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어제보다 오늘이 정말 좋아요" [인터뷰]
OSEN 전선하 기자
발행 2013.06.29 08: 33

새 영화 ‘감시자들’(조의석·김병서 감독)의 개봉을 앞둔 배우 한효주에게선 자신감이 묻어났다. 작품을 본 소감을 묻는 질문에 “만족스럽다”는 답을 내놨고, 그래도 아쉬운 장면이 없냐는 물음에 대해선 싱긋 웃으며 “없다”고 말했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았던 지난 겨울 칼바람을 맞으며 영화촬영에 몸을 던졌고, 매일매일 그렇게 전력을 투구했기에 결과물에 대해선 후회하지 않기로 했단다.
어제보다 오늘이, 그리고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는 한효주가 택한 삶을 대하는 태도도 이 같은 마음가짐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다행히 ‘감시자들’은 한효주의 이 같은 말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잘 빠진 영화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VIP 시사회 이후 새벽 늦게까지 이어진 뒤풀이 다음날이었음도 마냥 활기찼던 한효주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군더더기 없이 단단하기 위해 
 
“‘감시자들’이 장르 영화이기 때문에 특별한 감동이나 교훈은 없지만 어쩐지 여운이 남더라고요.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정서가 장르 영화 특유의 단순함을 보완해 준 달까? 모르겠어요, 지금까지 영화를 두 번 봤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느껴졌어요.”
‘감시자들’은 경찰 내 특수조직 감시반이 귀신처럼 범죄조직의 뒤를 쫓는 이야기를 담은 범죄 액션 장르다. 영화는 기교를 부리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뻗어 나가는 단순한 플롯에도 러닝타임 119분 동안 기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참 별 거 아닌 이야기잖아요. 감시로 시작해서 감시로 끝나는데 긴장이 돼요. 어떻게 진행될까 궁금증이 생기고, 잔잔하게 따라가는 데 또 지루하지는 않아요. 제 생각엔 관객들이 보시면서 ‘너무 궁금해!’ 보다는 ‘신선한데?’ 라는 느낌을 받으실 것 같아요. 찍을 땐 잘 몰랐는데 컷들을 다 붙여놓고 보니까 ‘아, 두 분 감독님이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셨구나’ 하고 무릎을 쳤어요. 감독님들께 술 한 잔 사겠다고 문자라도 보내려고요.”
한효주가 영화에서 맡은 역할은 비상한 기억력을 지닌 신참 감시반원 하윤주 캐릭터로, 영화는 윤주의 성장담을 조명한다. 후드티에 야상 점퍼를 걸치고 화장기 없는 맨 얼굴로 화면에 등장하는 한효주는 기존의 단아한 이미지를 벗고 한 치의 오차 없이 움직여야 하는 감시반 신참의 부담과 흥분을 팽팽한 긴장감 속에 담아냈다.
“이번 영화는 연기 호흡이 유독 짧았어요. 행동과 감정 하나하나를 다 끊어서 갔고 짧은 컷을 붙이고 붙여서 완성한 건데 그러다 보니 스피디하게 느껴지는 장점을 갖게 됐지만, 연기하는 저로서는 솔직히 불안했어요. 워낙 짧으니 내가 연기한 걸 확인하는 게 쉽지 않았고, 제대로 가고 있는 건가 의심이 들었죠.”
하윤주라는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서 한효주가 준비한 건 의외로 간단하다. 평소 생활 모습이 “매우 게으르다”는 한효주는 신찬 감시반원의 강단을 풍겨내기 위해 몸 움직임부터 빠릿빠릿하게 바꿨다. 습관대로라면 먹은 음식 그릇 정리는 나중 일이었겠지만 하윤주가 되기 위해 설거지부터 했고, 정리정돈을 했단다. “여리여리한 느낌이 아니라 군더더기 없이 단단한 윤주를 마음에 품다 보니 먹은 그릇을 그냥 둘 수 없었다”는 유쾌하고도 엉뚱한 대답에 웃음보가 터졌다.
한효주가 극중 인물에 진지하게 접근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은 액션신이다. 극중에서 그는 성인 남자 둘을 상대로 맨손 액션을 펼치며 경찰대를 수석졸업하고 감시반에 투입된 에이스의 저력을 드러낸다.
“액션신은 사실 감독님들께 부탁해서 만든 신이에요. 윤주가 절제되고 정적인 인물인 건 맞지만 극중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반장님과 한 번 정도는 크게 갈등을 겪는 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더니 흔쾌히 수락해주셨죠. 무엇보다 저는 윤주가 안 하는 것이지 강한 면도 있다는 걸 드러내고 싶었어요. 대신 중요한 건 여자가 남자 둘을 제압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관객들이 보다가 ‘에이 뭐야’ 하는 감정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모았죠. 그래서 등장한 게 휴대전화에요. 전화기를 야무지게 쥐고 가격하면 아무래도 파괴력이 생기니까요. 작은 소품 덕에 그럴 듯한 장면이 탄생할 수 있었어요.”
◆ 어젠 보다 좋은 오늘, 만족스러운 지금
 
한효주는 지난 3년간을 꾸준히 스크린에서 활동하며 충무로 대표 여배우로 성장하는 중이다. 2011년 개봉한 영화 ‘오직 그대만’을 시작으로 지난해 개봉한 ‘반창꼬’, ‘광해, 왕이 된 남자’까지 한효주가 출연한 영화는 관객들에게 외면당하지 않고 흥행에 성공했다. 연기면에 있어서도 시각장애인 여성부터 자기중심의 극치를 달리는 이기적인 의사, 단아하고 기품 있는 국모 역할을 무리 없이 소화했다. 노력의 산물이겠지만 작품을 보는 눈이 없었다면 얻을 수 없는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나리오의 힘을 믿는 편이에요. 아직은 부족한 배우이기 때문에 제 힘으로 시나리오의 미흡한 점을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시나리오가 힘이 있어야 제가 그 속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죠. 또 연기하는 데 있어 다양한 도전을 요구하는 캐릭터나, 해보지 않았던 인물들에 흥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드라마 ‘찬란한 유산’, ‘동이’ 등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다 스크린 스타로 입지를 다지기까지 작품에 끊임없이 출연해 왔지만, 이젠 속도를 조금 낮추기로 했다. 쉼 없이 달려온 열정이 나쁜 영향으로 돌아오기 전 신중함으로 방향을 바꾸기로 한 거다.
“지금까지는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다양한 선택을 쉬지 않고 했어요. 오래 고민하지 않은 편이었죠. 그래서 다양한 작품들을 짧은 시간 안에 접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스럽게 어떤 작품에 접근해야 하나 신중하게 됐어요. 이것저것 재지 말라고 주변에서 이야기들 해주시는 데 사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지난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통해 1000만 배우가 됐고, 시사회를 통한 ‘감시자들’의 반응 역시 심상치 않다. 기대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기에 한효주의 부담과 고민도 깊어만 간다.
“눈이 흐려질 때가 있죠. 그럴 땐 혼자 결정하기 보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편이에요. 회사에 좋은 매니지먼트 시스템이 있고, 영화계에도 지인들이 생기면서 흔들리거나 고민이 될 땐 자문을 구하고 있어요.”
그는 차기작으로 영화 보단 드라마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엄마 아빠와 할머니까지 TV에 나오는 딸의 모습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끼쳤다.
“영화만 3년을 했고, 그러다 보니 대중에게서 한걸음 물러서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주변분들 중에는 ‘왜 쉬니’ 하시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마음 같아서는 계속 연기하고 싶은데, 쉬는  게 일 하는 데 있어 훨씬 좋을 수도 있다는 걸 요즘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지난 2003년 미스 빙그레 선발대회를 통해 연예계에 입문한 그는 어느새 데뷔 10년을 맞았다. 10대 시절 얼결에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면, 시간과 경력이 쌓인 지금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데뷔 땐 주어진 일과 닥친 상황에 열심을 내는 칭찬 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았죠. 멀리 본다기보다는 코앞에 있는 일을 해내가는 선에 그쳤으니까요. 그러다 일을 해오면서 연기에 대한 욕심이 커졌고 지금은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래도 다행인 건 저는 어제보단 오늘이 좋고, 지금에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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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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