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7정도를 하고 있었어야 4강 싸움 우위를 점했을 텐데. 어쨌든 우리가 그 대열에서 떨어져있는 상태다. 감독으로서 핑계는 대지 않겠다”.
누수가 컸던 팀이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세 명을 잃었고 사상 초유의 경기 조작 사태로 인해 젊은 에이스와 미래의 에이스감을 졸지에 잃었다. 비시즌 전문가들은 그들을 최약체로 꼽았으나 전반기 한때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새 시즌 60패라는 목표에 단 1패만이 남아있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시즌 말엽에 돌입 중인 상태에서 다시 한 번 분전을 다짐했다.
LG는 올 시즌 전적 107경기 45승 3무 59패(30일 현재)로 7위에 그치고 있다. 시즌 종료까지 26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4위 두산과는 9경기 차에 6위 넥센과도 5경기 반이나 차이가 난다. 산술적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사실상 4강 경쟁에서 밀려났다고 보는 것이 무방하다. LG의 가장 최근 포스트시즌 진출은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으로 어느덧 만으로 10년째가 되었다. 팬들의 안타까움과 실망감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러나 시즌 전 악재가 굉장히 많았던 LG임을 생각하면 그들은 확실히 분전했다. FA 시장에서 프랜차이즈 주전 포수(조인성, SK)와 후반기 마무리(송신영, 한화), 호타준족 외야수(이택근, 넥센)을 내줬다. 보상선수로 각각 임정우, 나성용, 윤지웅(경찰청) 등 전도유망한 선수들을 얻었으나 현재가치가 아닌 미래 가치가 높은 선수들이다. 여기에 연초에는 경기 조작 사태까지 이어지며 지난해 13승을 거둔 에이스 박현준과 우완 유망주 김성현이 졸지에 프로야구를 떠나고 말았다. LG가 4강에 갈 것이라고 예상한 야구인은 거의 없었다.
초보 감독으로서 김 감독은 힘들어하면서도 선수들을 더욱 다잡고자 노력했다. 시즌 전 “올 시즌 60패가 목표”라며 구태의연한 ‘포스트시즌’을 목표로 삼기보다 패배의식 탈피를 제창했던 김 감독. 그러나 레다메스 리즈의 마무리 전향 실패, 경험 많은 포수 심광호의 무릎 수술 결장에 이어 좌완 에이스 벤자민 주키치의 계투 아르바이트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고 공격 선봉이 되던 톱타자 이대형이 부활하지 못하고 타율 1할대로 주저앉으며 LG의 순위는 점차 하락했다.
29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만난 김 감독은 “시즌 초 목표가 오늘이 될 지 아니면 이번 주말이 될 지 다음주가 될 지는 모른다. 다만 현 상태에서 +7정도 하고 있다면 4강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밝혔다. 객관적 전력 열세라는 평가 속에서도 수장으로서 기죽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자 노력했던 김 감독은 아쉬움을 꾹 참고 말을 이어갔다.
“순위가 하위권으로 떨어진 만큼 감독으로서 핑계를 대지는 않겠다. 다만 앞으로 남은 경기는 팬들을 위해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 선수들도 힘들겠지만 그동안 정신적으로 강해졌다는 것을 보여줘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뒤이어 김 감독은 “감독의 목표가 틀어졌을 뿐 아직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 힘들겠지만 다들 끈질기고 집중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라며 선수단 전체의 분발을 촉구했다. 내달 1일 확대 엔트리 5인 추가 시행에 앞서 투수진 옥석 가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김 감독이 시즌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한 예다.
“야수 쪽에서는 조윤준(포수)이나 최영진(내야수), 서상우(외야수) 등을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다만 투수 쪽에서는 아직 후보를 결정짓지 못했다. 좀 더 지켜보고 보고를 받아야 한다. 팔꿈치 부상으로 내려간 유원상은 이제 캐치볼을 하고 있는 정도다. 불펜피칭 상태를 지켜보고 2군 실전 등판을 가진 연후에 1군에 복귀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올 시즌 LG는 예년에 비해 확연히 달라진 모습도 많이 보여준 팀이다. 주장 이병규(9번)는 1군은 물론 2군 선수들에게도 좀 더 혜택을 주고자 노력하며 주장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했고 김 감독도 권위의식을 앞세우기보다 ‘형님 리더십’으로 선수들과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다. 백업이 익숙했던 내야수 김태완은 극심한 허리 통증을 이기고 생애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근성을 발휘했다. 젊은 유망주들 중에서도 투박한 기술에도 불구, 투지를 갖고 잃을 것 없는 듯 덤벼드는 이들이 많아졌다.
시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자 하는 김 감독의 마음.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한때 LG에 만연했던 어설픈 스타의식 대신 근성이라는 싹을 틔우고 있는 선수들의 마음을 다음 시즌까지 제대로 규합하는 것이다.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