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루키' 이석현이 포항전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이상 인천 유나이티드)은 숨은 공신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지난 29일 오후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 홈경기서 이석현의 2골에 힘입어 황진성이 1골을 만회하는 데 그친 포항 스틸러스를 2-1로 물리쳤다.
인천은 이날 승리로 승점 26점을 기록하며 2위로 뛰어 올랐다. 선두 포항(승점 29)과 격차도 3점으로 좁혔다. 성남전서 완패를 당한 뒤 선두 포항을 상대로 거둔 승리라 더욱 값진 승점 3점이었다.

인천은 시작부터 여러가지 암초를 만났다. 두 베테랑 공격수 설기현과 이천수는 사후징계와 발목 부상으로 결장했다. 부동의 중앙 수비수 이윤표도 경고 누적으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기우였다. 승리의 주역은 따로 있었다. 23살의 푸른 샛별이 포항을 침몰시켰다. 이석현의 오른발이 두 번 번뜩였다. 끈질긴 집중력으로 동점골을 빚어냈고, 환상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27분 디오고의 크로스를 끝까지 따라가 동점골로 연결시킨 이석현은 후반 13분에는 벼락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팽팽한 균형을 깨트렸다. 아크 서클 근처에서 성공시킨 빨랫줄 슈팅은 결국 이날 경기의 결승골이 됐다.
승리의 주역이 이석현이었다면 숨은 공신은 김남일이었다. 이날 승패의 열쇠는 중원 싸움에 있었다. 인천에 '백전노장' 김남일이 버티고 있었다면 포항에는 A대표팀의 샛별 이명주가 허리를 책임졌다.
얄궂은 운명이었다. 둘은 최근 A대표팀에 나란히 승선했다.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3연전을 앞두고 최강희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특히 예선 기간 동안 한 방을 사용하는 등 특별한 연을 맺었다.
하루 아침에 동지에서 적으로 만났다. 경기 초반부터 중원에서 팽팽한 힘겨루기를 했다. 이명주는 힘과 젊음을 앞세워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김남일의 노련미가 빛을 발했다. 이명주의 젊음을 경험으로 잠재웠다. 넓은 시야, 반박자 빠른 커팅, 자로 잰 듯한 패스 등 명불허전의 기량을 선보였다.
김남일은 포항전을 앞두고 이를 악물었다. 동기부여가 남달랐다. 지난 성남전서 패스 미스를 남발하며 대패의 멍에를 썼다. 절치부심했다. 180도 달라졌다. 김남일은 포항의 공격 전개 과정에서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내 흐름을 끊었다. 윤활유와 같은 패스 공급은 덤이었다.
김남일은 김남일이었다. 부진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스포트라이트는 2골을 넣은 후배 이석현에게로 향했지만 김남일의 뒷받침이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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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김남일 / 인천=정송이 기자 ouxou@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