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세연, "캔디 역할 전담? 돈 좀 막 쓰는 연기도 하고파"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1.01 14: 33

배우 진세연은 요즘 차시트에서 잠을 자는 게 익숙하다. 지난 8월부터 이어진 SBS 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극본 김순옥, 연출 최영훈) 촬영에 하루 2,3시간씩 잠을 자고 2박3일씩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정이 2달간 계속되면서 차시트에서 청하는 잠은 이제 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에 앞서 KBS 2TV 수목드라마 ‘각시탈’과 SBS 일일드라마 ‘내 딸 꽃님이’까지 쉴 새 없이 이어진 작품 출연에 올해 그는 발 뻗고 제대로 잠을 잔 날을 숫자로 셀만큼 분주한 한 해를 보내는 중이다.
최근 OSEN과 인터뷰한 진세연은 그러나 이 같은 강행군에도 트레이드마크와도 같은 고른 이를 드러낸 환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주지훈과 지창욱 두 사람에게 지극한 사랑을 받고 있어 좋다며 극중 티 없이 맑은 홍다미 캐릭터와 꼭 닮은 모습을 보였다.
◆ 진세연표 캔디 캐릭터

하지만 최근 ‘다섯손가락’이 극단의 복수극으로 치달으며 진세연이 감당해야 할 감정연기도 요동치기 시작했다. 극중 영랑(채시라)이 자신의 과오를 덮는 과정에서 다미의 오빠를 희생 제물로 삼았기 때문. 아빠의 억울한 누명과 죽음, 여기에 오빠까지 잃는 상황을 맞닥뜨린 비극적 운명을 연기해야 하는 게 진세연의 몫이었다.
“오빠가 죽었다는 상황은 그 자체로 비극적인 거지만, 저 같은 경우 실제로 친오빠가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장면이 더 힘들게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 보다 더 감정이입할 수 있는 설정이었던 거죠. 하지만 아쉬움도 남아요. 컨디션이 좀 더 좋았더라면 더 잘 표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해요.”
 
기구한 사연을 지닌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지만, 이 같은 배역은 실은 진세역에게 익숙하다. 전작 ‘내 딸 꽃님이’에서는 사랑하는 남자가 알고 보니 의붓어머니의 아들이었고, ‘각시탈’에서는 강단 있는 독립투사로 분해 사랑하는 남자를 구하려 대신 저격당하는 만만치 않은 인생을 연기했다.
“제가 맡는 배역들은 항상 감정이 깊은 인물들이었어요. 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인물 스스로 장애물을 헤치고 뭔가를 이루는 등 하나같이 또래 연령 보다 어른스럽고 경험이 많은 인물로 그려졌죠. 그러다 보니 회가 거듭될수록 감정이 소용돌이 쳐 연기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현재도 내가 과연 어느 정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곤 한답니다.”
그의 설명대로 올해로 스무 살이 된 진세연에게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는 결코 만만치 않은 삶의 그림자를 지닌 인물들이었다. 그는 “돈 좀 막 쓸 수 있는 캐릭터였으면 좋겠다”고 농담하면서도 “힘들고 외로운 인물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왜 이런 역만 할까’ 싶기도 했지만, 나만의 캔디 이미지가 있는 건 좋은 것 같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 진세연에게 주지훈·지창욱·채시라란?
힘든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다섯손가락’ 촬영장은 아직 연기 새내기인 진세연에게 배움의 장이자 ‘훈남’ 오빠들에게 예쁨 받는 신나는 일터이기도 하다.
극중에서 진세연은 자신을 열렬히 짝사랑하는 의붓형제 역할을 연기 중인 주지훈·지창욱과 멜로 호흡을 맞추는 중.
“지훈 오빠는 저와 멜로신을 많이 촬영해서 그런지 어른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배려를 많이 해주시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는 건데, 오빠는 제가 스킨십 장면을 촬영할 때 부끄러워 할까봐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시곤 해요. 손잡는 신을 촬영하기 전에 미리 잡고 흔들면서 장난을 치거나 토닥여주죠. 제가 민망하지 않도록 섬세하게 신경 쓰는 모습에서 어른스러움을 느껴요. 반면 창욱 오빠와는 멜로신이 거의 없어요. 다미의 마음이 지호(주지훈)에게 굳어졌기 때문인데 그래서 그런지 창욱 오빠는 또래 친구 같은 느낌이 들어요.”
‘다섯손가락’ 속 복수의 화신으로 등장하는 채시라와는 부딪치는 신은 거의 없으나 연기 대선배로서의 아우라를 톡톡히 느끼고 있다고.
“한 커트를 마칠 때마다 감독님과 계속 대화하면서 꼼꼼히 본인 연기를 체크하는 모습을 보이시거든요. 디테일에 카리스마까지 연기 열정이 정말 대단하세요.”
◆ 신인상 욕심?
진세연은 지난해 SBS에서 ‘뉴 스타상’을 받으며 2011년을 빛낸 신예이자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임을 입증했다. 올해는 ‘내딸 꽃님이’를 비롯해 ‘각시탈’과 현재 ‘다섯손가락’까지 연이은 작품 활동 중인 만큼 연말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손에 넣는 상상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 주시면 속상하니까 기대하지 않으려고요(웃음). 그것보다 제작진께서 계속 작품에 출연할 수 있도록 저를 발탁해주신 것에서 감사함을 느껴요. 저를 믿어주신 거니까요. 게다가 조역도 아니라 연속 주연으로 작품에 출연했으니까요. 다만 연달아 작품을 하느라 캐릭터를 많이 체화시키지 못한 채 촬영에 들어가게 된 점은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인터뷰 말미 ‘다섯손가락’에 출연하면서 어떤 걸 얻은 것 같냐는 질문을 던지자 진세연은 신에 대한 이해력이 느는 것 같다고 밝혔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사건과 휘몰아치듯 펼쳐지는 전개, 그리고 인물들의 극단적 복수로 인한 막장 논란 등 ‘다섯손가락’이 현재 처한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만은 않지만 그 속을 열심히 헤엄친 한 명의 신인 배우는 성장의 싹을 틔우고 있었다.
“오빠가 너무 갑작스레 죽는 바람에 엄마 역할로 출연 중이신 전미선 선배님과도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이냐’고 걱정하곤 했어요. 이제 엄마랑 저랑 단둘이 남았는데 앞으로 다미는 엄마 남주를 자기가 보살펴야 할 자식처럼 생각하며 본격적으로 씩씩한 캔디 캐릭터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싶어요. 생각보다 오빠의 죽음이 빨리 진행됐는데 그러다 보니 다음 이야기 전개가 어떻게 될지 저도 많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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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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