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창민 지명 NC, 조평호와 경쟁체제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11.16 10: 30

1루를 볼 수 있는 일발장타력을 지닌 우타자. 1년 전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 타자와 색깔이 겹친다. 둘 다 기본적으로 운동능력이 좋은 데다 공교롭게도 나이도 같다. NC 다이노스가 SK 와이번스에서 데려온 내야수 모창민(27)과 지난해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조평호(27). 경쟁 체제로 두산 베어스를 이끌었던 김경문 감독의 성향을 생각하면 가장 열띤 경쟁이 펼쳐질 자리는 바로 1루다.
NC는 지난 15일 기존 8개 구단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을 통해 8명의 선수들을 수혈했다. 이 가운데 SK에서는 지난 9월 상무에서 제대한 모창민을 데려왔다. 모창민, 이재원 상무 제대 선수 두 명을 막판 엔트리에 추가하며 투수를 지키고 지명 선수의 범주를 베테랑 쪽으로 돌리려 했던 SK의 전략이 1차는 맞아 떨어졌으나 2차에서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광주일고-성균관대를 거쳐 2008년 2차 1라운드(전체 3순위)로 SK 유니폼을 입었던 모창민은 평소 성실한 훈련 자세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유망주다. 대학 시절 2루를 맡으며 장타력까지 과시, '대학 야구계의 (알폰소) 소리아노'로 불렸던 모창민이지만 1군 통산 4시즌 성적은 263경기 2할2푼3리 7홈런 41타점 22도루를 기록했을 뿐이다.

그러나 퓨처스리그 성적은 81경기 3할5푼3리 11홈런 61타점 7도루 장타율 5할5푼7리로 준수했다. 기본적으로 장타력을 갖춘 데다 발도 빨랐고 선구안 면에서도 삼진 31개를 얻는 동안 36개의 사사구를 획득, 발전상을 보였다. 퓨처스리그 1시즌을 치른 김경문 감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카드가 아닐 수 없었다.
이는 2차 드래프트 전체 1순위이자 주전 1루수였던 조평호에게 긴장감을 불어넣고 나아가 주전 경쟁 점화를 위한 책략이다. 현대-히어로즈를 거쳤으나 2008시즌 히어로즈의 창단 첫 승 결승타 빼고는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던 조평호는 지난해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뽑혔던 바 있다. 알려지지 않은 선수였으나 2군 코칭스태프들 사이에서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미래의 대물'로 평가받은 미완의 대기다.
그러나 조평호의 올 시즌 퓨처스리그 성적은 96경기 2할8푼 10홈런 48타점으로 아쉬움이 있었다. 퓨처스리그에서 3할 이상을 쳐도 1군에서 주력급 활약이 보장되지 않는 시대에 조평호는 55개의 사사구를 얻었으나 삼진도 73개를 당했다. 장타율 4할5푼7리에 출루율 3할8푼5리. 장타율 5할5푼7리에 출루율 4할1푼4리를 기록한 모창민과 비교했을 때 전 스탯이 뒤져있다. "풀타임 출장했다고 2013시즌 주전 라인업에 있을 것이라 만족해서는 안 된다"라는 김경문 감독의 엄포는 바로 조평호를 향했다.
원래 두산 시절부터 김경문 감독은 이른바 선수를 '쪼는' 경쟁체제 속 더 큰 파급효과를 이끌어내는 데 탁월했다. 홍성흔(롯데)-채상병(삼성)-최승환(한화)-용덕한(롯데)-양의지로 이어졌던 주전 포수의 변화 구도 속에서 긴장감을 불어넣었고 우익수 부문에서도 임재철-유재웅(SK)-이성열(넥센)-민병헌 등을 시간차로 경쟁시켰던 김경문 감독이다.
모창민과 조평호의 예상되는 경쟁 체제는 마치 2010시즌 초반 비슷한 스타일의 유재웅과 이성열을 경쟁시켰던 형국을 연상케 한다. 결과적으로 그 해 승리자는 24홈런 86타점을 올렸던 이성열이었다. 당겨치는 힘과 체구에 비해 빠른 발. 그리고 정형화된 포지션이 없는 공격형 오른손 타자들인 모창민과 조평호. 김경문 감독이 전개할 NC의 1루 경쟁 체제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