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soul을 만나다] 최복호, "강남스타일은 비빔밥"
OSEN 이예은 기자
발행 2012.08.29 11: 53

“내가 본 싸이(PSY)씨의 '강남스타일'은 비빔밥의 패러디다.”
비빔밥은 서로 다른 음식을 한데 모아 고추장과 참기름을 함께 넣고 버무리는 한국의 전통음식이다.
서로 다른 음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것이 특징인 비빔밥은 맛을 알기 전 ‘과연 맛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먹어보면 섞기 전에는 알기 어려울 정도의 일품인 맛을 낸다. 이것이야말로 맛의 시너지 효과라 할 수 있다.

이번 '컨셉코리아 S/S 2013'에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5인 중 하나로 선발된 최복호 디자이너는 “싸이 씨의 뮤직비디오를 봤을 때 비빔밥과도 같았다. 세계적인 시스템과 우리의 복고 문화를 한데 섞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를 냈음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며 즐거워했다.
최복호 디자이너 또한 이번 ‘컨셉코리아 S/S 2013’에서 자연주의와 화학적인 소재를 맛있게(?) 비벼 뉴욕 런웨이에 내놓을 예정이다. 기자는 컨셉코리아 디자이너들과의 회의를 위해 대구에서 올라온 최복호 디자이너를 강남 한국 콘텐츠 진흥원에서 만나 자세한 사항을 물었다. 
▲'미리 보는' 최복호의 첫 컨셉코리아
이번 컨셉코리아에서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쓰이던 다섯 가지의 색깔인 ‘오방색(빨강, 파랑, 노랑, 흰색, 검정) 중 하나를 골라 무대 뒤 배경에 사용해야 한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흰색’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번 작품에는 다양한 컬러와 패턴,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담았다. 이것을 단 하나로 대표할 수 있는 색을 생각하다 보니 ‘흰색’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흰색은 다른 색들과 강한 대조를 보이는 컬러다. 그 강한 대조만큼이나 뉴욕 컬렉션에서 그의 디자이너로서의 색깔이 확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그는 뉴욕패션위크의 창시자인 펀 말리스로부터 “최복호의 패션 세계는 철학가적 면모가 돋보인다. 독특한 스타일의 컬러와 모티브를 활용한 차별화된 개성이 장점이며 전반적으로 제품의 완성도와 퀄리티가 높다”는 평을 받을 만큼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한 디자이너다.
이번 컨셉코리아에서는 어떠한 콘셉트로 뉴욕 패션피플들을 눈을 사로잡을 것인지 궁금했다. 
“이번 컬렉션은 인터프리테이션 오브 더 마스터 피스(Interpretation of the master piece)라는 콘셉트 하에 예술성을 지니는 다양한 고전들, 순수 미술의 회화적 요소에 모티브를 뒀다. 그리고 컬렉션 전반에 아날로그 방식의 평면 예술인 회화를 디지털 기법의 ‘패션 오브제’로 변형하는 과정을 담았다.”
최복호 디자이너의 이번 작품은 천재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과 환상과 몽환적 꿈을 주는 샤갈의 작품, 낭만적인 색감의 터너 작품과 같은 'masterpiece(걸작)‘에서 영감을 얻어 패션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이같은 설명과 함께 최근 대히트한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했다.
"'강남스타일'은 제목만 강남이지, 전혀 럭셔리하지가 않아서 그 모순된 매력이 사람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비빔밥도 마찬가지다. 못 살던 때 아무거나 넣고 비벼 먹던 그 음식이, 이제는 가장 럭셔리한 기내식으로도 쓰인다. 이번에 선보일 무대 또한 비빔밥같이 연출할 생각이다. 가장 자연적이면서도 첨단의 감각을 살린 디자인을 보여줄 것이다."
▲ 패션계는 지금 ‘쏠림 현상’, 그러나 수용해야 할 일
컨셉코리아 준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최복호 디자이너는 패션계가 쏠림 현상 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진심으로 강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쏠림 현상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시선 또한 독특하다.
“최근 아웃도어와 SPA브랜드 시장에 새 바람이 불면서 패션 산업이 이 쪽으로만 많이 기울었다. 때문에 패션 산업에 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는 이들도 많은데, 이는 패션계와 대중과의 소통이 잘 안 되어서 일어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또한 패션회사가 기획, 제조, 유통을 일괄적으로 관리하는 SPA 브랜드들을 다양하게 내놓으면서 쏠림 현상이 시작됐다고 말하는 그는 이 현상에 대해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라고 표명했다. 쏠림 현상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소개하면서 그는 다시 '강남스타일' 얘기를 꺼냈다. 
“쏠림 현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강남 스타일’이 큰 이슈를 불러일으킨 것도 쏠림 현상의 하나다. 해외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강남 스타일’에 대한 우호적인 반응을 보인 것부터가 이슈의 시발점이 됐고, 결국 폭발적인 관심으로 이어졌다. 물론 노래와 춤이 좋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말이다.(웃음)”
최복호 디자이너는 쏠림 현상에 대해 ‘긍정 반 부정 반’이라는 의견을 내놓았고 결국 해결방안은 쏠림 현상을 수용하는 데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내가 이 나이에도 홈쇼핑에 출연하는 등 도전을 계속하고, 패션 외에도 문화공간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걸 보고 '그런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느냐'고 궁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패션계의 '쏠림 현상'을 수용하고 대중과 함께 가려면 그런 노력들이 필요하다. 디자이너로 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 패션으로 먹고 사는 CEO의 철학은?
최복호 디자이너는 패션 외에도 갤러리 전시, 문화 행사, 콘서트, 문화 공간 운영 등을 하며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한우물만 파기도 빠듯한 세상이지만 그는 젊은 사람 못지않게 패션 외적인 분야에서도 열정적이었다. 
“나는 패션이라는 코드가 옷에서만 국한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옷은 인간의 육체에 입혀지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옷이란 몸에 입는 것이지만, 입은 사람의 그 날 기분, 나아가 내면을 반영하는 것이다. 결국 옷이란 정신이다. 그래서 나는 다양한 문화들과의 접촉을 통해 영감을 얻고, 열정을 갖는다.”   
패션 외적인 분야도 패션의 자양분으로 소화시키는 최복호 디자이너지만, 회사에서는 CEO로서 경영 마인드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씨엔보코(C&BOKO)' 대표로서도 나름의 철학이 있다. 그는 노련한 경영인답게 경영 철학 또한 살짝 공개했다.
“대표는 ‘왕’ 같은 자리가 아니라고 생각해 항상 직원들과 같이 어울림은 물론, 그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섞이려고 노력한다. 또한 대표자는 보고 지시하는 역할이 아니라 항상 들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직원들에게 글쓰기를 '강요'한다.” 얼른 듣기에는 직원들과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처럼 들렸지만, 그게 아니다.
“단지 소통의 문제는 아니다. 처음 직원들에게 업무보고 일지를 받으면서 언어와 생각의 틀 자체가 나와는 다름을 느꼈다. 세대가 다르고 위치가 달라서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실 대표자의 언어는 직원이 쓰는 언어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대표자는 회사를 경영하는 입장에서 끊임없이 이익을 창출해내기 위해 생존형 싸움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직원들은 회사 또는 나에게 기대는 입장이다. 이러한 입장의 차이가 같은 언어를 쓰지만 다르게 느껴지는 근본적인 원인 같다. 매일 글쓰기를 통해 소통하고, 또 좋은 강의가 있으면 같은 학생의 입장에서 함께 듣기도 하면서 언어의 이질감을 줄이고 있다.”
최복호 대표는 그림을 그리고 색채를 쓰는 것에만 능할 것 같은 디자이너의 이미지와 달리 글을 쓰는 것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인간에게 있어 글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써야 자신이 가진 사상의 밭에 꽃을 피울 수 있고, 그 꽃이 핌으로써 ‘표현’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디자이너 지망생만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참고할 만한 각종 철학의 경연장이었다.
junbeom@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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