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스타, 부활과 추락 갈림길 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7.08 10: 40

평소와 같이 해맑은 표정이었다. 별다른 압박감도 없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상황은 그리 편안하지 않다.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할 만하다. 한화 외국인 에이스 데니 바티스타(33)의 다음 등판에 큰 관심이 몰리는 이유다.
바티스타는 류현진이 떠난 한화 마운드의 에이스다. 지난해 중반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올 시즌 성적도 아주 나쁘다고는 볼 수 없다. 15경기에서 5승5패 평균자책점 4.36의 기록이다. 하지만 6월 중순부터 이상징후가 발견되기 시작했다. 바티스타의 가장 큰 무기인 구속이 줄었다. 스피드건에 150㎞를 우습게 찍던 구속이 140㎞대 중·후반으로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2일 대전 NC전에서 최고의 피칭을 보인 이후 하락세다. 바티스타는 당시 8이닝 동안 14개의 탈삼진을 잡으며 외국인 한 경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바티스타는 이날 137개의 공을 던진 것이 논란을 일으켰다. 리그를 통틀어 올 시즌 한 경기 최다 투구수였다. 바티스타는 “별 문제가 없다”라고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었지만 공교롭게도 성적은 그렇지 않았다.

이후 바티스타는 9일 문학 SK전에서 6이닝 4실점,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5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하며 휴식을 주기도 했지만 28일 대전 넥센전에서 2⅔이닝 4실점에 머물렀다. 역시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한화 측에서는 일단 피로에 의한 일시적인 부진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오래간만에 선발 풀타임을 뛰고 있다. 그러다보니 힘이 떨어진 것 같다”라고 했다. 강한 어깨를 가지고 있는 만큼 휴식이 약이 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체력의 문제일 경우 상황은 복잡해진다. 좋을 때의 구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면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바티스타는 전형적인 강속구 투수다.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구속이 생명이다. 그래야 주무기인 빠른 커브도 빛을 발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몇 경기에서는 직구 구속이 떨어지다 보니 변화구도 상대 눈에 잘 들어왔다. 이 상황에서 구속을 되찾기 위해 무리를 할 경우 제구력도 떨어질 수 있다. 모 팀 전력 분석팀 관계자는 “그럴 경우 오히려 투구 밸런스가 흔들려 바티스타의 고질병이 도드라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어깨와 몸 상태에 모든 것이 달렸다. 구단의 바람대로 휴식이 해결해 줄 문제라면 후반기에도 한화의 에이스 몫을 수행할 수 있다. 다행히 휴식 기간도 길었다. 바티스타는 4일과 5일, 그리고 7일 대전 SK전까지 선발로 예고됐으나 경기가 모두 비로 연기되는 바람에 일주일을 푹 쉬었다. 7일 대전 SK전을 앞두고 대나 이브랜드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던 바티스타의 여유가 다음주에도 이어질 수 있을까. 한화의 사활을 쥐고 있는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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