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겨울’ 조인성 첫사랑 경수진 “청순함은 나의 무기”[인터뷰]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3.07 17: 53

SBS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하 ‘그 겨울’)가 화제다. 언어의 연금술사 노희경 작가의 완벽한 극본과 김규태 감독의 유려한 영상미, 두 남녀 주연 조인성, 송혜교의 완벽한 비주얼과 연기력까지 뭐 하나 빠질 게 없는 드라마라는 것이 세간의 평.
이 드라마에서 기존 배우들 외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 신인 배우가 있다. 극 중 오수 조인성의 첫사랑 문희주 역을 맡아 출연한 경수진이 그 주인공. 문희주는 오수의 첫사랑으로 어린 나이에 그와 사랑에 빠져 아기를 가진 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인물이다. 문희선(정은지 분)의 동생이자, 질투심과 복수심에 불타 시시각각 오수를 조여 오는 무철(김태우 분)의 비뚤어진 순애보의 대상이기도 하다. 짧은 분량이지만 경수진은 조인성의 기억 속에 종종 등장하는 아름답고 아픈 첫사랑으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그가 등장한 드라마의 장면 중 일부는 기사화 되고, 사진으로 캡처가 돼 한동안 온라인상의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기도 했다. 이러한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에 대해 경수진은 “한 번도 받지 못한 관심을 받게 돼 민망하다”며 부끄러워했다.
“촬영장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감독님부터가 저에게 대하시는 모습이 달라요. 연기를 할 때 감정이 1부터 10까지 조금씩 올라가는 거라면 10까지 집중해서 갈 수 있도록 끝까지 도와주세요. 극 중 제가 ‘수야 수야’ 부르면서 임신 소식을 알리러 뛰어가는 부분이나 버리지 말라고 매달리는 부분들 같은 경우엔 저의 동선을 따라와 카메라로 다 잡아 주시면서 ‘괜찮아?’하고 물어봐주셨고요. 사실 신인으로서 현장에서 그런 말씀 해주시는 분들이 거의 없었거든요. 스태프 분들도 진짜 좋고, 분위기 자체가 화기애애해서 너무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부탁도 드렸죠. 안 죽게 해주시면 안돼요?(웃음)”

‘그 겨울’에서 경수진의 출연 분은 두 번으로 나눠 촬영했다. 짧은 시간 함께 했지만 ‘그 겨울’ 팀과 보낸 시간은 짧은 그의 연기 인생에서 연기를 향한 열정의 싹을 피워볼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극 중 찍었던 오토바이 신(극 중 희주는 오토바이를 타고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한다.)에서 감독님의 배려를 정말 많이 느꼈어요. 희주가 죽어 가면서 배를 만지는 신이 있었거든요. 희주라는 캐릭터를 공부하면서 죽을 때 배를 만지면 어떨까, 대본상에는 배를 만지는 신이 없었는데 감독님께 이거 넣으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그러자고 하셔서 컷이 하나 더 나왔어요. 너무 감사했어요. 그 팀과 제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촬영이 너무 재미있었고요. 제 스스로 얼마나 열연을 하려고 했냐면 배를 만지기 전엔 손이 깨끗했었는데, 일부러 손을 땅에 문대서 더럽게 만들었어요. 그래야 리얼하니까. 진짜 열심히 했는데…이번을 계기로 자신감이 많이 생겼어요.”
연기에 대한 갈증, 작은 역할을 맡았더라도 그것을 책임지는 연기자로서의 자부심이 없었다면 신인으로서는 쉽게 내기 어려운 용기였다. 데뷔는 지난해 상반기 방송된 KBS 2TV 수목드라마 ‘적도의 남자’였다. 그는 극 중 이보영이 맡은 한지원 역의 어린 시절을 연기했다. 갓 데뷔한 1년차 연기자지만 그는 그 시절을 기억하며 “카메라를 처음 접해 모르는 게 많아 못 보여드린 게 많았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경수진에게 현장은 언제나 즐거운 곳이었다.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다.
“촬영장이 좋아요. 오디션 보는 것 보다 훨씬요.(웃음) 감독님들이 많이 좋아해주시는 것 같아요. 제가 먼저 다가가진 않지만, 언제나 먼저 다가오셔서 잘 했냐고 물어보시고요. 이원석 감독님이랑도 많이 친해졌어요. 가끔 카톡도 하고 그래요.”
그는 지난달 14일 개봉한 영화 ‘남자사용설명서’(이원석 감독)에도 얼굴을 비췄다. 극 중  최보나(이시영 분)의 후배이자 여성스러운 매력으로 회사 남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하는 김미라 역이었다.
“사실 원래는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감독님이 저를 보시고는 ‘캐릭터를 고쳐줄 테니 해보지 않을래?’라고 물으셨어요. 연기도 보시지 않고 너무 맘에 든다고요. 시나리오 상에서 미라는 더 여우같은 캐릭터였어요. 가슴이 파인 옷 입고 나오는 그런?”
실제 경수진이 가진 최고의 매력은 청순한 이미지다. 외모 뿐 아니라 참하고 단아한 분위기 때문에도 그는 ‘제 2의 손예진’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롤 모델로 손예진을 꼽았다.
“전에도 마찬가지였고, 지금도 손예진 선배님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그 분을 닮아서가 아니라, 그 분이 갖고 있는 매력들이 제가 다 갖고 싶은 것들이에요. 청순함, 귀엽고 섹시함, 고혹미까지 다재다능하시잖아요. 선배님이 나오신 영화는 다 봤어요. 영화들 중에서는 ‘클래식’이 제일 재미있었어요. 제가 해보고 싶은 역할이거든요. 그런 풋풋한 사랑이야기도 해보고 싶고, 반전의 매력이 넘쳤던 ‘작업의 정석’이나 ‘아내가 결혼했다’ 같은 영화들도 좋고요.”
그는 조인성과 함께 했던 촬영을 선배배우들과 했던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촬영이라고 말했다. 너무 떨려서 말은 제대로 못 붙였지만, 눈빛으로 연기하는 조인성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며 감탄을 표했다.
"그 배우의 기가 느껴졌어요. 조인성 선배님이 잘생기고 멋있어서 좋았던 게 아니라, 호흡을 맞출 때 배려도 많이 해주시고 눈빛으로 저의 연기를 유도하시러라고요. 상대배우와의 호흡이 중요한데 제가 따라가며 연기할 수 있도록 잘 해주셨어요. 눈빛이 '살아 있구나'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연기자를 꿈꾸게 된 건 중학교 때부터였다. 배우 손예진이 지금의 롤 모델이라면 연기자라는 꿈을 꾸게 해 주었던 선배는 배우 강수연이였다.
"중학교 때부터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초등학생 시절 H.O.T, 젝스키스의 노래들이 유행했을 때는 댄스가수가 하고 싶어서 애들끼리 모여서 춤도 추고 그랬는데 ‘여인천하’를 보고 나서 꿈이 바뀌었어요. 정난정이란 여자, 강수연 선배님이 너무 멋있었어요. ‘아 저거다’ 싶어 중학교 때 연극 동아리에 들어가게 됐어요. 작은 경험이었지만 연기에 대한 것을 조금이나마 접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죠."
이후에도 그는 긴 시간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다. 고등학교 입학 때 예고 시험에 떨어지며 연기는 취미로 잠시 미루고 공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대학에 들어가고 전공 공부를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 없었다. 방황의 시간을 보낸 후 본격적으로 도전 해보자는 생각에 학원에 등록해 연기를 공부하기 시작했고,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고 싶지는 않아 텔레마케터, 와인 숍 점원, 매장 직원까지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는 이 시절에 대해 “어찌됐든 힘든 시기였지만 앞으로의 연기 생활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자평했다.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아온 만큼, 경수진은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마음속으로 뚜렷한 계획을 세워뒀다.
“일단은 청순함이 저의 무기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에 맞는 연기 보여드리고 싶어요. 멜로드라마를 많이 찍어보고 싶어요. 30대는 섹시함과 고혹적인 매력도 있었으면 좋겠고, 40대 때는 그 나이에 맞는 엄마 연기도 해보고 싶고요. 사실 액션에도 관심이 많아서 액션배우를 해보고도 싶어요. 실제 성격은 털털하고 활동적인 것도 좋아하거든요.”
털털하고 열정적인 에너지로 가득찬 경수진의 활발한 활동이 벌써부터 기대감을 모은다. 그는 현재 차기작을 위해 관계자들과의 미팅을 갖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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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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