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롯데 반격 이끈 양승호 변화무쌍한 승부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18 12: 30

뚝심과 결단이 수시로 오간다. 롯데 양승호(52) 감독의 변화무쌍한 승부수가 플레이오프 반격의 1승을 가져왔다.
양승호 감독이 이끄는 롯데는 지난 1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5-4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1승1패. 사실상 배수진을 친 이날 2차전에서 양승호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돋보였다. 뚝심과 결단이 수시로 오간 변화무쌍한 승부수였다.
▲ 벼랑끝 정대현 조기 투입

2차전에 임하는 양승호 감독의 의지는 마무리 정대현의 조기 투입에서 잘 나타났다. 1-2로 뒤진 6회 1사 1·2루. 양승호 감독은 선발 송승준을 내리고 곧바로 정대현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뒀다. 1차전에서는 김사율·이명우·김성배·최대성을 투입했으나 정대현은 써보지도 못했다. 2차전마저 내줄 경우 시리즈 역스윕 가능성은 떨어진다. 마무리를 아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도 양 감독은 빠른 투수교체로 재미를 봤다.
비록 결과는 좋지 않았다. 준플레이오프 MVP에 빛나는 정대현이지만 조인성에게 결정적인 2타점 2루타를 맞았다. 삼진으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는 동안 1피안타 1볼넷. 아쉬움만 남긴 채 마운드를 내려갔고, 스코어는 1-4로 더 벌어졌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단기전에서 한 박자 빠르게 투수교체를 가져가는 양승호 감독에게는 후회 없는 승부수. 승리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영향인지 롯데는 바로 다음 공격에서 SK 불펜을 무너뜨리며 4-4 동점을 만들었다.
▲ 사지에서 살아난 대타 조성환
포스트시즌 내내 깊은 부진에 빠져나오지 못한 조성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선발 라인업에 빠졌지만 양승호 감독은 그를 결정적인 찬스에서 대타로 기용했다. 3-4로 추격한 7회 2사 2루. SK가 엄정욱에서 박희수로 투수를 교체하자 양승호 감독은 박준서 대신 조성환 카드를 빼들었다. 부진에 빠진 선수를 절체절명의 순간 대타 기용. 어쩌면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사지로 몰아넣는 무리수일 수 있었다. 1차전에서 번트 부담이 컸던 박종윤의 심리적 내상을 우려, 타석 중간에 교체한 것과 대조적인 결단이었다.
하지만 조성환은 박희수의 전매특허인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 중견수 앞 빠지는 동점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양 감독은 조성환에 대해 "본인이 준플레이오프부터 경기 내용이 안 좋아 고참으로서 동료들에 보여줄 강한 의지가 보였다"고 말했다. 사지에서 살아난 조성환은 일순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조성환 뿐만 아니라 그와 마찬가지로 슬럼프가 이어진 전준우도 이날 4안타를 폭발시키며 양승호 감독의 믿음과 인내에 보답했다.
▲ 김사율 대신 최대성 마무리
진짜 승부수는 연장 10회 마지막 수비였다. 이미 정대현을 조기에 썼고, 김성배도 2⅔이닝을 던진 상태. 10회는 또 다른 누군가가 막아야 했다. 롯데 불펜에는 김사율과 최대성이 남아 있었다. 시즌 34세이브를 거둔 김사율이 있었지만, 양승호 감독은 과감하게 최대성을 마운드에 올리는 결단을 내렸다. 1점차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고 김사율에 대한 양 감독 판단은 아주 냉철했다. 선수의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팀의 승리가 먼저였다.
최대성은 비록 안타 2개를 맞으며 동점·역전 주자까지 내보냈지만, 결국 실점없이 1점차 리드를 막아냈다. 포스트시즌 개인 통산 첫 세이브. 양승호 감독은 "김사율을 안 쓴 건 불펜에서 컨디션이 안 좋았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1차전에서 6회 박정권에게 결승타를 맞은 김사율로는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고, 승리를 위해서는 뼈를 깎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포스트시즌에서 양승호 감독의 변화무쌍한 승부가 돋보이는 이유도 바로 이 같은 냉철함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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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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