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오성, "시청률 아쉬움 보단 사람 얻은 기쁨이 크죠"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2.11.07 10: 42

지난달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신의’(극본 송지나, 연출 김종학 신용휘) 촬영을 마친 유오성은 쫑파티를 계획 중이다. 대상은 극중에서 화수인, 천음자 역할을 맡았던 배우 신은정, 성훈을 비롯한 기철 일파와, 마음이 맞았던 몇몇 우달치 대원들, 그리고 친하게 지냈던 스태프들이다. 3개월여 동안 전국을 돌며 촬영 강행군을 펼치고, 열악한 환경을 서로를 다독이는 것으로 달랬던 동료들과의 맘먹고 제대로 비틀어지자는 화합의 자리가 모임의 목적이다.
남은 건 역시 사람이었다. 처음 얘기됐던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설명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결과는 기대만큼 좋지 못했지만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을지언정 작품 이후에도 꾸준히 연락하고 안부를 물을 동생들을 만났다. ‘신의’ 출연이 유오성에게 남긴 선물이자 기쁨이다.
“고생 많이 했지요. 현장에서 다들 열심이었고 의욕을 가지고 작업을 했기 때문에 시청률이 좋고 안 좋고에 따른 아쉬움은 없어요. 그런데 서로가 최선을 다하면 결과물이 안 좋아도 사람이 남더라고요. 좋은 사람들은 환경이 아무리 열악해도 자기가 쌓아놓은 노하우나 경험치를 최선으로 끌어올리게 하고 이런 경험은 다음 작품을 할 때 힘이 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게 됩니다.”

‘신의’에서 덕성부원군 기철 역을 맡았던 유오성은 극중 캐릭터 말고도 촬영장에서 맏형이 돼야 했다. 기철 일파의 우두머리이기 전에 그는 촬영장의 소외된 이들을 챙기는 역할을 감당하며 자신의 대기실부터 내어줬다. 현장에서 딱 네 군데 뿐이었던 대기실 중 자신에게 할당된 공간을 이름부터 ‘기철네 식구’로 표지판을 바꾼 뒤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았다. 어느새 사랑방이 된 유오성의 대기실은 작품에 대한 진지한 토론부터 농담 따먹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장소가 됐다.
“역할이 적으면 분장실을 쓸 수가 없죠. 그러면 배우들이 의상팀 방 같은 곳에 더부살이 하게 되는데, 그때 우리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어요. 비중이 아무리 적더라도 작품에 이름을 가지고 등장하는 역할인데 그렇게 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그렇게 모인 게 좋은 점이 있어요. 같이 있다 보니 작품에 대한 토론 비슷한 것도 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대사를 더 맞춰보게 하는 거죠. 또 여러 가지 문제들 때문에 지쳐가는 배우들을 이렇게 모아두는 것만으로도 버티게 하는 힘이 되더라고요.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낙담하지 말아라, 누군가 주목 받더라도 시기하지 말고 또 스포트라이트 받을 때 다른 사람 무시하지 말아라 하는 이야기들이 이곳에서 오가는 거죠.”
유오성이 이처럼 배우들을 모을 수 있었던 건 올해로 20년차를 맞는 그의 배우 경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물리적 시간에 의해서가 아닌 오랜 배우 생활을 하며 겪은 부침과 거기서 느낀 깨달음이 자연스레 흘러 나와 후배들의 가슴에 와닿는 조언으로 작용했다. 특히 그를 가장 많이 따른 건 극중 기철의 사제이기도 한 천음자 역의 배우 성훈이었다.
“성훈이는 수영을 오래했는데 운동 했던 친구 특유의 근성이라든가 끈기, 집중력이 있어요. 작업태도라든가 인성이라든가 하는 면이 반듯하게 갖춰져 있더라고요. 기술적인 부분은 충원하면 되는데 멘탈 부분은 본인이 가꿔야 하는 부분이거든요. 전작 ‘신기생뎐’에서 주연을 했던 친군데 오히려 이번 ‘신의’에서 비중이 적어지면서 느낀 생각과 경험이 약이 될 겁니다.”
유오성이 이같이 말 할 수 있는 건 앞서 그에게도 같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992년 연극 ‘핏줄’로 데뷔해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얼굴을 알리고 영화 ‘친구’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기까지 그에게도 긴 무명의 시간과 단역 배우의 설움을 한 몸에 느낀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제가 그렇게 시작했기 때문인지 보조출연자들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현장에서 없으면 티 나고 있으면 욕먹는 게 보조출연자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험한 일 하려고 태어난 사람이 없고 주변머리로 존재하려는 인생은 없습니다. 홀대 받을지라도 누군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찬란한 하루를 영광되게 보내고 있다는 거죠. 아무래도 보여지는 것으로 평가를 하게 되다 보니 거리감이 생기는 것 같은데 역할이 인격화되면 안 되는 거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하는 주연배우의 촬영장에서의 예민한 기질이 만들어낸 특이 에피소드는 ‘신의’를 촬영하는 만큼은 유오성에겐 없어 보인다. 그는 오히려 “세트와 야외 촬영이 나뉘면서 혼자 대기실에 남겨진 적이 있는데 그때 밥도 안 먹게 되고 감옥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북적거림이 좋았던 ‘기철네 식구’ 대기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카메라 밖에서 인심 좋은 맏형 노릇을 했더라도 그가 ‘신의’에 등장하면 일순간 긴장감이 형성됐다. 공민왕(류덕환)의 왕위를 호심탐탐 노리고 이를 위해 최영(이민호)과 생사를 건 대결을 펼치며 하늘세상에 대한 끝없는 욕망으로 은수(김희선)의 팔을 낚아채는 악의 축 역할은 종방까지 ‘신의’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쉬었다. 
“역사적으로 기철은 자기 여동생을 원의 황후로 만들면서까지 권력을 탐하는 인물이지만 내가 보기엔 순수한 사람 같아요. 한 마디로 기철은 꿈에 집착하는 사람입니다. 원 복속기의 고려 왕정 체제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인물이죠. 당시 왕들은 모두 원의 꼭두각시로 충성을 대가로 흥청망청한 삶을 살고, 이를 바라보는 민초들도 가당치 않은 왕정체제라고 생각을 했던 거죠. 기철은 이런 체제는 필요 없고 하늘세상은 혹시나 다를까 하는 생각에 내 백성들은 떵떵거리게 하며 살 수 있을까 하는 꿈으로 하늘세상에 대한 욕망을 품는 거죠.”
작품에서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 집에선 어떻게 변할까. 13살, 6살 두 아들을 둔 유오성은 자식을 “친구라고 생각한다”며 아빠 유오성이 생각하는 양육 노하우를 밝혔다.
“자식이긴 하지만 동등한 인격체죠. 대신 저는 이 아이들을 사회에 필요한 동량(棟梁)으로 키워낼 책임이 있고요. 공부하라는 이야기는 안 하는 편이지만 인생 선배로서 살면서 어떤 문제가 닥쳤을 때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다른 경험치를 만들어줍니다. 그런 게 바로 취미를 만들어주는 건데 음악 같은 게 좋은 예가 되는 거죠. 정말 중요한 건 무얼 하느냐 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여부라고 생각합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아빠 유오성인데 두 아들과의 관계는 돈독할까?
“아이들이 아빠가 오면 뛰어나와요. 그런 모습을 보면 아이들이 날 좋아하는 구나, 내가 잘해오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합니다. 저 역시 밖에 나가서 맛있는 게 있으면 꼭 싸들고 가는 편이고요. 참, 11월 중에는 제주도로 가족여행도 계획해 놓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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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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