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선수로서 벼랑 끝까지 몰렸던 이들이 어느덧 팀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 시즌 LG는 많은 선수들을 1군 그라운드에 올렸다. 특히 물음표였던 선발투수진, 포수, 2루수 자리에 1·2군 선수들의 무한경쟁을 의도했다. 그러면서 후반기에는 신고선수 출신인 좌투수 신재웅, 포수 윤요섭, 그리고 바로 지난해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내야수 김용의가 두각을 드러냈다. 또 다른 신고선수 최영진, 이천웅도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고 고양 원더스를 통해 LG 유니폼을 입은 이희성과 김영관도 1군 그라운드를 경험했다.
신재웅은 7월말 선발진에 합류, 후반기 팀 내 최다 선발승을 올리고 있다. 2007시즌 어깨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방출되며 최대 위기에 빠졌지만 공익근무 중 꾸준한 재활을 통해 마침내 올 시즌 1군 마운드를 밟았다.

직구 구속이 전지훈련에서 찍었던 140km 중반대까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머리 뒤에서 나오는 간결한 투구폼, 그리고 적극적인 몸쪽 승부로 타자와의 싸움에 능하다. 슬라이더, 스플리터, 체인지업 등 결정구의 종류도 다양하며 커브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간다. 후반기 선발진에서 가장 안정적인 투구 내용을 보였기 때문에 2013시즌 선발진 경쟁에도 청신호를 밝힌 상태. 오는 겨울 직구 구위와 체력 상승을 이룬다면 두 자릿수 선발승도 가능하다.
2008년 신고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윤요섭은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포수보단 대타, 혹은 지명타자로 1군에서 활약했다. 올해 전지훈련까지만 해도 1루수 훈련에 임하며 타격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것 같았었다. 하지만 윤요섭은 포수마스크를 놓지 않았고 후반기 주전 포수로 출장하고 있다.
포수 자리에서 좌충우돌을 겪었지만 꾸준히 기량이 향상되며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김기태 감독은 “많이 좋아졌다. 특히 볼배합이 향상됐다. 시즌 전에 구상했던 것보다 기회를 많이 얻었는데 본인이 노력한 결과다”고 윤요섭을 칭찬했다. 무엇보다 체력소모가 극심한 포수 자리에서 꾸준히 3할 타율 이상을 기록 중이다. 마침내 되찾은 포수 자리에 대한 동기부여도 확실한 만큼, 앞으로의 훈련을 통해 LG의 새로운 공격형 포수가 될 수 있다.
김용의는 현역 군복무로 야구와 떨어져 있었음에도 차차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겨울 체력 테스트에서 상위권 성적을 올려 전지훈련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초 수비와 주루에 자신의 역할이 편중됐다면 후반기에는 타석에서도 존재감을 뽐내는 중이다.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고 때로는 중견수로도 출장, 언제든 팀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준다. 김기태 감독은 “앞으로도 김용의는 여러 포지션에서 팀에 도움을 줄 것이다”며 다음 시즌에도 수비가 탄탄한 김용의를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적극 기용할 뜻을 보였다. 타격도 진보 중인데 득점권 타율 3할2리로 찬스에서 강한 집중력을 보인다. 마른 체구지만 잠실구장에서 밀어서 홈런을 날릴 정도로 타격 메커니즘이 뛰어나다. 그야말로 공수주가 모두 능한 만능 내야수의 재능을 지녔다.
물론 이들이 아직 LG의 미래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신재웅, 윤요섭, 김용의가 올 시즌 커리어 최다 출장을 기록했지만 아직 풀타임을 경험하지는 않았다. 즉, 셋 모두 2013시즌에도 올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어쨌든 올 시즌 LG는 김기태 감독의 2군 지도 경험을 바탕으로 주요전력의 대량이탈을 신진세력으로 버텨냈다. 4강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무명 선수들의 기용을 통해 팀 체질 개선을 의도, 팀에 응집력이 생기고 있다.
최근 최영진과 김영관이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가운데 1일 잠실 삼성전에는 이희성이 선발투수로 등판한다. 김기태 감독은 신진세력의 기량향상 유도에 대해 “차려주는 것은 해줄 수 있다. 하지만 밥은 본인이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명순위나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야구를 향한 ‘절실함’와 ‘성실함’이 평가기준에 접목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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