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을 시작하는 벽두, 롯데 자이언츠 장병수 사장은 강력한 새해 일성을 내놨다. "프로야구 구단이 20년 넘게 우승하지 못한다면 존재 가치가 없다".
롯데 자이언츠가 마지막으로 우승을 거둔 지 올해로 정확히 20년이 됐다. 2008년 이후 꾸준히 4강에 진출하는 강팀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큰 경기에서 위기를 풀어가는 방법이 2% 부족해 번번히 무릎을 꿇었다. 그래서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롯데는 수비강화와 작전보강 등 세밀한 야구를 보완하는 데 가장 큰 힘을 쏟았다.
올해 정규시즌을 4위로 마감한 롯데는 준 플레이오프를 통과했고 플레이오프에서 SK를 상대로 시리즈 전적 2승 1패까지 몰아붙여 한국시리즈 티켓을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결국 5차전에서 고질적인 문제, 수비불안이 다시 불거지며 역전패를 당해 우승의 단꿈을 접게 됐다.

▲ 투타 핵심 빠졌지만 4강은 성공
사실 이번 시즌 전 롯데는 전문가들에 의해 4강 진입이 힘들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도 그럴것이 4번 타자와 에이스가 한꺼번에 팀을 떠나는 대형 전력누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이대호는 롯데가 제시한 사상 최고액인 4년 간 100억원을 거절하고 일본 오릭스 버펄로스에 입단했고, 2011년 15승을 거둔 좌완 에이스 장원준은 경찰청으로 군입대를 했다.
장원준의 공백은 외국인투수 쉐인 유먼이 완벽하게 채워 줬지만 결국 시즌 내내 이대호의 빈 자리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해 도루를 제외한 타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던 롯데 타선이지만 올해는 팀 타율만 2위에 올랐을 뿐 팀 득점(공동 7위), 홈런(4위)은 성적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그렇지만 롯데는 기어이 5년 연속 4강 진출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보강 전력이었던 정대현이 돌아온 8월까지 롯데는 선두권 경쟁을 벌였다. 그 힘은 예상치 못했던 보강전력의 맹활약에 있었다. 2차 드래프트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김성배, 군 제대 첫 해인 최대성, 2010년 팔꿈치 수술 후 페이스를 찾은 이명우 등이 허리를 든든하게 받쳤다.
▲ 4강의 힘, '양떼야구'에서 나왔다
시즌 막판 연패에 빠지며 4위 자리가 위협받기도 했지만 롯데는 KIA를 따돌리고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전력 약화에도 불구하고 롯데가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한 건 강화된 불펜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의 성을 따 만들어진 '양떼야구'는 올 시즌 롯데 야구의 핵심 키워드였다. 약화된 득점력 때문에 롯데는 한 점싸움을 벌일 때가 많았고, 양 감독은 불펜투수들로 물량공세를 퍼부어 효과적으로 상대 득점을 차단했다. 등판 경기는 많았지만 정확한 투구수 관리를 통해 롯데는 불펜 투수들을 관리했고 결국 시즌 막판까지 이탈한 선수가 없었다.
팀 평균자책점 2위(3.48), 불펜 평균자책점 2위(3.18) 모두 달라진 롯데를 방증하는 데이터다. 이제까지 롯데가 타격야구, 선발야구였다면 올해 롯데는 철저하게 지키는 야구를 펼쳤다. 최대성과 김성배, 이명우, 강영식이 51홀드를 합작했고 마무리 김사율은 롯데 구단 역사상 최다인 34세이브로 뒷문을 든든하게 지켰다.

▲ 13년 만의 PS 시리즈 통과, 새로운 경험
비록 한국시리즈 문턱에서 주저앉은 롯데지만 지난 4년 연속 포스트시즌 1라운드에서 고배를 마시던 징크스에서 벗어났다는 데 성과가 있다.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에서 롯데는 1,2차전을 잡은 뒤 홈인 사직구장으로 내려왔다. 3차전에서 힘없이 주저앉은 롯데는 다시 2010년 역스윕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4차전에서 8회까지 1-4로 끌려갈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하지만 롯데는 기어이 경기를 뒤집고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롯데가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마지막으로 승리를 거둔 건 1999년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였다. 13년 만에 시리즈 승리를 따낸 롯데는 '큰 경기에 약하다'는 주위의 평가를 잠재우는 데 성공했다.
시리즈를 한 번 통과했다는 건 롯데 선수단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매년 가을에는 지는 야구만 했던 롯데지만 올해는 준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자신감을 얻는 데 성공했다.

▲ 결국은 실책에서 갈렸다, 롯데의 보강점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투혼을 보여준 롯데지만 고비에서 수비는 여전히 그들의 발목을 잡았다.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롯데는 3-0으로 앞서던 5회 실책 3개를 잇달아 범하면서 3-4로 역전을 허용했었다. 그날 경기는 박준서의 홈런을 묶어 연장승부 끝에 역전승을 거뒀지만 SK는 달랐다.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인 22일 문학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롯데의 발목을 잡은 건 수비였다. 롯데는 선발 김광현을 효과적으로 공략, 경기 초반 3-0으로 앞서가며 한국시리즈 티켓을 손에 쥐는 듯했다. 그렇지만 실책이 빌미가 돼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3-2로 앞서던 상황에선 김강민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2루수 박준서가 뒤로 흘려 동점을 허용했고, 3-4로 뒤진 가운데 강민호의 2루 송구실책이 나와 3루주자가 홈을 밟아 쐐기점이 됐다.
두산과의 준 플레이오프는 승리를 거둬 가을야구 악몽을 털어버린 롯데지만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실책이 발목을 잡은 건 예전 악몽을 떠올리게 했다. 아시아시리즈가 남아 있지만 2012년 롯데의 프로야구가 종료된 시점에서 올 겨울 보강해야 할 점은 확실하게 드러났다. 내년 롯데가 다시 우승에 도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수비보강 보다는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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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