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홀드‘ 류택현, “2013 LG가 2002 보다 강하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07.03 06: 20

LG의 무서운 질주는 26인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모든 선수들의 활약이 있기에 가능했다. 김기태 감독 또한 수훈선수 한두 명을 언급하기 보다는 선수단 전체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기에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올 시즌 LG 야구는 매일 새로운 주인공이 탄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9명의 타자가 20타점 이상을 기록하고 있고,  무려 11명의 투수가 평균자책점 3점대 이하를 찍고 있다. 
물론 최고의 6주(5월 19일부터 6월 30일까지 22승 8패)를 보내는 동안 많은 선수들의 이름이 언급됐다. 주장 이병규를 비롯해 신진세력 김용의와 문선재, 일취월장한 수비력을 뽐내는 오지환, 특급 클로저 봉중근과 필승조를 이루고 있는 이동현 정현욱, 기대 이상의 적응력을 보이고 있는 류제국, 리그 최정상급 에이스투수가 된 레다메스 리즈, 토종 선발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우규민 신정락 등이 2013시즌 달라진 LG의 주역이라 평가받았다.
그리고 이들 외에도 반드시 칭송받아야만 하는 이가 있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리그 최고참 투수 류택현(42)이다. 류택현은 5월 19일 1군 등록 이후 20경기에 출장해 10홀드 평균자책점 0.82 탈삼진 12개 사사구 1개 피안타율 1할9푼5리 WHIP 0.82로 LG 막강 불펜진의 선봉장 역할을 수행 중이다. 직구 구속은 140km가 안 되지만 완벽한 커맨드로 슬라이더와 커브를 섞어 던지며 마운드를 지배한다. 3일 연투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행여 상대가 대타로 우타자를 세워도 결과는 똑같다. 그러면서 류택현은 지난 6월 30일 작년부터 이어온 통산 최다 경기 출장 기록(870경기)과 더불어 통산 최다 홀드 타이 기록인 117홀드를 달성했다.

하지만 류택현의 반응은 덤덤했다. 2일 잠실 한화전이 취소된 후 류택현의 모습은 지난해 통산 최다 경기 출장이라는 훈장을 받았을 때와 마찬가지였다. 이날 웨이트 트레이닝을 마친 후 류택현은 언젠가는 깨질 기록이라면서 기록을 의식하기 보다는 팀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기록을 세운 것은 알고 있는데 크게 의미를 두고 있지는 않다. 어차피 앞으로 누군가가 깨뜨릴 기록 아닌가. 홀드 기록을 세운 것보다는 2군에서 준비 잘해서 1군에 합류한 후 투수진의 공백을 메운 것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사실 시즌 초반부터 (유)원상이와 (정)현욱이가 너무 많이 던졌고 과부하가 왔었다. 누군가가 이들의 몫을 해줘야만 하는 상황이었는데 내가 힘이 되고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 그리고 홀드 기록보다는 볼넷이 없다는 게 더 좋다.”
1군 복귀 후 류택현이 기록한 볼넷은 6월 13일 한화 최진행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의4구가 전부다. 결정구 슬로우 커브에 상대 타자들은 맥없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날카롭게 꺾이는 슬라이더는 내야 땅볼로 이어진다. 그야말로 마운드 위의 장인이다. 불같은 강속구가 없어도 수 싸움으로 상대를 마음껏 요리한다. 류택현은 최근 활약의 비결이 강한 마음가짐이라고 밝혔다.
“마운드 위에서 편안함과 냉정함을 동시에 유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주어진 상황에 맞는 야구를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어느 투수든 1점차 리드시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은 부담스럽다. 안타나 홈런으로 리드를 빼앗길 수 있기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하고 흔들리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상황에서 마운드를 밟더라도 편안하고 냉정하게 던지게 되더라. 그래서 그런지 볼카운트가 몰리는 경우도 거의 없고 볼넷도 안 나오는 듯싶다.”
1994년 두산 전신 OB 입단 후 1999년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류택현은 자신의 최전성기로 2002년을 꼽는다. 당시에도 류택현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LG 철벽 불펜의 중심에 있었고, 장문석 이동현 이상훈과 함께 승리 방정식을 세웠다. 그리고 LG는 당해 중하위권 전력이라는 예상을 뒤집으며 한국시리즈에 진출, 감동의 드라마를 썼다. 류택현은 2002년의 LG와 지금의 LG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2013년 LG의 손을 들었다. 2002년과 비교해 선발진이 안정됐고 수비 또한 지난 몇 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평가였다. 타자들도 꾸준히 역전승을 이뤄내면서 야수진과 투수진 간의 단단한 신뢰가 형성됐다고 덧붙였다. 
“불펜진만 놓고 보면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단순히 한 명씩 비교해 보면 장문석 역할을 정현욱이, 이상훈 역할은 봉중근이 하고 있다. 물론 나와 동현이가 나이가 좀 들긴 했지만 다른 불펜 투수들이 잘 해주고 있으니까 오히려 지금이 더 강한 불펜진이 아닐까. 내 생각에는 내가 LG 유니폼을 입은 이후로는 올해의 LG가 가장 강하다. 2002년 LG도 강하긴 했지만 당시에는 선발진이 약했다. 반면 올해는 선발진이 이닝도 많이 먹고 꾸준하다. 때문에 그 때보다 불펜진의 과부하도 덜하다. 수비 또한 최근 몇 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탄탄하다. (오)지환이가 센터라인의 키플레이어 역할을 잘해주고 있고 (현)재윤이와 (손)주인이 또한 마찬가지다. 이들 중 누가 빠지면 (권)용관이가 메워준다. 수비가 좋으면 투수들에게는 더없이 큰 힘이 된다. 최근 투수진은 뒤지더라도 2점차 이내로만 유지하고 있으면 우리가 이긴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타자들이 역전을 많이 해줬다. 이렇게 선수단 전체에 강한 신뢰가 형성되고 있다.”
 
끝으로 류택현은 개인적 목표에 대해 마지막까지 절체절명의 순간서 자기 역할을 다하는 것을 꼽았다. 개인기록은 중요하지 않고 팀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순간까지 마운드를 지키겠다고 다짐했다.
“팀이 나를 필요로 하는 한 내 역할을 다할 생각이다. 당장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팀이 나를 믿어준다면, 이에 보답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슴 벅찬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타자를 잡고 싶다. 그 무대가 정규시즌 한 경기가 될지, 플레이오프가 될지, 아니면 한국시리즈가 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절체절명의 순간서 나로 인해 팀이 위기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이게 내 프로 생활 마지막 목표다.”
drjose7@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