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1~2차전, 벤치 싸움에서도 승부가 갈렸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10.26 10: 16

벤치 싸움에서도 승부가 갈리나.
삼성과 SK의 한국시리즈가 일방적인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1~2차전에서 삼성이 2연승을 거두며 기세를 바짝 올리고 있는 것이다. 단순한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에서도 두 팀의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벤치 싸움에서도 마찬가지. 1~2차전에서 벤치의 순간 판단이 두 팀의 희비를 갈라 놓고 있다. 류중일 감독의 용병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진 반면 이만수 감독의 승부수는 통하지 않았다. 과정과 결과 모두 극명하게 엇갈렸다.
▲ 1차전, 삼성의 투수교체

1차전에서 삼성의 투수교체는 과감했다. 2-1로 리드한 6회 1사 1·2루에서 선발 윤성환을 내리고 2년차 중고신인 심창민을 투입했다. 데뷔 첫 한국시리즈 등판에서 심창민은 최정-이호준을 직구 2개로 가볍게 돌려세우며 실점을 허락하지 않았다. 심창민이 7회 첫 타자 박정권 볼넷 이후 김강민 타석에서 2개 연속 볼로 흔들리자 타석 중 곧바로 안지만이 올랐다. 안지만이 실점없이 상황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8회 1사 후 안타를 맞자 권혁이 나왔고, 권혁 이후에는 마무리 오승환으로 넘어갔다.
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 더 강한 구원투수들을 투입하며 SK 타선의 숨통을 끊었다. 승계주자 4명 모두 잔루가 될 정도로 완벽한 이어 던지기. 단기전의 한 박자 빠른 투수교체가 원활하게 잘 이뤄진 결과였다. 페넌트레이스에서 삼성은 투수교체가 경기당 2.9회로 3번째 적었다. 승계주자도 178명으로 최소일 정도로 이닝 도중 투수교체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단기전에서는 이닝 중 과감한 투수교체로 승부를 던졌고 그 결과도 좋았다.
▲ 1차전, SK의 강공 전환
 
1차전에서 SK에도 역전 기회가 있었다. 1-2로 뒤진 7회 선두타자 박정권이 볼넷으로 걸어나가며 무사 1루 찬스를 만들었다. 타석에는 김강민. 삼성 투수 심창민이 1~2구 번트 모션에도 모두 볼을 던지자 삼성 벤치에서는 곧바로 안지만으로 교체됐다. 안지만의 초구이자 타석 3구째에도 번트 모션으로 스트라이크를 흘려보낸 김강민은 4구째 갑작스럽게 타격으로 전환했다. 1루 주자 박정권이 스타트를 끊으며 치고 달리기 작전이 나왔다.
그러나 김강민의 타구는 우익수에게 잡혔다. 진루타를 위해 밀어쳤으나 실패했다. 이만수 감독은 정석적인 희생번트를 뒤로 하고 과감하게 승부를 걸었으나 결국 후속타 불발과 함께 무위로 끝났다. 그것도 7회였다. 삼성은 페넌트레이스에서 7회까지 리드한 경기에서 72승2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낸 팀이다. 그런 팀을 상대로 7회 1점차 열세 상황에서 확률 높은 공격방법을 버린 건 도박이었다. 대량 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다면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했겠지만 동점을 만든 뒤 불펜 필승조 싸움에서는 밀릴게 없는 SK였기에 더욱 아쉬웠다.
▲ 2차전, 진갑용 페이크 번트
1차전 SK 김강민의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가 실패로 돌아간반면 2차전에서 삼성 진갑용의 강공 전환은 대성공이었다. 0-0으로 팽팽히 맞선 3회 무사 1루. 진갑용은 번트 모션을 취했다. 그러나 초구에 파울이 나왔다. 2구째 볼을 번트 모션으로 흘려보낸 진갑용은 3구째 직구에 갑작스럽게 강공으로 전환해 좌전 안타를 터뜨렸다. 홈을 향해 바짝 전진 수비해온 SK 내야진의 허를 찌르는 깜짝 작전이었다.
류중일 감독은 "진갑용은 우리팀에서 작전수행능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다. 치고 달리기, 번트, 버스터 모두 잘 한다. 진갑용한테 과감하게 작전을 낸 게 적중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진갑용은 올해 희생번트 10개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의 느린 발에 더블플레이를 노린 SK의 수비의 극단적인 100% 수비를 역이용한 강공 전환으로 승부의 추를 삼성 쪽으로 가져왔다. 삼성은 이후 배영섭의 2타점 2루타와 최형우의 만루홈런으로 승부를 갈랐다.
▲ 2차전, 마리오 투수교체 실패
2차전에서 SK는 너무 무기력하게 졌다. 3회 6실점으로 한 번에 무너진 게 결정타였다. 선발 마리오 산티아고가 2⅔이닝 4피안타 2볼넷 4탈삼진 6실점으로 난타당했다. 3회 조동찬에게 안타를 맞은 뒤 진갑용에게 페이크 번트 앤 슬래시로 좌전 안타까지 허용했다. 배영섭에게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2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허용한 후 SK 성준 투수코치가 먼저 마운드에 올랐다. 정형식을 삼진 잡고 한숨 돌리는가 싶었지만, 이승엽과 최형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날 최고 구속 143km에 그친 마리오의 구위는 정상적이지 않았다. 제구마저 뜻대로 되지 않자 마운드 위에서 로진백을 팽겨칠 정도로 마인드 컨트롤도 흔들렸다. 2사 만루 최형우 타석에서 SK 벤치에서 누군가 나왔지만 이만수 감독이나 성준 코치가 아닌 통역원이었다. 마리오는 변화구 4개로 승부했고, 결국 떨어지지 않은 체인지업에 만루홈런을 맞고 강판됐다. 최형우는 "마리오의 변화구가 초반보다 밋밋했다"고 말했다. 투수교체에 과감하지 못한 SK 벤치의 뼈아픈 패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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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대구=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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