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없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한국 괴물투수' 류현진(25)이 내년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참가 여부와 관련해 조심스러워했다. 류현진은 지난 13일 인천공항을 통해 한 달간의 미국 체류 일정을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이 자리에서 류현진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WBC 참가 여부에 대해 "지금은 확실히 말씀드릴 수 없다. 곧 정해지면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류현진은 지난달 12일 발표된 2013년 WBC 대표팀 예비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았다. 당시 다저스로부터 최고 입찰액을 받은 상태였던 류현진은 미국으로 건너간 뒤 6년간 최대 4200만 달러에 계약, 한국프로야구 출신으로는 최초로 빅리그 직행에 성공했다. 선구자로 도전하게 된 류현진이기에 WBC 참가는 굉장한 부담이 따른다.

확답을 미뤘지만 사실 선수로서 할 수 있는 입장 표명에는 한계가 있다. 류현진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그를 영입한 다저스 구단의 결정과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이제 막 메이저리거로서 첫 발을 떼는 류현진이기에 스프링캠프 기간과 그대로 겹치는 WBC 출전은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다.
내년 3월 열리는 WBC는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 및 시범경기 기간과 겹친다. 이 시기 메이저리그 스타급 선수들은 천천히 몸을 만드는 단계이고, 그렇지 못한 선수들은 연습경기부터 시범경기까지 코칭스태프로부터 눈도장을 받아야 할 시기다. 그런 상황에서 나라의 명예를 짊어지고 전력을 다해야 할 WBC 참가는 분명 부담스럽다.
특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라는 특수성이 있다. 류현진도 지금은 3선발로 인정받고 있지만 아직 보여준 것이 없는 선수이기 때문에 이 기간부터 실적을 내야 한다. 기대가 큰 만큼 보여줘야 할게 많다. 류현진도 적응의 부담이 크다. 메이저리그 공인구부터 시작해서 마운드와 경기장 적응 그리고 선수들과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면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에 빠질 수 없다. 중요한 시기에 빠지게 되면 시즌 준비에 큰 차질을 빚을게 당연하다.
게다가 류현진은 국가대표팀을 위해 그 누구보다 헌신한 투수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최종예선,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본선, 2009년 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 프로 데뷔 후 6개의 대형 국제대회를 빠짐없이 꼬박 꼬박 출전했다. 역대 국제대회에서 가장 많은 51⅔이닝 던지며 15경기 5승1패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한 절대 에이스였다.
그동안 대표팀 위해 고생한 에이스의 역사적인 첫 메이저리그 직행. WBC 불참 명분은 충분히 선다. 그러나 당장 류현진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게 문제다. 가장 중요한 경기 때마다 한국이 내세운 믿고 쓰는 카드였다. 봉중근이 이미 부상으로 낙마했고, 김광현마저 불투명한 상황에서 류현진을 대체할 수 있는 카드가 없다는 게 고민이다.
한국은 2006년 1회 WBC에서 4강에 올랐고, 2009년 2회 WBC에서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내년 3회 WBC에서는 눈높이가 우승으로 상향돼 있다. 이런 부담스런 상황에서 류현진 없이 간다는 건 부담이 크다. 하지만 류현진 개인 더 나아가 한국야구 발전을 위한 길은 메이저리그 성공이다.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12월 이내로 이 문제를 결론을 짓겠다"고 했다. WBC 불참론과 현실론 사이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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