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 꺼내든’ 박경완, SK의 대답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2.11.08 06: 34

많은 말은 필요 없었다. 박경완(40,SK)은 “선수 생활을 더 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동안 감춰왔던 패를 조용하면서도 과감하게 꺼내 들었다. 이제 공은 소속팀 SK에 넘어갔다. 이 패를 받은 SK의 향후 대책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경완과 민경삼 SK 단장, 진상봉 SK 운영팀장은 7일 인천 모처에서 만나 점심식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박경완은 현역 생활 연장에 대한 의사를 전달했다. 민 단장은 “원래부터 밥이나 한 번 먹자고 약속이 되어 있었다. (박)경완이가 그런 말을 하길래 우리도 ‘일단 알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거취 문제를 놓고 더 이상의 이야기는 없었다는 것이 민 단장의 설명이다. 민 단장은 “그 다음은 주로 가족들 이야기였다”고 했다.
박경완은 한 때 “SK 전력의 절반”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팀을 이끌었다. 풍부한 경험과 노련한 투수 리드로 세 차례(2007·2008·2010)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팀 내 투수들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정신적 지주이기도 하다. 그러나 최근 2~3년은 부상으로 고전했다. 양쪽 아킬레스건에 모두 칼을 댔고 지난해 7월에는 오른 발목 수술도 받았다. 2011년과 2012년 2년 동안 1군 무대 출장이 18경기에 불과하다.

박경완은 내년으로 만 41세가 된다. 중노동이 불가피한 포수로서는 환갑을 넘긴 나이다. 가뜩이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주변에서는 조심스레 은퇴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인만큼 은퇴 후 지도자 연수 등 지원은 확실하게 한다”는 방침이 서 있었다.
그러나 박경완의 생각은 달랐다. 현역 생활을 연장하고 싶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혔다. 민 단장은 박경완의 의사에 대해 “주위에서 많은 말을 듣고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 아니겠는가”라고 추측했다. 박경완이 가진 고민의 시간은 SK에도 필요하다. 박경완의 향후 거취가 여러 갈래로 갈라질 수 있는 까닭이다. 민 단장이 그 자리에서 확답을 주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민 단장은 “구단 자체에서도 내부적으로 논의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한 선택이 필요하다. 현재 SK 포수진에는 조인성 정상호 이재원이라는 수준급 선수들이 있다. 아픈 박경완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 또 이번 겨울은 변수들이 얽혀있다. 박경완은 FA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FA를 선언하고 시장에 나와도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마흔을 넘긴 나이에 현재 몸 상태, 그리고 보상 규정 등을 감안하면 위험요소가 적지 않다.
현실적으로 SK가 박경완을 20인 보호선수로 묶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면 NC 이적도 가능하다. 그러나 박경완의 남은 선수 인생, 그리고 젊은 선수들을 놓치는 데 따른 기회비용을 생각하면 NC 역시 부담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박경완의 현역 연장 발언은 자유롭게 다른 팀으로 옮겨갈 수 있게 도와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포수가 필요한 몇몇 구단들의 러브콜이 쇄도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SK도 이런 선택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대승적 차원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지만 박경완이 팀에서 차지하는 상징적인 요소를 생각해야 한다. 또 대한민국 최고의 포수 경험을 갖춘 박경완은 지도자로서도 대성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 SK는 누구보다 이런 박경완의 능력을 잘 알고 있다. 만약 다른 팀으로 보낸다면 다시 데려올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여론 역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 문제다.
일단 SK는 시간을 두고 이 문제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민 단장은 “구단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예상했다. 이만수 SK 감독에게도 이 사실이 전달된 만큼 벤치의 의견도 물어야 한다. 그동안 주로 공을 받았던 박경완이 이번에는 SK에 공을 던졌다. SK의 대답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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