가 못 간다는 통보가 왔다. 조 감독도 난처해하면서 이거 이제 어떻게 하냐고 나한테 물었는데 우리가 하루 이틀이라도 결정을 늦춰버리면 여기저기서 말이 많아질 것 같았다. 최대한 빨리 대체투수를 결정하기로 하고 팀들에 전화를 걸었다. 몸 상태가 어느 정도 갖춰진 투수를 우선으로 뽑기로 정했다. 당시 두산 김광수 코치한테 전화하니 임태훈이 훈련하고 있다고 했고 하루 반 만에 속전속결로 임태훈 합류를 발표했다.”
엔트리를 확정하면서 첫 번째 고비는 넘겼지만 가장 큰 고민거리는 역시 투수들의 컨디션이었다. 류현진을 첫 상대인 대만전과 마지막 결승전, 윤석민은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를 확정짓는 불펜 필승카드, 양현종을 일본전이나 중국전에 선발등판 시킬 계획을 세웠는데 셋 다 출국 이전에는 몸 상태도 안 좋았고 공인구에 적응도 못했다.   
“현진이와 석민이를 비롯해 투수들 모두 시즌이 막 끝난 후라 몸 상태가 안 좋았다. 그래서 투수 개개인과 면담을 했고 각자에 스타일을 물어봤다. 투수들과 논의해서 연습경기부터 광저우 도착해서 연습하기까지의 일정을 함께 짰다. 광저우에 가기 직전까지만 해도 공인구인 미즈노볼이 미끄럽다고 해서 걱정이 가득했었는데 막상 광저우에 가니까 날씨가 습해서 볼이 손에 잘 잡힌다고 하더라. 다행히 투수들의 볼도 한국에서완 180도 달랐다.”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사건은 대회 첫 경기에서 터졌다. 한국은 대만과의 조별 예선 경기 7회초에 윤석민을 불펜에서 투입하려고 했는데 한국팀 엔트리에 윤석민의 이름이 빠져 있었다. 만일 윤석민 실제로 투구에 임했다면 한국팀은 몰수패를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상대팀인 대만은 엔트리에 없는 윤석민이 마운드에서 몸을 풀자 항의했고 한국팀은 엔트리에 윤석민의 이름이 빠진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윤석민을 내리고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렸다.
“참 이상하게도 경기장에서 엔트리를 보니 윤석민 한 명의 이름만 누락되어 있었다. 다행히 윤석민이 마운드에만 올랐을 뿐 시합에 나서지는 않은 상황이었다. 부랴부랴 심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상대팀에게도 바로 투수를 바꾸겠다고 말했다. 심판과 상대팀이 수긍했고 봉중근을 마운드에 올려서 최악의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정말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 다음 경기부턴 조 감독과 함께 엔트리를 두 번씩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전 경기에서 완승을 거두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밝힌 것처럼 금메달의 과정에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김 감독은 세계최강으로 손꼽히는 한국 양궁대표팀의 심정을 이해했다면서 올림픽에 나서기 이전 양궁대표팀이 목동구장에서 훈련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울 것을 약속했다. 그리고 양궁대표팀의 금메달 소식에 미소를 보였다.
“정말 국제대회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다. 혹시라도 금메달을 못 따면 공항에서 계란세례를 받을 것 같았다. 당시 양궁처럼 야구도 금메달은 당연하다는 평가였다.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난 후 양궁대표팀에 목동구장에서 연습하는 것을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다. 금메달을 딴 기보배를 비롯해 남자와 여자 모두 실전에 대비해 목동구장에서 음악 틀고 관중들이 있는 가운데서 연습했다. 양궁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고 있다고 하니 유난히 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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