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감독, 토탈 베이스볼을 지향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2.08.15 08: 55

“개인적으로 야수 15명·투수 11명의 라인업을 선호한다.”
2012시즌도 약 6주 만을 남겨놓은 가운데 올해 처음으로 1군을 지휘한 김기태 감독의 LG도 새로운 색깔이 짙어지고 있다.
올 시즌 LG는 천국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4월부터 6월 중순까지와 6월 중순부터 지금까지의 성적이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6월 중순까지는 10번의 5할 승률 붕괴 위기를 모두 이겨내는 등 위닝팀의 면모를 보였지만 이후 마치 모든 기력을 소진한 듯 두 차례 긴 연패에 빠졌고 시즌 후반기에는 위닝시리즈 없이 가라앉는 중이다.

분명 성적에 있어 기복이 심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적어도 야수진 운용방향에는 일관성이 있다. 김 감독은 시즌 개막 이후부터 한 경기에 최대한 많은 야수들을 기용하고 있는데 야수진 전원이 각자의 장기를 살려 팀 승리의 한 부분을 차지하기를 바란다. 즉, 일정 선수들의 활약보다는 팀 전체가 한 마음으로 이루는 승리에 의미를 두며 그만큼 선수단 단합을 강조하고 있다.  
단적으로 김 감독은 매 경기마다 팀 상황과 상대팀 선발투수에 맞춘 라인업을 구사하곤 하는데 보통 경기 중반 이후 대타 기용까지 생각한 타순을 짠다. 맞붙는 선발투수가 좌투수일 경우 우타자를 많이 배치하지만 타순의 중간이나 아래쪽에는 상대팀이 경기 중후반 투수를 교체했을 때를 대비해 대타라인업도 미리 완성시킨다. 한 경기에서 투입할 대주자, 대수비 역시 미리 정해놓는데 그만큼 올 시즌 LG는 주전과 비주전, 1군과 2군 선수 가릴 것 없이 야수진 전체가 경기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이는 현재 LG가 처한 상황을 분석한 결과이기도 하다. LG는 다른 팀의 비해 베테랑 선수와 중견 선수들, 그리고 신예 선수들 간의 기량차이가 크다. 때문에 베테랑 선수들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쓰고 중견급 이하 선수들은 기량발전을 유도하도록 방향을 잡았다.
김 감독의 이러한 전략은 시즌 초 LG가 선전할 때 제대로 빛났는데 베테랑 선수들을 무리하게 기용하지 않으며 슬럼프에 빠지는 것을 최소화했고 이들의 빈자리는 2군 선수까지 적극적으로 콜업시키면서 메웠다. 6월 중순까지 대타 타율도 3할에 달했는데 의외의 선수들을 주요 타순에 배치했다가 승부처에서 대타 카드를 꺼내들며 상대 마운드를 당황시키곤 했다.
실제로 김 감독은 “경기 전 김무관 타격 코치님과 상의하여 라인업을 구상한다. 일단 선수들이 지치거나 부상당하지 않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 상대 투수와의 상성, 대타 기용 여부 등을 염두하고 있다”며 “흔히들 야수 14명에 투수 12명을 쓰지만 나 같은 경우, 야수 15명·투수 11명을 선호한다”며 토탈 베이스볼에 대한 의지를 전한 바 있다. 
비록 지난 두 달 반복된 추락으로 4강권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지만 김기태 감독의 토탈 베이스볼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많은 2군 선수들이 1군 엔트리에 포함되고 있고 1군에서 지치거나 기량·기술적으로 보완이 필요한 선수들은 고민 없이 바로 2군으로 내린다. 7월 30일 팀 내 수위타자 이병규(7번)가 무릎 부상회복 및 타격 밸런스 점검차 2군으로 내려갔고 올해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쓴 윤요섭은 포수 집중훈련을 받기 위해 2군행을 통보 받았다. 그리고 윤요섭이 떠난 자리에는 신인 포수 조윤준을 올려 과감하게 7경기 연속 주전포수로 출장시켰다.
시즌 초 선전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지금 성적이지만 김기태 감독의 야구는 이제 겨우 발걸음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LG는 지난 9년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고 그만큼 개혁의 움직임이 불가피하다. 결국 리빌딩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 김 감독은 올 시즌 내내 2군에서 맹활약한 선수는 1군 성공가능성과 무관하게 반드시 1군에 올렸고 곧바로 이들의 이름을 1군 경기 선발 엔트리에 포함시킨 경우도 상당했다. 이는 즉 2군 선수들에게 ‘2군에서 잘 하면 나도 1군에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키우게 하면서 2군 선수들의 성장을 유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년 유망주 외야수 정의윤은 프로 데뷔 후 최고 타율을 경신할 것으로 보이며 김태완도 커리어 최고 타율을 올리고 있다. 포수 김태군은 전지훈련 불참통보에 악을 쓰며 국내 훈련에 매진했고 포수로서 한 단계 발전했다. 윤요섭은 김 감독과의 면담 후 다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3할대 포수가 됐다. 
올해도 LG가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다면 LG는 10년 동안 가을야구를 경험하지 못한 유일한 팀이 된다. 하지만 LG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가 10년 연속이지 김기태 감독의 LG는 이제 겨우 1년을 채워가고 있다. 즉 평가는 앞으로 1, 2년 후에 해도 늦지 않다. 올 시즌 막판까지 김 감독의 토탈 베이스볼로 어떤 선수가 더 성장하고 발굴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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