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없었다. 그러나 지난 10년과 다른 점이 있다.
LG는 2일 사직 롯데전에서 2-7로 패배, 올 시즌 23경기를 남겨두고 60패(46승 4무)째를 당했다. 이로써 김기태 감독이 부임 첫 해 목표로 설정한 60패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5할 승률에서 -14, 승률 4할3푼4리에 머무르고 있는 LG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남은 시즌 단 한 번도 패해서는 안 된다.
김 감독은 2012 시즌의 시작을 알리는 시무식에서 “이기라고 안하겠다. 60패만 하자”며 색다른 다짐을 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선수들이 받은 상처를 이해했기에 승수보다는 패수를 내걸어 선수들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실제로 LG는 6월 중순만 해도 단독 2위까지 치고 올라가며 올 시즌 반전의 주인공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6연패를 시작으로 급격히 추락했고 여러 부분에서 문제점을 노출시키며 고개를 숙였다.

이렇게 2012시즌의 LG는 지난 10년이 반복된 또 하나의 시즌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2011시즌에도 6월까지 무서운 기세로 치고 나갔지만 시즌 중반부터 무너졌고 2007시즌에는 마지막 한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그래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2012시즌의 LG는 이전까지와는 다르게 ‘신구조화’를 추구했고 일정부분에서 결과를 냈다는 점이다. 즉, 지난 10년 동안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던 리빌딩에 대한 밑그림을 비로소 그리는 중이다.
올 시즌의 LG는 그야말로 이곳저곳이 구멍이었다. 주축 선수 5명이 팀을 떠나면서 내세울 포수가 없었고 토종 선수 중 선발진에서 중심을 잡아줄 투수도 안 보였다. 2011시즌 최근 어느 해보다 막강한 전력이었지만 승률 4할5푼, 6위에 그쳤기에 2012년에 대한 전망을 밝을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4강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탈꼴찌가 현실적인 목표로 보였다.

6월 중반까지 반전의 중심에는 신진세력의 등장과 팀 구성 변화가 자리했다. 답이 보이지 않았던 선발진에 이승우를 시작으로 최성훈, 임정우가 나타났다. 9년 동안 이어진 마무리 잔혹사·허약한 불펜진도 유원상, 봉중근이 선발투수에서 각각 셋업맨과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전환하고 류택현과 이동현이 재기에 성공, 우규민의 복귀로 두터워졌다. 물음표였던 4번 타자 자리에는 정성훈이 커리어 두 번째로 높은 장타율을 올리며 해답이 됐다.
비록 선발진에 지난해처럼 두 자릿수 승을 올린 깜짝 카드는 없었고 시즌 후반 유원상이 이탈, 정성훈도 연일 홈런을 때려내던 기세를 이어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추락 속에서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어느 때보다 많은 2군 선수들이 1군 그라운드를 밟았고 기존 선수들의 자리 이동도 잦았다.
이러한 시도는 신예 선발진을 구축하는 데 큰 힘이 됐고 시즌 중반부터는 자연스럽게 신예 세력이 베테랑을 밀어내는 결과를 낳았다. 외국인 원투펀치 주키치·리즈를 제외하면 6월 중순부터 선발진에 베테랑 투수는 김광삼 한 명 뿐이며 신진세력이 기존 베테랑과의 선발로테이션 경쟁에서 승리, 이제는 이승우, 최성훈, 임정우, 신재웅 등이 선발투수로 나오는 게 자연스럽다. 포수진에선 3할 타자 윤요섭을 비롯해 도루저지율을 3할대로 끌어올린 김태군이 각각 공격형·수비형 포수로 1군 경기에 나서고 있다. 이대형의 부진으로 공란이 된 1번 타자는 오지환이 후반기부터 향상된 타격으로 메우는 중이다.
분명히 지금까지 LG는 미래를 위한 ‘제대로 된 투자’에 임하지 않았다. 새로 부임한 감독마다 야심차게 우승, 혹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내걸었을 뿐이다. 2010시즌 박종훈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며 리빌딩을 외쳤지만 2011시즌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탈이 났다. 좀처럼 유망주들이 성장하지 않았고 트레이드나 방출로 팀을 떠나니 다른 팀에서 빛을 냈다.

하지만 2012시즌을 통해 최근 어느 때보다 많은 선발투수들이 나타났다. 또한 더 이상 마무리투수 자리에 외국인 투수를 올릴 필요가 없게 됐다. 유원상과 이동현이 올 시즌의 모습을 앞으로도 보여준다면, 그동안 반복됐던 역전패의 악몽도 사라질 것이다. 오지환은 수비에선 여전히 아쉽지만 타석에선 리드오프로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이며 정의윤은 컨택능력 향상과 함께 3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제 겨우 진정한 리빌딩·팀 구조조정에 스타트를 끊었다. 어쩌면 지금부터가 진짜 고난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언젠가는, 그리고 누군가는 나서서 해야만 하는 일을 비로소 시작했다. 올 시즌 김기태 감독의 팔과 다리가 되어 선수들을 지도하는 김무관 타격코치와 차명석 투수코치, 유지현 수비코치 모두 2, 3년 후를 내다보고 있다. 이들 모두 LG가 1년 반짝하는 팀이 아닌, 장기간 상위권에 자리하는 팀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미래를 위한 기반은 마련했다. 퓨처스 북부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2군이 보다 경쟁력을 갖춰 신예 선수들이 성장에 탄력을 받는다면, 서서히 청사진을 그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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