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는 남들보다 깡마르고 삐쭉 크기만 한 자신의 외모를 너무나 싫어했다. 자신이 원치 않던 사람들의 시선을 그저 묵묵해 감내해야만 했다. 세월이 흘러 소녀는 어른이 되었고 소녀가 그렇게 싫어하던 큰 키 덕분에 모델이 되었다.’
모델이 된 덕분에 이 소녀는 또 다른 재능까지 대중 앞에 발휘하게 됐다. 앞의 이야기는 최근 핫한 웹툰 중 하나인 ‘송경아'S DIARY’에 나온 내용. 실제 톱모델 송경아의 스토리이기도 하다. 이 웹툰은 송경아가 직접 쓰고 그림까지 그렸다.
그저 화려하고 멋있는 모델로만 보이던 그에게 언제부터 이런 재주가 있었던 걸까. 웹툰 속 송경아는 우리가 알던 송경아보다 훨씬 친숙하다.

▲ 모델은 전부다 차갑고 도도하기만 해?
날카로운 눈매와 이목구비, 마른 몸매, 카리스마 있는 표정...송경아의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는 이렇다. 덕분에 기자는 매우 도도하고 까칠한 그를 기대했다. 다행히(?) 예상은 빗나갔고 상냥하기까지 한 송경아가 기자 앞에서 웃고 있었다.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 ‘엄청 까칠할 거야.’ 모델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사람들 시각은 이런 것 같아요. 아마도 비현실적인 화보나 런웨이에서 보이는 모습 때문이겠죠. 하지만 그것은 말 그대로 연출이지, 실제 모델들도 옆집 언니나 오빠처럼 친근한 사람이에요.”
사실 송경아도 모델이 되기 아주 오래 전, 어렸을 때는 그랬다고 한다. 패션잡지에 나오는 모델들을 보면서 ‘멋있고 인형처럼 완벽한 사람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지금보다도 모델이라는 직업이 알려지지 않은 때라 더욱 더 그랬다.
“모델은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정말로 적어요. 그런데 저는 이런 모델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주고 싶었어요. 그게 바로 웹툰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요.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활성화돼서 좋은 소통공간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송경아의 선택은 탁월했다. 대중들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웹툰 캐릭터에 친근감과 호감을 느꼈고 이 느낌은 고스란히 인간 송경아의 매력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몸매를 타고난 송경아는 부럽게도 왜 그림까지 잘 그리는 걸까. 송경아는 “사실 언니가 그림을 더 잘 그리는데, 그 모습을 보다 보니 경쟁심이 생겨 더 열심히 그리게 됐어요”라고 설명했다. 카메라나 그림 수집에 관심이 많으시던 아버지의 영향도 있었다고.

웹툰의 시작은 사실 스트레스 해소였다. “일할 때의 스트레스 해소 차원에서, 제 일상을 만화로 그리곤 했어요. 그런데 출판사 쪽에 있는 지인이 재미있다면서 관심을 가졌고, 그 뒤로 그런 쪽에서 종종 제안을 받게 됐죠.” 무슨 일이든 즐겁게,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하다 보면 남들에게도 재미를 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는 사실을 송경아의 웹툰 또한 보여준다.
▲ 모델은 이제 당당한 직업, 취미가 아니다
사실 송경아의 웹툰이 더욱 관심을 받게 된 것은 최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 같은 모델과 관련된 TV방송과 영화들이 많아지면서 모델이라는 직업이 많이 노출된 덕도 있다. 하지만 화려함만큼 극단적이고 어두운 면도 동시에 보여, 모델이라는 직업에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런웨이의 터질 듯한 음악소리, 오로지 나를 향한 스포트라이트, 사람들의 시선…. 모델을 하면서 가장 짜릿하고 쾌감을 느끼는 순간이에요. 보이는 것처럼 모델은 확실히 멋있는 직업은 맞는 것 같아요. 물론 그만큼 감당해야 할 비판도 많고 스트레스도 커요.”
이어 “그런데 그 단점이 너무 극단적으로 부각돼서 사람들 인식에 심어지는 것 같아요. 사실 어떤 일이나 마찬가지잖아요. 장점이 있으면 단점이 있고. 단지 모델이라는 일이 워낙 어린 친구들이 많고 아름다움을 매개체로 하는 일이다 보니 더욱 단점이 부각되는 것 같은데 꼭 그렇지는 않아요. 오해하지 마세요~(웃음)”
아마도 이런 사람들의 시선은 모델을 하나의 직업으로 보기보다는 젊어서 반짝 하고 마는 아르바이트나 취미의 개념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송경아가 처음 모델을 시작할 때는 모델들 사이에서도 이런 마인드가 강했다고 한다. 연예인이 되기 위한 중간과정, 전성기가 지나면 시집가야 하는 직업이라는 생각. 결국 모델이 ‘목적’이 된 적은 없었던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에는 모델이라는 직업이 자주 노출되면서 그라운드도 상당히 넓어지고 인식도 바뀌고 있어요. 이전과 다르게 해외진출 기회도 많아지고 모델 친구들의 재능도 다양해요. 노래를 부르는 친구도 있고 사진을 찍는 친구도 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방송 등 노출의 기회가 많아지면서 대중들하고 친숙해 지게 된 거죠. 덕분에 이제는 모델도 하나의 ‘직업’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게 됐어요”라며 송경아는 흐뭇해 했다.
이어 “이런 영향 때문인지 모델의 수명도 길어졌어요. 예전 같으면 모델 활동을 4~5년 정도 하면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어요. 평균 18살에 시작한다고 했을 때 22살 정도면 수명이 다한 셈이었죠. 그런데 저와 윤주언니는 올해로 거의 10년 차에요. 아마 거의 최초의 장기 모델이지 않을까 싶은데…. 자부심 가져도 되겠죠?”(웃음)
▲ 조급함이 결코 성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아이돌 가수들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이 모델계라고 비켜갈 리 없다. 모델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직업인만큼 더 심하면 심했지 결코 덜하지 않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 송경아는 무척 걱정스러운 마음을 표했다. 그는 너무 어린 나이에 모델 일을 시작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저는 어린 친구들에게 평균 18~19살은 되고나서 모델 일을 시작하라고 얘기해요. 그 이전에는 자기 자신이 어떤 그릇을 가지고 있고 또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에요. 때문에 자신에 대해 더 경험하고 충분히 알아간 후에 시작해도 늦지 않고, 또 후회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송경아의 얼굴에는 진심어린 걱정이 묻어났다.
이어 “20살 때도 여자는 충분히 아름다워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차후의 대비까지 충분히 생각해 놓으세요. 모델은 아름다움과 젊음이 끝나면 같이 끝나는 일이에요. 영원한 젊음은 없죠. 그 후에 자신의 미래를 대비해 놓지 않고 후회하면 때는 늦을지도 몰라요”라며 조언에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은 뭐?

화면으로 봤을 때도 그랬지만, 실제로 보니 비현실적으로 작은 얼굴과 길고 가느다란 팔다리가 더욱 인상적이었다. 기자는 같은 여자로서 송경아의 몸매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타고난 몸이겠지만 혹시나 또 다른 비법이 있는 건 아닌지 마지막으로 질문을 던졌다.
“운이 좋게도 집안 자체가 살이 잘 찌지 않는 편이에요. 또 식단도 채식 위주고요.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분적으로 살이 찌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전문 트레이너에게 트레이닝을 받아요. 아무리 타고 나도 노력 없이는 몸매 유지하기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죠.(웃음)”
그리고 그는 필라테스를 적극 추천했다. 송경아 본인이 상당한 효과를 봤다고.
“필라테스는 전체적인 몸매 라인을 예쁘게 해줄 뿐 아니라 틀어진 자세까지 교정해줘서 정말 건강한 몸을 만들기에 좋아요. 게다가 몸이 건강해지니까 피부까지 좋아지더라고요. 여자들에게 꼭 한 번 해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기자는 송경아의 이 한마디로 인해 전국의 수많은 필라테스 학원의 전화벨이 쉴 틈 없이 울리진 않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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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쇼핑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