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모의 테마토크] 얼마 전 정형돈은 대중으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그의 이름을 곁들이고 그를 모델로 내세워 절찬리에 판매되던 돈가스가 서울서부지방검찰청 부정식품사범 합동단속반에 의해 등심 함량이 허위 표시돼 판매된 혐의(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로 적발돼 해당 회사 대표가 불구속 기소된 게 계기였다.
때마침 방송의 한 행사에 정형돈은 참석했고 한 기자가 이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코멘트를 요청하자 정형돈은 피해가려 했고 이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그에게 대중의 비난의 화살이 날아온 것.
그러자 정형돈은 공식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언론에 돌리며 이 문제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면서 사태를 마무리지으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 결과 여론도 많이 잠잠해졌다.

최근 SBS '현장21'은 일부 연예병사들의 복무규정을 어긴 일탈행위를 방송에 내보냈고 이에 국방부까지 사태파악과 진화 등에 나서는 등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고 있는 가운데 특혜를 누리고 있는 일부 연예병사에 대한 대중의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는 가운데 연예병사 폐지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안마시술소에 드나든 가수 세븐에 대해서는 일부 팬들이 팬클럽 탈퇴 운동까지 벌일 정도다.
이번에는 인피니트 성규다. 성규는 지난 26일 케이블TV tvN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더 지니어스: 게임의 법칙' 9회전 메인매치 비하인드 영상에서 박은지 이상민과 대화를 나누던 중 여성의 나이와 관련해 '여자 나이 서른 살이면 요물'이라고 발언해 다수의 여성들로부터 호된 비난을 받고 있다. 더불어 그가 소속된 인피니트까지 싸잡아 개념 없는 아이돌로 욕을 먹고 있는 상태다.
포괄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 연예인이 모델로 등장한 제품의 완성도 혹은 광고의 정직성, 군인의 복무규정 준수 실태, 그리고 여자를 바라보는 남자들의 편향되고 왜곡된 시각 등은 세상에 다양하게 분포돼 있다. 소비자들은 김연아 손연재 김태희 한가인 등이 모델로 등장한 가전제품을 사용하면서 100% 만족할까? 지금까지 대중에 노출된 다양한 다수의 광고가 전부 100% 진실만을 고지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거짓광고는 널리고 널렸다.
연예인이 아닌 모든 장병들은 100% 군복무규정을 지킬까? 그것도 고개를 가로저을 일이다. 심지어 장교 등 지휘관의 범죄행위도 뉴스에 등장할 정도다.
그렇다면 왜 유독 연예인의 언행이 대중의 관심을 끌고 그릇된 그들의 언행이 돋보이게 비난을 받는 것일까? 왜 유명 연예인일수록 도덕성을 강요당하는가?
미국 연예계에서 유명 스타들이 비도덕적인 행동을 저질러도 비난을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한국 연예계처럼 하루아침에 매장당하지는 않는다. 유명 가수 중에는 무대 위에서 상상도 못할 저질스러운 행동을 보이는 이도 있고(앨리스 쿠퍼), 파파라치에게 폭행을 가하는 스타는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결혼과 이혼을 밥먹듯이 하고 불륜의 바람을 피우는 연예인도 발에 치일 정도다. 그럼에도 그들은 꿋꿋하게 스타로서 잘 살아간다. 우리나라 연예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대스타도 아니었던 최철호는 술에 취해 여자 후배 연예인을 폭행하고 이 사실을 언론에 숨기면서 오히려 폭언을 한 뒤 그의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하루 아침에 연예계 일선에서 사라져야 했다.
한때 단아한 이미지의 대명사로서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출연할 정도로 아름답고 고결한 이미지를 자랑했던 황수정은 유부남과 마약을 한 뒤 그것을 최음제인 줄 알고 복용했다고 거짓말을 함으로써 이미지에 더욱 먹칠한 뒤 이제 영광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지금 상태에서 그녀가 재기할 가망성은 아주 희미하다.
대한민국 사회는 시대가 변해 아무리 서구문물이 자리잡고 선진적 풍토가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다고 해도 오랜 세월을 거쳐 정신세계 깊숙한 곳에 자리잡은 정서는 완전하게 변화되지 않았다. 가깝게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우리 사회는 공무원 특히 고위 관료의 청렴결백이 숭상되는 이념이 민족의 정서에 깊숙하게 퍼져있었다.
당시 지금의 연예인이라고 할 수 있는 광대는 하층계급으로서 서민의 애환을 함께 하는 친구였다고 한다면 유명 관리는 대중의 스타였다. 지금도 정치 스타가 있지만 연예스타가 없던 오래 전에는 올바른 정치이념을 펼치는 문관이나 국가의 안보에 혁혁한 공을 세운 무관이 스타였던 셈이다. 그리고 대중은 그들의 청렴의 정도에 따라 그들에 대한 존경심을 더하거나 덜어냈다.
현재의 유명 연예스타가 그 실력과 인기로 인해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것을 대중은 인정한다. 그것을 당연하다고 묵인해준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돈자랑을 하거나 비뚤어진 우월의식에 빠져 대중 위에 군림하려 든다면 단호하게 거부할 줄 아는 판단력도 지녔다. 자신들이 좋아하고 우러르는 스타의 능력과 노력에 따른 부의 축적은 당연시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신적인 존재로 대중을 밟고 올라서는 것만큼은 간과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은 인기도와 지명도가 높은 스타일수록 그들에게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사회환원의 자선까지 기대한다. 대중은 그들에게 황희와 이순신을 기대하는 것이다.
영리하거나 진짜로 정신상태가 올바로 박힌 연예스타일수록 그런 대중의 욕구를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낸다. 장동건은 한 CF에서 '매번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일하자는 초심을 다시금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대중에 노출되는 모습에서 그런 초심으로 초지일관한다. 아무도 장동건이 고소영이라는 당대의 미녀를 아내로 맞았다고 질투하지 않고 그들이 혼전임신을 했다고 도덕성 논란을 얘기하지 않으며 그들이 초호화 저택에 산다고 비난하지 않는다. 왜냐면 장동건과 고소영은 최소한 대중에게 비쳐지는 모습 만큼은 반듯하고 또 그러려고 노력하므로.
사실 '도니도니돈까스'의 돼지 등심이 포장지에 표시된 것과 달리 함량미달인 것에 대해 정형돈에게 직접적인 죄는 없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빌려주고 모델로 나서는 대가로 돈을 받았을 뿐 이 돈가스 제작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 없다. 소비자가 김연아가 모델로 나선 에어컨이 고장났다고 김연아에게 항의하는 적은 없다. 그 제품 서비스센터를 찾아간다.
그럼에도 정형돈은 비난을 받았고 이에 대해 발빠르게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는 대중이 연예인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기인한다. 물론 기업이 연예인을 모델로 제품을 론칭하고 대중이 그 제품과 모델을 소비하는 심리와도 일치한다.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대중이 광고를 통해 제품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며 신뢰하는 수치는 엄청나다. 그래서 이미지 상으로는 결국 제품의 품질에 대한 일부의 책임의 몫을 광고에 출연한 연예인이 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책임이 없지만 도덕적 책임을 짊어져야만 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한국의 대중이 연예인의 이미지를, 그리고 그 이미지의 한도 내에서 연예인에 대해 환호하고 그들을 소비하는 과정에 도덕성이라는 게 필수적으로 결부된다는 결론이다.
대중은 자신들이 그리는 이미지로 스타를 그려낸다.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처럼 그 배우는 정직하고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게 대중의 굳어진 이미지다. 그러므로 스타는 법질서를 착실하게 지키고 정석대로 움직이고 도덕대로 생각해야 한다는 믿음이 굳게 저변에 깔려있을 수 밖에 없는 게 팬심이다.
그렇다면 이 땅에서 연예인으로 사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과 중국 등 부유한 나라의 연예인들은 때로는 자가당착에 빠져 자충수를 두는 바람에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여신으로 추앙받다보니 착각에 빠져 유부남과 사랑하는 것조차 로맨스로 착각하고 그 행동에 당당했다가 추락하는 여자 연예인이나, 웬만한 중소기업 자산같은 화대를 하룻밤에 받아내는 게 자랑거리처럼 도덕성의 해이에 빠진 연예인이 있는 게 해외 부자나라 연예계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그랬다가는 일단 세금 문제가 골치 아프고 도덕적으로 하루 아침에 명예가 땅에 떨어져 연예계에서, 아니 사회에서 매장당한다.
그리고 잘못에 대처하는 방법도 간단하다. 무조건 머리 조아리고 사과하면 된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는 것은 스스로 그 죄를 키워가는 무리수밖에는 안 된다. 억울하고 할 말이 많더라도 무조건 고개를 숙이고 '내 탓이오' 하면 용서받을 수 있다. 아니면 배용준이나 서태지처럼 철저하게 자신의 사생활을 은폐하고 신비주의로 불편하게 살아가든가.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