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경기가 될 전망이다. 1승만 남겨둔 팀은 선발카드가 검증되지 않은 미완의 대기인데다 가장 믿을만한 불펜 요원의 근육통이 마음에 걸린다. 1패만 더하면 시즌이 끝나는 팀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장기 결장하기도 했던 선발 투수의 이닝 소화 능력과 최강 좌완 계투진의 극복투가 필수다. 플레이오프 4차전을 앞둔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는 저마다 불안 요소를 안고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4-1로 승리, 시리즈 전적 2승 1패를 기록했다. 5전 3선승제인 플레이오프에서 남은 2경기에서 1승만 추가하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반대로 사상 초유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도전하는 SK는 한 경기만 패하면 그 꿈이 수포로 돌아간다.
단기전에서 안타 성공률이 잘해야 30%에 지나지 않는 공격에 모든 것을 거는 지도자는 별로 없다. 팀 간의 전력 차가 페넌트레이스만큼 크지 않은 데다 소위 ‘미치는 선수’가 없다면 타력으로 상대를 압도한 경기는 단기전에서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 ‘투수 놀음’의 가능성이 큰 단기전에서 결국 어느 팀이 경기를 만들어 갈 선발 투수의 교체 타이밍을 잘 잡고 계투를 적재적소에 잘 투입하느냐가 4차전 승패를 좌우할 가능성이 좀 더 높다.

20일 4차전에서 롯데는 우완 유망주 진명호를 선발로 내세우고 SK는 전반기 팀의 에이스 노릇을 했던 마리오 산티아고를 출격시킨다. 진명호의 올 시즌 성적은 23경기 2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5. 기록은 평범한 편이지만 사실 롯데가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좌완 이승호과 엔트리 경합을 펼쳤던 후보가 바로 진명호다. 막판 투구 내용이 좋았기 때문이다. 무릎 부상으로 인해 공백이 길었던 마리오의 시즌 성적은 18경기 6승 3패 평균자책점 3.40이다.
그러나 페넌트레이스 성적으로 모든 것을 가늠할 수는 없는 일. 마리오는 지난 4월 18일 롯데전서 5⅔이닝 8피안타 2실점으로 불안감을 노출했으나 표본은 단 한 경기일 뿐이다. 타 구단 전력분석원들은 마리오에 대해 “구위가 기본적으로 굉장히 좋은 투수다. 포수가 몸쪽 코스를 주문했을 때 반대투구가 잇달아 나온 점 정도를 제외하면 별다른 약점이 안 보이더라. 셋 포지션 동작도 빠르게 수정해나갔다”라며 마리오의 투구 내용과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높이 샀다.
시즌 중 두 차례 무릎 부상이 재발하지 않는다면 마리오는 확실히 진명호보다 월등한 선발 카드다. 문제는 SK가 마리오의 교체 시점을 언제로 잡는 지가 변수다.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상대였던 두산은 SK처럼 1승 2패로 밀린 상태에서 4차전 선발 김선우가 5이닝 무실점에서 점차 투구 내용이 좋아지던 중 미리 강판 조치를 내렸다. 이는 결국 다 잡은 경기를 놓치는 패착이 되었다.
두산에 비해 SK는 박희수-정우람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좌완 필승조를 갖춰 계투층 우위에 있다. 그러나 2차전에서 둘은 도합 9번의 출루를 허용하며 명성답지 않은 모습으로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특히 마무리 정우람은 2이닝 2피안타 4사사구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는 비운을 맛보았다. SK의 자랑거리인 좌완 필승 계투 듀오가 2차전 난조의 악몽을 확실히 떨쳐내느냐가 중요하다.
진명호의 SK전 성적은 3경기 승패 없이 평균자책점 1.29. 그러나 선발 5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8.89에 그쳤고 풀타임 선발이 아니었던 만큼 이닝 소화 능력에서 열세에 있다. 당초 4차전 선발로 사이드암 셋업맨 김성배를 내정하기도 했던 롯데는 진명호가 엄청난 쾌투를 펼치지 않는 한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처럼 당시 선발 고원준을 조기 강판한 뒤 송승준을 길게 끌고 갔듯 일찍 승부수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포스트시즌 선수들의 체력은 물론 경험 측면에서 롯데가 상대적으로 열세인 만큼 5차전까지 끌고 가봐야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진명호가 2이닝을 넘기지 못하고 강판할 경우 SK 출신 좌완 이승호가 맙업맨으로 경기 초반 나설 가능성이 크다. 친정 SK 상대 4경기 2패 평균자책점 13.50의 부진보다 아쉬운 것은 이승호의 구위가 지난 2008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처럼 좋은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40km에 미치지 못하는 직구 구속을 움직임이 좋은 슬라이더와 커브로 상쇄하기는 했으나 경험 많은 SK 타선이 한 타순 돌고 공략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더욱 미지수인 것은 베테랑 언더핸드 정대현의 상태. 정대현은 올 시즌 중 수술 받았던 왼 무릎 부위 근육통으로 인해 3차전 팀의 승리를 지켜봤다. 다행히 팀이 이겼고 정대현도 4차전에서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으나 그는 위급한 순간 중간계투는 물론 경기를 매조지는 마무리로도 나서야 할 가장 검증된 카드다. 이 카드의 사용 여부가 아직 불분명한 데다 정대현은 2차전에서 조인성에게 좌중간 2루타를 허용, 친정에 난공불락은 아니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말았다. 또다른 잠수함 김성배가 포스트시즌 전 경기 출장으로 분전한 만큼 정대현이 건강한 무릎으로 나서는 것은 물론 2차전 아픔까지 훌훌 털어버려야 한다.
SK 입장에서는 당연히 이겨 시리즈를 5차전으로 몰고 가야 하고 준플레이오프부터 올라온 롯데는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 그나마 체력을 비축할 수 있는 기간을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다. 4차전 승리를 바라는 양 팀의 동상이몽. 과연 누구의 꿈이 20일 현실로 이어질 것인가.
farinell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