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뿜엔터인먼트' 개그일까, 현실일까?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3.07.11 07: 27

[유진모의 테마토크] 지난 7일 밤 방송된 KBS2'개그콘서트'가 새 코너 '뿜엔터테인먼트'를 공개하며 호평을 얻고 있다. 이 코너는 코너 시청률 2위를 기록하며 향후 '개콘'의 대표 코너를 자리잡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김원효는 뿜엔터테인먼트 대표 역으로 등장했다. 이 기획사 대표 여배우 역으로 등장한 김지민에게 드라마 대본을 내밀며 출연을 종용했고 거만하게 검토하던 김지민은 마치 김원효를 배려라도 해주는 양 출연을 결정지어줬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하게 출연 수락으로 끝난 게 아니라 이 것 저 것 대본 수정을 요구하며 김원효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밤 10시 이후 식사하는 장면이나 실연당하는 신 등은 살찐다는 이유를 들며 대역을 쓰겠다고 우기면서도 흡연 신이나 양다리를 걸쳐 연애하는 장면은 "느낌 아니까. 직접 할게. 잘 살릴 수 있어요"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보라는 이 회사 소속 유명 싱어 송라이터 역할로 등장했다. 세 명의 스태프를 대동한 채 선글래스를 착용하고 들장한 신보라는 유달리 히스테리를 부리며 "내가 답답해 죽어봐야 정신 차리겠어?"라고 스태프들을 윽박질렀고 이에 코디네이터 역의 김혜선은 재빨리 그녀의 선글래스를 벗기고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김준호는 프랑스에서 구해온 명품이라며 기타를 내밀고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 녹음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신보라는 자신과 '깔맞춤'을 해야 한다며 명품 기타에 흰색 스프레이를 거리낌 없이 뿌린 뒤 바쁘다며 녹음을 거부한 채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여장을 하고 중견연기자 사기자 역으로 등장한 김준호는 자신의 무식함이나 주제는 파악하지 못한 채 김원효에게 자꾸 '케어해달라'고 추근거렸고 정작 작품 보다는 프로야구 시구에 욕심을 내며 클라라처럼 몸에 꽉 끼는 의상을 입고 김원효를 난감하게 만들었다.
'개콘'이 무려 14년째 식지 않는 인기를 유지하며 높은 시청률 속에서 화제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원동력을 살펴보면 여러가지로 분석될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풍자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시사풍자에서 단연 돋보이는 '오성과 한음'처럼 '개콘'은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가지 분야에서 다양한 소재를 개그로 승화시켜 시청자들의 배꼽을 자극하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볼 때 '뿜엔터테인먼트'는 '개콘'이 자랑하는 특유의 미덕인 풍자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유달리 돋보이는 것은 자신들 역시 연예인의 한 부류인 개그맨이 동료인 배우와 가수의 연예인병을 꼬집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시청자들은 '뿜엔터테인먼트'를 웃으면서 보고 있지만 연예계의 실상을 알고 난다면 그저 가볍게 웃고 넘어갈 수만은 없을 것이다. 왜냐면 '뿜엔터테인먼트'는 단순한 풍자가 아니라 냉철한 현실의 반영이며 그것은 자기반성인 동시에 같은 연예인끼리도 '레벨의 차이'를 느껴야 하는 이 씁쓸한 현 세태의 조롱이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는 그 일이 좋아서 한가지 우물만 파는 부류고 나머지 하나는 스타가 되고 싶은 부류다. 하지만 오로지 노래나 연기가 좋아 그 일에 매진할지라도 막상 그 전문성으로 인해 스타덤에 오르면 후자의 다수가 범하는 오류의 범주에 속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인격의 평등을 얘기하고 그게 마치 교과서인 양 사람사는 세상에서 통용되지만 실제로 그렇게 모든 사람의 인격과 인권이 평등하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높은 자리에 오르려 하고 돈을 많이 벌려고 하는 게 배 부르고 등 따뜻하게 편하게 살고자 하는 이유도 있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군림하고자 하고 대접받고자 하는 저의가 없다고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지나치게 빗나간 우월감에 사로잡히는 부류 중에서도 앞서가는 직업이 연예스타다. 오죽하면 연예인병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을까?
'개그콘서트'는 일찌기 '최종병기 그녀'에서 주연 여배우의 오만방자한 모습을 충분히 보여준 바 있다. 조금만 힘들어도 못 하겠다고 나자빠지고 자신의 이미지나 외모에 자그마한 지장이 오기만 해도 대역을 요구하며 주저앉는 김희원의 모습에서 대중은 폭소를 터뜨렸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이것은 꽤 씁쓸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게 사실임은 이미 수 없이 증명된 바 있다.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에서는 드라마 '경성의 아침'에 출연한 두 주연배우 강현민(최시원)과 성민아(오지은)는 대본을 놓고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며 작가 이고은(정려원)과 제작자 앤서니김(김명민)을 곤경에 빠뜨린다.
두 사람은 서로 신이 많거니 적거니 하는 것부터 시작해 서로의 이미지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자신의 주제를 넘어서 작가에게 과감한 수정을 요구하는가 하면 이를 받아들여주지 않을 경우 촬영을 거부하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로 한예슬은 KBS2 '스파이명월'이 한창 방영되던 중 촬영을 거부하고 돌연 미국으로 날아가는 드라마 사상 초유의 해프닝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유명스타가 그 이름값에 걸맞은 대우를 받는 것은 합당하다. 연예산업이 우리나라보다 발달하고 훨씬 규모가 큰 할리우드에서는 보통 톱스타라고 하면 최소한 영화 한 편 당 200억 원의 개런티를 받는다. 최정상급 스타인 톰 크루즈의 경우 2000억 원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 제작비 100억 원이 넘으면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분류하니 할리우드 톱스타의 귀하신 몸의 값어치가 어떠한지는 충분히 짐작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출연계약서의 경우 A4 용지 열 장도 안 되지만 할리우드의 경우 책 한 권 분량이다. 그 계약조건에는 해당 배우의 숙소부터 하다못해 촬영장에서 마실 물의 종류까지 정확하게 기재돼 있다. 그만큼 귀하신 몸에 합당한 대우가 보장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연예인의 연예인병이 타당한 걸까? 천만의 말씀이다. 할리우드 배우는 그 몸값 만큼의 값어치를 충분히 할 뿐더러 자신의 책임과 사명에 온힘을 다한다.
촬영장에 늦게 나오는 일이 있을 수 없으며 자신의 사소한 개인사로 인해 촬영에 지장을 주는 일도 없으며 작품의 홍보에 몸을 아끼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한다. 우리나라처럼 지나치리만치 까다롭게 제작사나 홍보대행사를 괴롭히는 경우가 없다.
게다가 할리우드 톱스타의 내한사례에서 보듯 그들은 최소한 대중 앞에서는 겸손하고 작품의 홍보에는 물불을 안 가린다. 물론 작품의 촬영에도 계약 내용대로 충실하며 완성도를 위해 자신을 흔쾌히 희생할 줄 안다.
우리나라의 연예인병이 더욱 큰 문제인 점은 정작 정상급 톱스타는 연예인병 증세를 보이는 경우가 별로 없는데 톱스타도 아닌, 어설픈 연예인이 주제 넘게 연예인병에 쉽게 걸린다는 데 있다.
연예인병은 증세는 심각하지만 치료는 의외로 간단하다. 자기진단과 자각만으로 그 증상을 파악하고 병세를 치유할 수 있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에게 청렴과 결백 그리고 깔끔한 사생활이 요구되는 것은 그들이 국민에 의해 그 자리에 앉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대가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녹을 받으며 국민의 믿음과 지지를 바탕으로 정치로써 나라를 이끌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연예인은 팬들의 지지와 사랑을 바탕으로 그 자리에 올라 분에 넘치는 명예와 부를 누리고 있기 때문에 대중 앞에서는 항상 겸손해야 하고 고마워할 줄 알아야 한다는 아주 간단하고 당연한 진리다. 대중이 없다면 대중문화 컨텐츠나 연예인이 있을 수 없다. 대중의 지지가 없다면 연예인의 인기도 없다. 연예스타는 대중을 밟고 그 위에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중의 논높이 아래 엎드려서 재주를 부려 대중을 즐겁게 해주는 위치다. 그런 가장 기본적인 연예스타의 태생의 본질을 파악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다면 연예병이라는 추접하고 어처구니 없는 몹쓸 병에는 걸리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 병의 창궐을 예방해주는 것은 연예인을 냉철하게 평가하는 대중의 감시와 평가의 눈초리이기도 하다.
[언론인, 칼럼니스트] ybacch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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