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미 “제가 영화만 할 것 같다고요?” [인터뷰]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2.08.17 16: 07

첫인상은 tvN 수목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주열매였다. 동글동글한 눈매와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얼굴이 윤석현(이진욱) 때문에 웃고 신지훈(김지석) 때문에 울던 주열매스러웠다. 하지만 강단있는 목소리에서는 주열매 대신 정유미의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라고 조심스럽게 돌려 말할 줄 아는 센스를 가진, 정유미와의 만남이었다.
2006년 드라마 ‘케세라세라’ 이후 6년 만이었다. 매년 2~3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쉼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지만 브라운관에서 정유미를 만나기란 쉽지 않았다. 오랜만에 나타난 정유미는 당찬 음악감독 주열매의 옷을 입은 채였다. 주열매는 윤석현과 5번 이별하고 6번째 새로운 사랑을 시작했으며 동시에 신지훈의 뜨거운 애정공세를 받았다. 두 남자와의 치열한 연애 속에 33살 주열매는 사회적 의미의 어른에 한 걸음 다가섰다.
# “제가 영화만 할 거라는 편견은 말 그대로 오해”

 
정유미가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주인공으로 거론이 된 건 지난해부터였다. ‘한다더라, 안 한다더라’ 여러 관측들이 제기되고 있을 때쯤 정유미는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출연을 확정지었다. 한 번 고사를 한 후 또 한 번 제의가 왔을 때 수락을 한 것이었다. “자주 드라마에 출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해야 할,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오랜만에 드라마 나들이를 했다.
“배우 정유미로서 다른 것을 해 보고 싶었다. 많이 고민하고 선택했다. 선택한 이후에는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내 앞에 놓여진 거니까 이걸 잘 해내는 게 중요했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표현할지가 관건이었다.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에 대한 부담감도 있었다. 언젠가부터 저에게 영화만 하는 이미지가 붙어 있었다. 저는 드라마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기회가 없었을 뿐이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
“주변 사람들이 밝은 모습 봐서 좋다고 그러더라. 저 스스로도 극 안에서 많은 걸 했기 때문에 재미있었고 그 캐릭터에 정말 많이 빠졌었다. 지인들이 내가 아는 정유미가 눈물을 흘려서 우는 게 아니라 열매가 울어서 슬펐다고 했다. 저도 참 재미있었다. 저희 집이 케이블 채널이 안 나온다. 그래서 본방 사수가 가능할 때는 친구 집에 가서 보고 오고 그랬다.(웃음)”
 
 
 
# “이진욱과 열애설, 대체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로맨스가 필요해 2012’에서의 가장 큰 이슈는 파트너 이진욱과 정유미의 스킨십이었다. 허물이 없어 보이는 두 사람의 관계에 일각에서는 열애 중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사실 정유미는 촬영 내내 이진욱과의 친분보다 주열매의 감정을 따라가기에 분주했다. 사건의 전후 관계를 전복시킨 채 진행되는 촬영 일정 때문에 정유미는 그야말로 ‘녹다운’ 됐었다.
-이진욱과의 열애설이 극 초반부터 이어졌다.
“대체 어디에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처음부터 편하고 연기 호흡도 잘 맞아서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던 건 후반, 드라마 끝으로 가서였다. 실제로 이진욱과 김지석이라는 배우가 어떤 사람들인지 모르겠다. 저는 윤석현과 신지훈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분명한 건 배려가 많은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촬영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열매가 감정을 정리하기 위해 며칠 동안 걷기를 반복하던 장면이었다. 어떤 술 취하신 분께서 내 땅이라고 나가라고 하시곤 촬영이 시작되면 플래시를 터트리면서 사진을 찍어서 몇 차례 연기 됐다. 석현이하고 마지막 장면을 찍을 때는 휴가철이어서 옆 펜션이 관광객으로 꽉 찼다. 폭죽소리도 들리고 음악 소리도 나고 가까스로 촬영을 하려고 하면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고. 에피소드가 많았다.”
-아쉬웠던 점은 뭔가.
“감정이라든지 디테일한 표정 연기가 아쉬웠다. 연기가 감정의 흐름대로 가면 편한데 그렇게 할 수 없다. 마지막을 예로 든다면 마당에 모여 해피엔딩을 찍고 다음 촬영에서 석현과 헤어지는 장면을 연기했다. 감정으로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는데 몸은 몇 날 며칠을 걷는 열매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 어떤 잔잔한 장면이면 폭을 유지하겠는데 진폭이 끝까지 갔다가 내려오는 장면이 많아 어려웠다. 말로 ‘정신병 걸릴 것 같다’고 뱉어낼 정도였다.(웃음)”
# “쉴 때는 요리삼매경, 무말랭이도 직접 만들어”
 
끝이 안 보이던 촬영이 드디어 끝났다. 석현이와 열매의 사랑이 해피엔딩을 맞은 지 고작 2일. 그는 밀린 화보 촬영과 인터뷰 일정을 소화하느라 ‘로맨스가 필요해 2012’의 연장선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도 한숨 돌릴 정도는 된다”는 정유미는 환한 미소로 달콤한 휴식을 계획 중이다.
-촬영이 없을 때 뭐하고 지내나.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하는 스타일이어서 한 때는 요리를 정말 많이 했다. 영화 ‘도가니’ 할 때였는데 요리하는 게 재미있어서 요리책 보고 오븐도 사다놓고 쿠키도 만들고 그랬다. 토마토를 삶아서 직접 토마토 스프를 만들기도 했고 무를 사다가 말려서 무말랭이를 만든 적도 있다. 이번에 드라마 촬영 할 때는 스태프들하고 저희 집에서 샤브샤브 만들어 먹고 놀았다.”
-몸매 유지는 어떻게 하나.
“오히려 먹는 대로 찌는 편이긴 하다. 특히 촬영 할 때 많이 먹는데 에너지 소모량이 많다보니까 점점 빠지는 것 같았다. 3일만 밤 새도 살이 많이 빠진다. 또 하루에 10시간 넘게 촬영하면서 계속 말을 하고 있다. 말을 많이 하니까 얼굴 붓기도 많이 빠지고 좋더라.(웃음)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작품에 들어가면 할 수 없으니까 쉬는 동안 이것저것 하려고 한다. ‘로맨스가 필요해 2012’ 들어가기 전에는 필라테스를 하면서 자세를 교정했었다. 촬영하면서 무너졌지만.(웃음) 필라테스는 다시 할 예정이다.”
  
정유미의 브라운관 복귀는 성공적이었다. 스스로도 힘겹게 만난 팬들의 존재에 감격스러워했고 지인들의 격한 모니터링에 행복을 느끼며 8주를 보냈다. 그래서 이제 드라마에 좀더 욕심을 내볼 참이다.
“드라마는 앞만 보고 간다. 감정을 빨리 털어낼 수 있다는 점이 저에게는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람마다 캐릭터를 대하는 자세가 다르지 않나. 저는 연기를 한 후 대사를 외울 걱정을 하고 이 호흡으로 가야겠다 설정할 때는 캐릭터가 아닌 정유미로 돌아온다. 캐릭터에 빠져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드라마를 하면 많은 분들이 좀 더 친근하게 바라봐 주신다. 그게 드라마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저도 자주 얼굴 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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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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