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가 혼돈의 연속이다. 승자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고, 패자의 역습이 이어졌다.
FA 시장 정국이 끝났다. 총 3명의 FA 선수가 팀을 옮겼고, 또 다른 3명의 선수가 보상선수로 지명돼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NC의 특별지명과 함께 트레이드 시장까지 활발히 움직이며 프로야구 9개팀들의 희비도 엇갈리고 있다. 그러나 아직 완전한 평가와 전망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예상밖의 움직임들이 이어지고 있다.
▲ 웃음짓고 있는 팀들은

가장 웃음짓고 있는 팀으로는 LG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LG는 내부 FA 정성훈과 이진영을 나란히 4년간 총액 34억원으로 눌러앉히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조인성·이택근·송신영 등 3명의 내부 FA를 모두 놓친 악몽을 반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외부 FA 시장까지 눈길을 돌렸고, 삼성의 검증된 불펜 투수 정현욱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FA 보상선수로 선발요원 이승우를 내주고, 포수 김태군도 NC의 특별지명으로 떠난 게 아쉽지만 혼돈의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성공적인 행보를 보였다.
롯데도 기대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 내부 FA 김주찬과 홍성흔에게 각각 4년간 49억원, 3년간 25억원으로 성의를 보였으나 끝내 붙잡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보상선수로 KIA 홍성민, 두산 김승회를 지명했다. 1번타자와 4번타자를 잃었지만 역으로 선발-중간 투수를 데려와 마운드 높이를 더했다. 약화된 타선은 트레이드를 통해 보강했다. 한화에서 포지션이 중복된 장성호를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 투수 송창현 카드로 데려왔다. 재빠른 뒷수습으로 FA 유출 공백을 잘 메워나가고 있다.
신생팀 NC도 첫 스토브리그에서 선방하고 있다. 특별지명에서 검증된 불펜투수 송신영·이승호·고창성, 1군 경험이 많은 야수 조영훈·모창민·김태군, 가능성있는 투수 이태양과 외야수 김종호를 뽑아 기대이상 성과를 냈다. FA 시장서도 이호준·이현곤을 영입했다. 이호준은 팀의 4번타자이자 주장으로 중심을 잡아줄 선수이고, 이현곤은 NC의 최대 취약점이었던 유격수 자리를 메울 수 있는 자원이다. 여기에 넥센과 2대1 트레이드로 투수 임창민과 내야수 차화준을 영입하며 팀 내 긴장감을 더했다. 차화준은 당장 주전 2루수 후보다.
KIA는 FA 시장에서 가장 큰 배팅을 했다. FA 최대어 김주찬을 4년간 총액 50억원에 영입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용규와 강력한 테이블세터를 형성, KIA 공격력과 기동력을 크게 끌어올릴 전망이다. 여기에 내부 FA 투수 유동훈과 외야수 김원섭도 잔류시켰다. 또 다른 내부 FA 이현곤이 주전 자리를 찾아 NC로 떠났지만, 어차피 올해 1군에서 뛰지 않은 선수였다. 아까운 건 롯데의 보상선수로 나간 신인 사이드암 홍성민. 향후 필승조로 성장할 가능성있는 투수를 놓치며 불펜이 약화된 게 아쉽다.
▲ 울상짓고 있는 팀들은
FA 시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가 기대된 한화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득이 없다. 내부 FA 마일영을 무난하게 잡았으나 외부 FA를 한 명도 데려오지 못했다. 김응룡 감독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직접 트레이드 시장에 나섰다. 중심타자 장성호를 롯데에 보내는 조건으로 아직 데뷔도 안 한 신인 투수 송창현을 받는 1대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한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이지만 김응룡 감독이 직접 주도한 트레이드라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그러나 장성호라는 검증된 카드로 신인 투수 한 명밖에 받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SK도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이 곳곳에 누수만 생기고 있다. 멀티플레이어 모창민이 NC의 특별지명을 받아 떠났고, 내부 FA 이호준도 신생팀 NC의 부름을 받고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올해 팀을 준우승으로 이끈 4번타자와 선발-백업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젊은 내야수를 한꺼번에 잃었다. 30세이브를 올린 마무리 정우람도 군입대를 앞두고 있다. 주축 전력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가고 있는데 별다른 보강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만수 감독의 시름이 더욱 깊어진다. 1군 출장 보장을 바라고 있는 포수 박경완의 트레이드 성사 여부가 변수다.
창단 첫 외부 FA를 영입한 두산도 기쁨을 차마 누리지 못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의 홍성흔을 4년간 총액 31억원에 복귀시켰지만 효율성에서 물음표가 붙어있다. 지명타자감으로 김동주·오재일, 3루수에도 윤석민·이원석이 있어 포지션 중복을 피할 길이 없다. 오히려 올해 4선발로 쏠쏠한 활약을 펼친 김승회가 롯데의 보상선수로 지명됐다. 중간계투 고창성까지 NC의 특별 지명으로 떠난 마당이라 김승회 이탈의 아쉬움이 더 크다. 오랜만에 돈 보따리를 풀었는데도 박수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당장 내년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더 커졌다.
삼성과 넥센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삼성은 내부 FA 정현욱을 LG에 빼앗겼지만 좌완 투수 이승우를 보상선수로 지명했다. 권혁을 제외하면 불펜에 좌완 투수가 없다는 게 고민이었는데 이승우의 지명으로 어느 정도 해소했다. 다만 팔꿈치 수술을 받은 안지만의 내년 시즌 초반 출장이 불투명해지게 됨에 따라 정현욱의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게 느껴질 수 있다. 넥센은 내부 FA 이정훈을 잡고, 트레이드로 NC 우완 유망주 김태형을 트레이드로 영입한 것이 전력 보강의 전부. 이태양·임창민·차화준 등 빠져나간 전력들도 있지만 어차피 포지션이 중복되는 이들로 큰 부담은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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