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 韓 6번째 천만영화 등극..진짜 성공이유 [천만특집①]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8.15 10: 44

  최동훈 감독의 영화 '도둑들'이 드디어 3년만에 역대 한국영화 6번째로 '1000만 클럽'에 가입한다.
15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의 집계에 따르면 '도둑들'은 지난 14일 전국 27만 9954명을 동원, 누적관객수 975만 8761명을 기록하며 박스오피스 1위의 자리를 수성했다. 이로써 '도둑들'은 개봉 22일째인 이르면 오늘(15일) 1000만 관객을 돌파할 전망이다. '도둑들'의 관객 드롭율이 크지 않고 이 날은 휴일인 광복절이기에 가능성은 충분하다.
'도둑들'의 1000만 돌파는 영화계에서도 예측하지 못한 일이었다. 500만은 무난히 남기겠으나 700만 예측에도 주저하는 이들도 있었고, 850만 정도가 최대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개봉 첫주가 지나자 '괴물'급 흥행 그래프에 1000만 돌파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도둑들'은 역대 흥행 1위인 '괴물'과 가장 비슷한 흥행 그래프로 개봉 3일만에 100만, 4일만에 200만, 6일만에 300만, 11일만에 600만, 13일만에 700만, 16일만에 800만명을 돌파했다.

'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를 만든 스타 감독 최동훈의 영화라는 점, 한 영화에서 단독 주연을 맡기도 충분한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김해숙 등 연기파-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집단 주연 영화로 캐릭터 역시 돋보인다는 점, 140억원의 대작에 한국형 블록버스터에서 볼 수 없던 케이퍼 무비라는 점, 40대 이상 중장년층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감성코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기본적으로 작품성과 재미를 담보하는 '웰메이드 상업 영화'란 점 등이 성공의 기초를 다졌지만 이들만으로 무려 '천만 흥행'을 이야기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무엇이 '도둑들'을 천만 영화로 만들었을까? 관계자들이 말하는 '진짜' 성공 이유를 살펴봤다.
◇ 여름 이벤트 종합선물세트 영화
'도둑들'은 한 마디로 완벽한 여름 이벤트 영화였다. '도둑들'은 사실 당초 겨울 개봉을 고려하기도 했다. '쇼박스'의 유정훈 대표는 "'도둑들' 겨울 개봉을 생각하기도 했는데, 반대했다. 이 영화는 여름에 개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겨울과 여름 중 고를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러 여름을 택했다"라고 전했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도둑들'의 겨울 개봉이었으면 천만 돌파가 가능할 수 있었을까, 란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 만큼 '도둑들'은 무더운 여름 더위를 날려줄 수 있는 시원한 액션과 스피드가 살아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골라보거나 먹는 재미가 있는 종합선물세트같은 여름 이벤트 영화란 생각은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정재는 "영화 안에서 (내가) 좀 더 뭘 해 보이겠다는 생각은 필요가 없었다. 이 좋은 시즌에 한 번 딱 개봉하는 영화인데 좋은 생일 파티에 끼여있다는 느낌이다. '나 그 파티에 초대됐어' 이런 느낌. 그걸로 만족하는거다. 다른 배우들도 다 똑같은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배우들의 분량 싸움? 그래서 의미없었다.
◇ 대세감-기대감 마케팅
'쇼박스' 홍보팀은 홍보 전략 중 하나로 '대세감 마케팅'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마트에서 한정된 시간에 손님들이 몰려 사재기를 하는 것처럼 하루에 스코어가 백만씩 늘어가자 500만, 600만명을 넘기면서 '꼭 봐야하는 영화', '안 보면 안되는 영화'란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것. 대세감 마케팅이 진행되면서 10~20대 뿐 아니라 40~50대 중장층 관객도 증가헸다. 
또 '기대감 마케팅' 역시 사용했다. 언론배급시사 후 높은 기대감을 갖고 본 관객들에게서도 대부분 평이 좋자 자신을 얻고 예비 관객들에게 본격적으로 기대감을 심어주는 마케팅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홍보 관계자는 "'도둑들'은 요즘 영화들과 다르게 사전 시사를 세 번 밖에 안 했다. 그 정도면 상당히 적게 한 것"이라며 "적은 시사에도 좋은 평들이 쏟아졌고 결과적으로 그것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더욱 높이는 작용을 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 '김혜수 무릎사인' 등 호감도 올리는 오프라인 행사
'쇼박스' 홍보팀은 배우들의 오프라인 행사 역시 관객몰이에 톡톡한 일조를 했다고 분석했다. 일반 한국영화들과는 다르게 '레드카펫' 행사를 진행, 시상식을 방불케 하는 초호화 캐스팅의 격조를 알렸고 배우들의 충실한 행사 참여는 이슈몰이에 성공했다. '김혜수의 무릎사인'이 대표적.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한 김혜수는 밝게 웃으며 팬들을 위해 무릎을 굽혀 사인하는 모습을 취해 온라인을 들끓게 했다. 이러한 배우들의 팬서비스는 영화의 호감도를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
"천만이 되면 관객을 업고 영화를 보겠다"라는 김수현의 귀여운 공약이나 언론 인터뷰에 적극 참여하며 본인의 재기를 알린 전지현, 홍콩배우 임달화의 내한 같은 배우들의 적극적 홍보가 분위기를 달구는 데 확실히 영향을 미쳤다. 홍보 관계자는 "까칠할 것 같고 높은 곳에 있을 것만 같은 톱스타들의 완벽한 팬서비스는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배우들의 호감도가 올라가 150~200만 정도는 그 힘으로 이뤄졌다고도 생각한다. 성공적인 오프라인 행사가 마케팅 적으로 상당히 좋은 역할을 한 예"라고 설명했다. 지난 13일에는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천만카운트다운 특별이벤트에 참석, 팬사인회를 갖기도 했다. 이날 이정재는 빡빡한 촬영 일정 속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와 참여하는 등 배우들이 남다른 열의를 보였다. 
◇ '다크나이트 라이즈'와의 대비효과
한 마디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예상보다 덜, '도둑들'은 예상보다 큰 흥행을 거뒀다. 왜 그랬을까?
당초 '도둑들'과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일주일 차이를 두고 개봉,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도둑들'의 공세에 일주일 먼저 개봉한 '다크나이트 라이즈'는 단 한 차례로 역전을 하지 못했다. 최동훈 감독의 꿈에 나올 정도로 부담감이자 압박이었던 배트맨은 한국형 도둑들에 무릎을 꿇고 만 것. 하지만 이 라이벌이 없었으면 '도둑들'의 관객수가 이 만큼 커지지 못했을 거란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도둑들' 측은 '도둑들'과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대비효과에 주목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의 암울하고 무거운 주제를 다룬 묵직한 블록버스터라 100% 재미를 추구한 '도둑들'이 오락성이 더욱 부각될 수 있었다는 것. 역대 천만영화 중 신파나 사회 문제적 이슈 없이 철저히 오락성에 집중한 영화는 '도둑들'이 최초이기도 하다.
홍보 관계자는 "요즘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대중에게 '재미가 있어' 사랑받는 만큼, '도둑들' 역시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면 재미있기 때문에 많은 관객들이 좋아해준 것으로 본다. 이는 이제 한국 관객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라고 '도둑들'의 천만이 갖는 의미에 대해 말했다.
◇ 폭염
여느 해보다 빠른 7월부터 시작해 연일 지속된 더위 역시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관객몰이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올여름 호텔업계가 폭염 특수를 누린 것처럼 냉방시설이 완비돼 있는 극장으로 발길을 돌린 관객들이 많다는 것. 실제로 7월 관객 수는 2095만여명으로 지난 해 7월(1833만여명)보다 14% 이상 증가했다. 또'도둑들'은 낮 2~4시나 심야 시간대의 좌석점유율도 높았다. 이는 폭염과 열대야를 피하고자 하는 관객들이 발길을 극장으로 돌렸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더위가 한풀 꺾인 8월 말까지 달려가는 '도둑들'은 이제 1000만 중에도 3레벨인 1100만, 1200만, 1300만 중 어디에 위치할 지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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