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옥자(60) 감독이 데뷔 첫 승을 기록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 역사에서 여자 감독이 거둔 첫 승리다.
이옥자 감독이 이끄는 구리 KDB생명 위너스는 19일 구리시체육관에서 개최된 KDB금융그룹 2012-2013 여자프로농구 부천 하나외환과 경기서 66-59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이 감독은 지난 개막전서 놓쳤던 데뷔 첫 승에 성공했다.
단순한 신임 감독의 데뷔 첫 승 그 이상의 의미였다. 이 감독은 한국 여자프로농구가 1997년 단일리그로 출범한 이래 처음 등장한 여성 감독이다. 여성들의 무대에 이제껏 여성 감독이 없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 동안 감독직을 두고 몇몇 여성 농구인들이 물망에 올랐으나 결실을 이뤄내지는 못했다.

하지만 2012년 4월, 김영주 감독을 해임한 이후 감독직을 공석으로 비워뒀던 KDB생명이 이 감독의 선임을 발표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 역사에 새로운 장이 쓰여진 순간이었다. 그리고 이날 승리로 이 감독은 WKBL 사상 첫 여자감독의 승리를 만들어내며 또다른 역사를 만들어냈다.
이 감독은 숭의여고를 졸업하고 상업은행에서 선수생활을 하며 국가대표팀 가드로 5년간 활약했다. 은퇴 후에는 신용보증기금과 숭의여고, 용인대 감독으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일본으로 건너가 샹송화장품을 2년 연속 우승으로 이끌었다.
검증된 지도력을 발판으로 2007년에는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유수종 감독과 함께 한국의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이끌었다. 이론과 전술에 해박한 것은 물론 탁월한 리더십과 지도 능력을 겸비해 KDB생명에서 거는 기대도 컸다.
이 감독 역시 WKBL 사상 첫 여자감독으로서 자신이 얼마나 무거운 임무를 짊어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렵게 올라선 자리인만큼 결과로 이야기해야하기 때문이다. 올 시즌 KDB생명은 '무적' 신한은행의 대항마로 손꼽힐만큼 탄탄한 전력의 팀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KDB생명은 개막전서 지난 시즌 최하위 우리은행에 패하며 적신호가 켜졌다. 하지만 1패 후 곧바로 승리를 거두며 여전히 우승후보임을 과시했다. 본인은 "첫 승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 연패 탈출이 중요할 뿐"이라고 이야기했지만 그래도 이 감독의 데뷔 첫 승이 더욱 기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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