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로 영광스런 날입니다.”
왜 신중현(74)을 전설이 아닌 신화라 부르는 가 느끼게 해주는 무대였다. 백발이 성성한 한 사나이의 음악 인생을 고스란히 볼 수 있었던 것이 다가 아니었다. 그 무대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한국 가요계의 역사를 마주한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고, 그 자리에 선 신중현도 이렇듯 감격해했다.
지난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 공개홀에서 진행된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의 녹화현장을 찾았다.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대한민국 록 음악의 창시자 신중현이 전설로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은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보통 때의 두 배에 넘는 시민들이 공개녹화 현장을 찾아 스튜디오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많은 명곡을 만들어낸 한국 가요계의 산 증인이라는 것보다는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후배들의 무대를 지켜본 신중현. 그리고 후배가수들은 그에 대한 존경심을 자신들의 역량을 총 동원한 무대로 보여주며 그에 대한 최대한의 예우를 갖춤으로서 전에 없는 아름다운 명장면이 만들어졌다.
◆ 12명 후배가수와 제작진..무대로 경의 표했다
특집이자 왕중왕전으로 꾸며진 이번 무대는 그간 ‘불후의 명곡’에서 가장 볼 만한 무대가 펼쳐졌다. 왕중왕전은 단 한 번도 한 전설의 명곡으로 치러진 적이 없었다. 신중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라인업은 당연히 최고였다.
‘불후의 명곡’에서 처음부터 포텐을 터뜨리며 주목을 받은 씨스타 효린과 안방마님 알리, 다비치 강민경, 린, 에일리 등 다섯 명의 대표 여자가수가 총출동했고, 포맨 신용재, 브라운아이드소울 성훈, 김태우, 박재범, 스윗소로우, 노브레인, 슈퍼주니어 려욱 등 실력이 출중한 남자가수들까지 총 12팀으로 라인업을 구축했다.
첫 등장부터 감동적이었다. 12팀의 후배가수들이 무대에서 전설 신중현을 맞이했고, 관객의 기립박수까지 이어지자 신중현은 “너무 감사하다.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지 생각도 안 난다. 내 인생 최고의 영광의 날이지 않나 생각한다. 여러분 대단히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감격한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날 무대의 면면도 화려했다. ‘불후의 명곡’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모두 쏟아냄과 동시에 전설의 품격에 맞는 전에 없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그를 위해 제작진은 그간 공개홀에 설치됐던 '불후의 명곡' 간판을 떼어내고, '전설 신중현'이라는 간판을 새로 만들어 거는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또한 노란색의 공은 황금색으로 바뀌어 있었고, 경연방식도 공 두개를 뽑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해 변화를 줬다.

◆ ‘님아’부터 ‘아름다운 강산’까지..신중현 명곡 ‘집대성’
신중현의 명곡은 ‘불후의 명곡’을 통해 다시 쓰여졌고, 그의 이름을 알린 ‘님아’를 비롯해 ‘리듬 속에 그 춤을’, ‘꽃잎’. ‘미인’. ‘나는 너를’ ‘거짓말이야’,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 ‘빗속의 여인’, ‘아름다운 강산’까지 그가 남긴 주옥같은 명곡들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교차선에 선 많은 관객들이 감동의 박수를 보냈다.
신중현이 만든 펄시스터즈 ‘님아’를 선곡한 성훈은 ‘맨발투혼’을 보여줬다. 피아노 앞에선 성훈은 자신의 주무기인 피아노 연주와 독특한 음색을 잘 살리는 편곡으로 눈길을 사로잡았고, 10명의 보컬리스트를 앞세워 이 곡에 웅장함을 더해 새로운 명곡을 탄생시켰다. 피아노 위로 올라가 보여준 그의 현란한 몸동작도 인상적. 그의 무대를 접한 신중현은 “편곡과 가창력이 이 곡을 충분히 살려 너무 멋있었고, 이렇게 까지 이 곡이 표현 될지 몰랐다”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와 함께 안방마님 알리는 실망시키지 않는 무대로 전설 신중현을 방긋 웃게 만들었다. 신중현의 대표곡인 ‘미인’을 선곡한 알리는 한국적 장단을 가미해 모두의 눈을 번쩍 뜨이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을 “안방마님 알리입니다”라고 자신 있게 소개했고, 그에 맞는 무대를 꾸몄다. 처음 조용하게 노래를 시작한 알리는 장구를 둘러매고는 사물놀이패와 함께 한국적인 ‘미인’을 만들어냈다. 무대 중간에 펼쳐진 고수놀이도 장관이었다.
그의 무대를 접한 신중현은 “이런 국악스타일의 노래를 생각했었다. 6개월간 그룹(신중현과 뮤직파워)이 함께 한 곳에 투숙하며 만든 곡”이라면서 “오늘에서야 내가 생각했던 곡, 소원이 이뤄졌다”고 감격해했다.
신중현에 대한 진심, 존경, 환희로 가득찬 무대의 절정은 김태우가 보여줬다. 그는 ‘아름다운 강산’을 10인의 오케스트라, 댄스팀, 성악가와 함께 대곡으로 탄생시키며 신중현에게서 “클래시컬한 편곡을 꼭 해보고 싶었는데 오케스트라와의 조화부터 편곡까지 모두 ‘아름다운 강산’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너무 좋았다”는 찬사를 들었다. 성악가와 함께 김태우는 ‘아름다운 강산’을 경쟁하면서도 양보하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최고의 기량을 뽐내며 새로운 ‘아름다운 강산’을 탄생시켰다.
이밖에도 강민경과 린, 신용재는 각각 ‘꽃잎’과 ‘간다고 하지마오’, ‘봄비’를 선곡해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돋보이는 편곡으로 신중현의 마음을 기쁘게 만들었고, 박재범과 려욱은 각각 ‘빗속의 여인’과 ‘나는 너를’을 선곡해 아이돌다운 퍼포먼스를 곁들여 화려한 무대를 꾸몄다.
또한 효린은 ‘커피한잔’으로 ‘불후의 명곡’ 최고의 섹시디바 명칭에 걸맞는 무대를 꾸몄고, 노브레인은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를 장미여관 육중완을 등장시켜 극 형식으로 만들어 자신들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무대로 만들며 관객을 들뜨게 만들었다. 또한 에일리는 ‘리듬속의 그 춤을’을 부르며 섹시한 모습을 드러냈고, 스윗소로우는 ‘거짓말이야’로 실력파 보컬리스트 그룹의 면모를 여한 없이 보여줬다.

◆ 신중현의 발자취, 후배가수들도 감동했다
신중현의 노래를 신중현 앞에서 부른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배가수들에겐 잊지 못할 무대가 될 것임에 분명했다. 신용재는 “가수 생활을 하면서 신중현 선생님을 만날 수 있을 지 꿈에도 몰랐다. 너무 영광이다”라고 모든 가수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얘기를 풀어냈다.
또한 려욱은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제가 8년차 가수로 노래를 불러드리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무대를 시작으로 더 성장하는 가수가 되겠다. 지켜봐 달라”고 말해 전설 신중현을 흡족하게 만들었다. 물론 이들이 꾸민 무대도 훌륭했다.
이번 무대를 접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겐 선물이었다. 또한 후배가수들 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는 신중현의 모습을 방송을 통해 만나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그의 명곡들을 들으며 추억에 잠길 수 있는 큰 선물임에 틀림없는 순간이었다. 또한 전설 신중현에게도 충분히 아름다운 시간이 된 것으로 보였다.
모든 무대가 끝난 뒤 신중현은 감회에 젖은 채 “최고의 행복을 오늘 느꼈다. 우리 젊은 가수들 음악인들이 많이 변했구나, 발전했구나 생각했다. 놀랄 정도였다”면서 “세계적인 한류다운 아이돌을 만났고 서로 계속 열심히 해서 후세들에게 좋은 노래 남겨주는 힘들을 발휘했으면 한다”고 덕담을 남겼다.
이어 그는 “너무 고맙고 일생동안의 제 곡들을 새롭게 아름답게 표현해줬고 멋있게 만들어준 가수들과 제작진에게 감사드린다”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다.
한편, 신중현 특집으로 꾸며진 '불후의 명곡' 왕중왕전은 오는 20일과 27일 2회에 걸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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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