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니엘 "애어른은 별로..20대 불태우고 싶다"[인터뷰]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8.31 11: 17

드라마 ‘유령’은 서막에 불과했다. 사이버 범죄를 다룬 스릴러 드라마 ‘유령’에서 천재 해커 하데스 역을 맡아 카메오급 출연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최다니엘이 본격 범죄스릴러 ‘공모자들’로 돌아왔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공모자들’의 임펙트는 상당하다. 최다니엘은 “수위를 조절한다고 했는데도 영화의 여운이 상당하다”며 “이런 장르인 줄 모르고 보신 분들은 놀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할 정도. ‘공모자들’은 지난 2009년 한 신혼 부부가 중국 여행을 하던 중 아내가 납치를 당했는데 두 달 후, 장기가 모두 사라진 채 발견됐다는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장기 밀매의 희생자가 돼 흔적도 없이 사라진 아내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편 상호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최다니엘에게서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동안미녀’, 영화 ‘시라노 연애 조작단’ 등에서 보여줬던 젠틀하면서도 유쾌한 매력은 찾아보기 힘들다. 최다니엘은 영화 속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뒤집는 완벽한 연기 변신을 선보였으며,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에게는 상호 캐릭터가 가장 깊이 뇌리에 남을 만하다.

-‘공모자들’에서 가장 중점을 두고 연기했던 부분은?
▲ 개인적으로 스릴러를 좋아한다. 영화 ‘다크나이트’도 두 세 번 봤다. 장르 마니아들은 영화를 두 번 이상 본다. 처음에는 놀라움으로 보고 두 번째는 캐릭터들의 디테일들을 위주로 다시 본다. 그런 분들을 위해 영화를 두 번째 봤을 때 트릭들을 알아차릴 수 있도록 장치를 해놨다. 그렇게 연기톤도 조절했다. 두 번 보는 관객까지 생각해서 만든 영화다.
-스릴러를 좋아해서 ‘공모자들’을 택한 건가?
▲ 보는 건 좋아하는데 만드는 건 안 좋아한다.(웃음) 만드는 사람들의 책임 같은 게 않나. 특히 ‘공모자들’ 같은 스릴러는 호불호도 갈리는 편이고, 관객층도 국한되는 면이 있다 보니 좀 망설여졌다. 그런데 감독님이 정성스레 쓰신 편지와 대본에 넘어갔다. 대본 한 장 한 장마다 제 이름이 씌여져 있더라. 이렇게 나한테 정성을 들이는 사람이라면 영화나 캐릭터를 상하게 하지는 않겠구나라는 생각에 하게 됐다.
-김홍선 감독에 대한 신뢰가 대단한 것 같다. 한국형 크리스토퍼 놀란이라고 극찬하기까지 했는데?
▲ 사실 글을 먼저 읽고 영상을 보면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공모자들’ 같은 경우는 시나리오보다 오히려 스크린에서 느낌이 더 잘 살아서 놀랐다. 반전 앞에 또 다른 반전이 놓는 치밀한 완벽주의도 좋았다. 물론 스토리상의 조금의 덜컹거림은 있지만 감독님의 입봉작이고, 첫 시도라는 면에서 이 정도면 나중에 한국형 놀란 감독이 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에 한 말이다.
 
-쾌활하고 까불대는 캐릭터에서부터 진지하고 남성적인 캐릭터까지 자유롭게 오간다. 비결이 있을까?
▲ 우리가 운전을 배워 면허를 따면 차종이 바뀌어도 웬만한 차들은 다 몰지 않나. 자전거도 한 번 배워놓으면 24단이든 21단이든 산악자전거든 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모델을 타면 처음엔 어설퍼서 맞지 않는다든가 삐걱거림이 있어서 어색한 기분이 들 수는 있지만,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은 똑같다. 연기도 마찬가지이지 않을까.
-이미지 변화에 안경이 유용하게 쓰이는 것 같다.
▲ 애초에 안경을 아예 벗고 할 거냐 쓰고 할 거냐를 고민했을 때 감독님이 쓰길 원하셨다. 결과적으로는 감독님 의견에 따른 것이지만 어떻게 보면 이미지의 소비가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단순히 안경을 쓰고 벗는 걸 떠나 안경으로 연기에 ‘포인트’를 줬다면 그건 ‘소비’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영화는 내가 지금까지 연기를 해오며 안경을 이용해 이미지를 소비한 첫 번째 경우였던 것 같다. 당시 감독님의 제안이 흔쾌히 내키지는 않았던 게 솔직한 심정이다.(웃음) 그래서 더 열심히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안경을 쓰고 안 쓰고는 영화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으니 상관없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웃음)
-안경 쓴 모습과 안 쓴 모습 중 어떤 게 더 매력적인 것 같나?
▲ 내 얼굴이어서 그런지 난 잘 모르겠다. 만날 보니까 아 이렇게 생겼구나 정도다. 안경이 없다고 해서 자신감 없어지거나 하지 않는다.(웃음) 안경으로 인해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게 재밌다. 안경 얘기는 대중과의 간접적인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한 예로 누구든 나에게 안경을 빌미로 말을 건넬 수 있고, 나도 대꾸는 못해도 시선이라도 마주칠 수 있고 하는 게 소통 아니겠나. 보통 대중들은 나를 수동적으로 만난다. TV도 그렇고 인터넷도 그렇고 자의적으로 볼 때도 있지만 어쩌다가 수동적으로 보게 되는 것들이고 나는 그 속 안에 있다. 그런 면에서 연예인과 대중의 갭은 클 수밖에 없는데 기자 분들이 안경에 관해 질문해 주시는 것들이 대중이 진짜 내게 관해 궁금해 하는 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라도 대중이 원하는 걸 하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닌가 한다. 대중이 나를 생각해준다는 게 좋고, 무관심보다는 그런 관심이 훨씬 고맙다.
 
-적은 비중에도 ‘유령’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뭔가? 1,2회만 나오는 설정이 아쉽지는 않았나?
▲ 영화를 한 편 했었기 때문에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분량에는 큰 욕심이 없었다. 대사가 줄면 오히려 좋았다. 어쨌든 나는 드라마에 나오는 거고 내 역할은 변하지 않는 거니까. 큰 배우와 작은 배우 있어도 큰 배역 작은 배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배역이 소중하고 똑같다. 어떤 한 사람만 빠져도 극은 완성되지 못한다.
-‘유령’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예상했나?
▲ 찍을 때는 몰랐지만 글(대본)이 굉장히 재밌었다. 순전히 글 때문에 하게 됐었는데 이렇게 큰 파장이 있을지는 몰랐다.(웃음) 어차피 박기영이 남은 18회를 이끌어가야 하는 주인공이었고, 언제 어떤 능력을 보일지 모르는 변화무쌍하고 똑똑한 놈이니 최대한 많이 깔아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
-소지섭과 10살차인데 극중에서는 친구로 등장했다. ‘노안’이라는 별명이 기분 나쁘지는 않나?
▲ 딱 봐도 아이유나 샤이니 또래 같지 않나?(웃음) 사실 어릴 때는 조숙하다는 말이 듣기 좋았다. 그런데 주위에서 조숙하다는 말을 들으면 자기도 모르게 조숙한 행동을 하게 되고, 그게 어느 정도 인격 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애어른은 별로다. 어느 날 문득 2,3년 후면 서른인데 지금부터 서른 살 같다는 소리를 들으면 나의 20대는 2,3년 부족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 그 나이 때 즐길 수 있는 걸 즐겨야 행복하다는 생각에 ‘더 어리게 철없게 놀 거야, 온몸을 불 태울 거야’ 다짐했는데 주위에 사람이 없는 거다.(웃음) 그래서 좀 외롭다. 이런 생각을 하기 전에는 외롭다고 느낀 적이 없었는데 촬영장에서 바쁜 게 싫어지고, 내 삶을 영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웃음) 아무래도 올해 여름을 지나고부터는 아이유가 누나 같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정도로 어려지지 않을까 한다.(웃음)
-차기작도 스릴러다. SF 스릴러 ‘AM 11:00’ 출연을 결정한 결정적 이유는?
▲ ‘AM 11:00'과 ‘유령’이 동시에 크랭크인 했는데 ‘AM 11:00’은 뭔가 완벽하게 하고 싶은 느낌이 들지 않아서 ‘유령’을 하게 됐다. 그런데 ‘유령’을 끝냄과 동시에 ‘AM 11:00'쪽에서 SOS 콜이 왔고 받아들였다. ‘SF를 어떻게 찍지?’라는 두려움 때문에 내 것이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는데, 결국 다시 나에게 오니 ‘이게 정말 내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그 전에는 내가 잘하는 것만 했다면 이제는 내가 잘 하는 게 잘 안 먹히는 때가 왔다고 본다. 매도 일찍 맞는 게 낫다고 어설프더라도 도전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매너리즘을 깰 수 있는 트레이닝 과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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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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