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차가운 배려'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OSEN 최준범 기자
발행 2012.08.23 10: 21

“머리가 너무 산발로 나왔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빗질에 조금 더 신경 쓰는 건데.”
온스타일 '도전 수퍼모델 코리아3(이하 도수코3)’에서 미션화보 디렉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톱 스타일리스트 한혜연. 그가 방송을 본 직후 느낀 첫 소감은 평범한 여자와 같은 아쉬움이었다. '호랑이', '카리스마'같은 방송 속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소감이다.
도수코3 속 한혜연의 역할은 도전자들의 미션 수행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그들의 헤어, 메이크업, 옷을 포함한 전체적 스타일링과 표정, 표현, 손짓 하나까지 관여한다.

그러다 보니 화면 속 한혜연은 어느새 카리스마로 중무장돼 있었고, 그의 카리스마로 인해 도전자들 사이에서 ‘호랑이 선생님’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얻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혜연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사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패션의 soul을 만나다’ 인터뷰 속에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 한혜연, 그의 배려는 좀 차갑다
도수코3에 비춰진 한혜연은 무엇을 하든 우회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한다.
“현장에서 미션을 진행하다 보면 시간이 넉넉지 않아요. 아주 다급하죠. 원래 성격도 그렇지만 이런 상황에선 직설적으로 쉽게 얘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요. 듣는 이로서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해가 쉽기 때문에 어떤 부분이 잘못됐건 수정이 바로 이뤄지죠.” 
지적을 우회적으로 돌려 할 경우, 도전자가 잘 알아듣지 못해 현장진행이 엉켜버릴 수도 있다는 것이 한혜연의 생각이었다. 하나는 물론 둘까지 생각한 그의 배려는 따뜻하기보다는 좀 차가웠다. 
“그러나 따뜻한 한마디가 필요할 때도 있어요. 도전자들이 제 기량을 못 펼칠 때가 그렇죠. 이럴 땐 따뜻한 칭찬으로 먼저 긴장을 풀어줘요. 그리고 함께 좋은 방향을 잡아서 최고의 컷이 나올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줘요.”
한혜연이 맡은 미션화보 디렉터의 역할 수행 범위는 예상보다 방대했다. 그는 미션화보 디렉터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션화보 디렉터는 도전자들의 기량을 최고로 끌어내야 하는 발전기 같은 사람이 돼야 해요. 또 도전자들의 포즈와 표현에 힘을 실어주고, 그들의 특성을 파악해 어떠한 단점도 최소한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를 띤 것 같아요.”
 
▲또 다른 모습, 이효리의 '친한 언니' 한혜연
한혜연은 톱 스타일리스트다. 지금껏 소지섭을 필두로 이효리, 임수정, 김태희, 송혜교, 한효주, 차예련 등 대한민국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일을 하면서 친분까지 두터워졌다.
“처음에는 잡지와 광고 쪽 일만 해 연예인들을 접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패션 화보 일을 도맡게 되면서 차차 정상급 연예인들을 만나게 됐고, 친분까지 유지하게 됐어요. 요즘도 저를 찾는 전화가 자주 온답니다.(웃음)”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를 기자가 직접 만나보니 친분유지의 비밀을 조금은 알 것도 같았다. 스스럼없는 모습, 동네 친한 언니 같은 말투, 유쾌한 에너지까지. 누구라도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이들 중 자주 만나는 연예인이 있다면. 
“(이)효리 씨인 것 같아요. 효리 씨를 알고 지낸 지는 햇수로 10년이 넘었어요. 화보를 통해 알게 됐는데 그 당시 서로 통했던 게 많아 금방 친해졌어요. 그래서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고요. 효리 씨의 경우, 음반 쪽 스타일링은 따로 전담하는 분이 있어, 저는 효리 씨의 잡지화보, 광고 쪽 스타일링만 전담하고 있답니다.”
매일 친한 사람들과 작업을 하는 한혜연 스타일리스트는 행복해 보였다. 미소 또한 인터뷰 내내 끊이질 않았다.
“스타일리스트로서 친분 있는 사람들과 지속해서 일을 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에요. 오랜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어서 더욱 좋죠. 그러나 일을 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느끼고, 다른 부족한 부분을 평소 알지 못했던 사람에게 배울 수 있기 때문에 4~5년 정도 되면 다른 사람을 비롯한 여러 사람과도 일을 해 본답니다.”       
▲ 하정우를 좋아하는 한혜연, 일상 속 모습은...
일에 대한 남다른 애착으로 강한 면모만을 주로 보여줬던 한혜연은 인터뷰를 통해 일반인 여성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신선한 모습을 많이 드러냈다.
“저도 보통 여성들과 똑같아요. 늘 옷장 앞에서 고민하고 ‘입을 옷이 없다’고 말해요. 한번은 입을 옷이 없어서 옷장 앞에서 한 시간 내내 서 있었던 적도 있어요. 그날 입은 스타일이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고요.(웃음)”  
신선했지만 의외였다. ‘국내 톱 스타일리스트가 옷장 앞에서 고민을 한다?’ 살짝 아이러니다. 이미지로는 옷장 앞에서의 고민은커녕 단숨에 옷을 고를 것 같았는데 그도 일반 여성과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특별히 옷을 입을 때 지향하는 스타일이 있을까. 
“저는 스타일의 범위를 제안하지 않아요. ‘힙합’부터 ‘섹시’까지 가리지 않죠. 그리고 스케줄이 있는 날이면 스케줄 분위기에 맞춰 옷을 입어요. 옷을 입을 때는 T.P.O(Time, Place, Occasion)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항상 기본에 충실한다는 말로 들렸다. 그는 지금까지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에 톱 스타일리스트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물론 일반 여성들과는 다른 점도 있다. 다년간 스타일리스트로서 맹활약을 펼쳤던 만큼, 쇼핑할 때 특별한(?) 혜택을 받는다.
“물론 있어요. 브랜드에서 스페셜 리스트라고 해서 10~20% 할인이 되는 카드를 만들어 줘요. 또 고가의 선물을 저한테 보내기도 하죠. 하지만 무턱대고 다 받지는 않아요. 그 선물 안에는 대가성이 포함돼 있거든요. 기브 앤 테이크라고도 하죠. 그래서 그만큼의 대가를 치를 수 있는 선에서만 선물을 받아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스타일리스트 한혜연이었다.
이런 그가 마음에 들어하는 남자의 스타일이 궁금했다. 혹시 같이 일하고 싶은 남자 배우가 있을까. 한혜연은 주저없이 하정우를 택했다.
“하정우 씨요. 하정우 씨는 여러 번 저하고 일을 했었는데 촬영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개성이 뚜렷하고, 무언가 말로 설명 안 되는 독특한 매력이 있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매번 멋있게 변신시켜주고 싶어요. 정말로요.(웃음)”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한혜연은 이 순간 상상만으로도 행복한 일반인 여자였다.
 
▲ 미래의 꿈나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인터넷을 잠깐만 살펴봐도 '스타일리스트 되기'에 대한 문의 글들이 꽤 많이 올라와 있다. 이에 대해 한혜연은 “우리 아기들 어떡해”라며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했다.
“스타일리스트는 현실 속 존재하는 것을 재창조하는 직업인만큼 기본기가 탄탄해야 돼요. 그래서 대학교에 입학해 4년 동안 최대한 견문을 넓히는 것이 중요해요. 하지만 여건이 안될 때에는 스타일리스트를 양성하는 전문 학원에 들어가는 방법이 있어요.” 한혜연이 말하는 일반적인 스타일리스트의 진로다.
“그리고 졸업 후 저처럼 스타일리스트 팀에 들어가거나 패션에디터, MD(엠디) 등 여러 가지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죠. 다만 저는 이왕 일을 시작할 거라면 빨리 현장에 들어왔으면 좋겠어요. 사실 패션계는 10년 전에 저와 같이 일했던 분들이 직위만 바뀐 채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좁거든요. 그래서 빨리 현장에 들어와 오랜 실무 경험과 인맥을 쌓는 것이 경쟁력을 키우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이어 한혜연은 요즘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안타까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요즘 스타일리스트를 꿈꾸는 학생들을 보면 너무 대기업만 지향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자신의 꿈과 지표가 확실하다면 꼭 대기업이 아니어도 괜찮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오랜 기간 자신의 능력을 100% 펼칠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는 것이니까요. 너무 대기업 취직에만 목숨 걸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디서 경험을 쌓든 분명 그 경험은 본인에게 자양분으로 돌아와, 좋은 길로 인도할 테니까요.”
junbeo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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