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시즌 17승을 올린 케니 레이번(전 SK)도 올 시즌 13승을 올리며 좌완 에이스 노릇을 한 쉐인 유먼(롯데)도 그곳을 거쳤다. 실패작으로 볼 수 있는 게리 레스(전 두산)의 기록도 그리 나쁘지는 않다. 대한민국 챔피언 삼성 라이온즈를 무사사구 완봉투로 묶은 마이클 조나단 로리 주니어(28, 라미고 몽키스)가 다음 시즌 한국 무대에서 ‘라뉴산 성공률 66.7%’를 높일 수 있을까.
로리는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2012 마구 매니저 아시아시리즈 A조 삼성전에 선발로 나서 9이닝 동안 사사구 없이 3피안타(탈삼진 11개) 무실점으로 2년 연속 아시아시리즈 제패를 노리던 삼성에 치욕적인 완봉패를 안겼다. 메이저리그 경력 없이 독립리그를 떠돌다 지난해 10월 넥센의 테스트에서 아쉽게 고배를 마시기도 했던 로리는 이 한 경기로 국내 구단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되었다.
2012시즌 라미고의 새 외국인 투수로 합류해 8경기 6승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2.50의 호성적을 올린 로리다. 8경기 동안 이닝 수는 50⅓이닝. 계투 1경기를 감안하면 대만 리그에서 아무리 적어도 6이닝 이상은 평균적으로 소화해줬다는 계산이 나오는 맞춤형 선발 요원이다. 로리의 최고 구속은 144km이며 141km까지 찍힌 투심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커브 등을 섞어 던졌다. 공은 빠르지 않았으나 199cm 장신에서 나오는 높은 타점과 안정된 제구, 경기 운영 능력이 돋보였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민훈기 해설위원은 “스트라이크 존 상하를 이용하는 투구를 펼친다”라며 로리의 기교투를 높이 샀다. 그와 함께 민 위원은 “이날이 로리의 야구 인생에 결정적인 하루가 될 수 있다”라며 로리가 다음 시즌 한국 무대에서도 뛸 수 있는 가능성을 암시했다. 대만 리그보다 국내 리그의 외국인 선수 연봉 및 처우가 확실히 좋은 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로리의 소속팀 라미고의 전신이 라뉴 베어스라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지난 2006년 아시아시리즈에서 일본 챔피언 니혼햄을 혼쭐냈던 레이번을 떠올려보자. 라뉴 의 에이스로 활약한 레이번은 니혼햄을 상대로 7⅓이닝 동안 3피안타 1실점으로 분전했고 이후 한국-일본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삼성에서도 탐을 냈던 레이번의 기착지는 바로 SK. 이듬해 레이번은 17승 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하며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그 뿐만 아니다. 올 시즌 롯데 에이스로 활약한 유먼은 지난해 라뉴에서 뛴 뒤 외국인 선수 시장에 나왔고 롯데는 두산, KIA, 日 소프트뱅크는 물론 시애틀과의 영입 경쟁에서 승리하며 유먼을 손에 넣었다. 유먼의 올 시즌 성적은 13승 7패 1홀드 평균자책점 2.55. 유먼이 없었다면 롯데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경찰청)의 군입대 공백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근 5년 간 실패한 ‘라뉴산’을 굳이 꼽는다면 2008시즌 전반기 두산에서 뛴 레스를 꼽을 수 있겠다. 2002년 16승, 2004년 17승으로 소속팀 두산에 공헌했던 레스는 2007시즌 라뉴에서 12승을 거둔 뒤 2008년 다시 두산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그는 6경기 31⅔이닝 3승 2패 평균자책점 2.84의 성적을 남긴 뒤 시즌 개막 후 한 달 여 만에 아내와 쌍둥이 갓난아기의 건강 문제를 이유삼아 미국으로 돌아갔고 이후 은퇴했다. 경기 당 평균 이닝이 5이닝을 살짝 넘어 효용성은 떨어졌으나 그래도 2점 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레스다.
라뉴 출신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다른 대만팀을 거친 선수들은 기량 미달로 중도에 한국을 떠났다. 2003년 KIA에서 대체 외국인 투수로 8승을 올렸고 2008년 퉁이 라이온스에서 뛰었던 우완 마이클 존슨은 2009년 SK에 입단했으나 그 해 2경기 평균자책점 13.50만을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존슨 대신 SK 유니폼을 입은 선수가 바로 2010시즌 14승을 올린 카도쿠라 겐. 2011시즌에는 이전 해 슝디 엘리펀츠의 에이스였던 짐 매그레인이 SK 유니폼을 입었으나 기대 이하의 구위로 16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5.37의 성적을 남기고 떠났다.
이제는 라미고로 이름을 바꿔 단 라뉴. 그러나 린즈셩, 첸진펑 등 주축 선수들은 라뉴 시절과 대동소이하다. 라미고로 바뀐 지 불과 1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 라뉴의 후신인 라미고를 대표해 삼성을 봉쇄하는 이변의 호투를 펼친 로리가 2013시즌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있을까. 로리가 완봉투로 받은 부상인 로봇 청소기는 굳이 타국에서처럼 파워코드에 110V 어댑터를 꽂지 않아도 한국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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