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 위기'였던 앤서니, 재계약 청신호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9.17 13: 50

대체 외국인 투수가 이미 한국 땅을 밟은 상태에서 또 한 명의 동료와 종도퇴출 저울 추에 올랐던 선수였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현재 그는 난국에 빠진 팀에 없어서는 안 될 확실한 주축 투수가 되었다. 그라운드 밖에서도 활발한 모습으로 팀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앤서니 르루(30, KIA 타이거즈)의 환골탈태투는 분명 주목할 만 하다.
앤서니는 지난 16일 문학 SK전에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5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호투하며 3-2로 앞선 7회말 1사 1루에서 신인 홍성민에게 바통을 넘겼다. 8회말 선동렬 감독의 야구인생 첫 퇴장 등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홍성민이 2⅔이닝 무실점 세이브로 맹활약하며 앤서니에게는 11승이 주어졌다. 올 시즌 앤서니의 성적은 29경기 11승 11패 평균자책점 3.60(17일 현재)이다.
홈런 두 개를 허용했으나 모두 솔로포였다는 점이 앤서니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1회말 2사에서 최정에게 좌월 솔로포를 내준 앤서니는 3회에도 선두타자 박진만에게 좌월 솔로포를 내주며 2실점 째를 했다. 그러나 이후 결정타를 맞지 않고 마운드를 지키며 호투한 앤서니다.

종전까지 한 경기 최다 투구수가 116구였던 앤서니는 이날 120개의 공을 던지며 자신의 한국 무대 한 경기 최다 투구수를 기록했다. 최고 구속은 153km에 슬라이더-체인지업-커브를 섞어 던졌다. 지난 5월 대체 외국인 투수인 헨리 소사가 먼저 한국에 들어오고 좌완 호라시오 라미레즈와 '누굴 고향으로 돌려보내나' 저울질 당하던 앤서니였음을 감안하면 확실한 위력투였다.
당초 소사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을 때 유력한 퇴출 후보는 앤서니였다. 시즌 초반 이닝 이터로서의 능력도 안정적인 선발 투수로서 면모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사의 한국 입국 이후 앤서니는 150km 이상의 빠르고 묵직한 직구를 자주 보여주며 이닝 소화력까지 점차 높아지는 모습으로 선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선 감독은 선발로 가능성을 높이던 앤서니를 살리고 계투로 출장해 효율성이 떨어지던 라미레즈를 돌려보냈다.
미운 오리였던 앤서니가 자리를 잡아가며 그의 장점은 더욱 높은 평가를 받았다. 활달한 성격으로 이미 시즌 전부터 좋은 평가를 얻은 앤서니였으나 야구를 못하면 '그냥 좋은 사람' 정도의 평가만 받는다. 그러나 실력 면에서도 확실한 위력을 보여주면 말 그대로 효자 외국인 투수가 된다. 이제 앤서니는 다음 시즌 재계약에서도 긍정적 평가를 받는 투수가 되었다. 선 감독도 "삼성 시절보다 외국인 선수 복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라며 앤서니-소사 조합을 만족하고 있다.
경기 후 앤서니는 "직구가 잘 들어갔다. 컨디션도 좋았고 피로감 별로 안 느껴 한 경기 최다 투구(120구)를 할 수 있던 것 같다"라며 "이강철 코치와 하체 밸런스에 대해 자주 토의하다보니 구속도 오르고 구위도 좋아진 것 같다"라는 말로 이 코치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미 지난해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실패했고 시즌 초반에도 적신호를 켜던 앤서니의 재계약 신호등은 완벽한 파란 불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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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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