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여기까지 오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사태가 날이 갈수록 최악을 거듭하고 있다. 혹시나했던 '귀화선언'은 아니었지만 설마했던 '국가대표 은퇴'가 선수의 입에서 흘러나왔고 사태는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김연경은 15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나는 해외진출이 자유로운 FA신분이다. 흥국생명 배구단, 한국배구연맹, 대한배구협회에 5가지 공개질의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연맹과 협회가 오는 25일까지 답변하지 않을 경우 국가대표 은퇴도 불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법무법인 (유)한별을 통해 발송한 이 질의서에는 KOVO에서 임의탈퇴 공시 혹은 은퇴된 선수가 국가대표로 활동이 가능한지 여부, KOVO 은퇴선수가 외국에서 활동 가능한지 여부, 2012년 7월 페네르바체와 김연경이 계약한 것이 국제배구연맹(FIVB)의 규정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이 담겨져 있다.

현재 대한배구협회는 김연경을 2014 세계여자선수권 예선으로 열리는 오는 9월 아시아 여자선수권에 출전할 19명의 후보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하지만 김연경은 자신을 둘러싼 사태가 마무리되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 더이상 선수생활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국가대표 은퇴'라는 선수로서의 초강수를 꺼내든 셈이다.
김연경은 "배구 연맹과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5일 보낸 질의서에 답변을 해야 한다. 만약 25일까지 답변이 없다면 배구선수로서 한국에서 활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만약 정확한 문제가 없다면 국가대표 은퇴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이제까지 김연경은 팬을 중심으로 심심찮게 제기되어 온 '터키 귀화설', '국가대표 은퇴설' 등을 부정해왔다. 하지만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없는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대표 은퇴'를 비장의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국가대표 은퇴'는 분명 절박함의 표시다. 김연경 측이 얼마나 절박하게 이번 사태를 해결하고 싶어하는지 보여주는 필사적인 카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내놓은 비장의 카드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움직여줄지는 미지수다.
협회 관계자는 "질의서에 대한 부분은 이사회를 거쳐 판단한 후 답변을 줄 예정"이라며 "기자회견이 없었어도 이루어졌을 절차"라며 당혹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협회 차원에서 김연경의 주장을 인정하고 국제이적동의서(ITC)를 발급해주리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
연맹 측도 입장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KOVO 관계자는 "입장변화가 있었다면 진즉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겠느냐"며 "자세한 내용은 관련 부서인 경기운영팀 쪽에서 논의를 해봐야할 듯 하다"고 조심스러운 견해를 보였다.
"모두에게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길 바란다"는 것은 김연경을 비롯해 지금 이 사태를 둘러싼 모두의 뜻일 것이다. 김연경은 김연경대로, 흥국생명은 흥국생명대로, 그리고 KOVO와 대한배구협회는 그들 나름대로 이 사태가 잘 마무리지어지길 바라고 있다.
물론 KOVO 측도 내심 김연경의 '국가대표 은퇴' 선언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국위선양을 해야할 선수고 지금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해야할 선수가 아니라 훈련장에 있어야할 선수라는 것. 이제껏 김연경을 둘러싸고 동정적인 옹호의 시선이 대다수였던 것과 달리, '국가대표 은퇴'라는 민감한 사안이 결부되면서 지켜보던 대중들의 의견도 갈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설프게 봉합하기에 이번 사태는 이미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 '김연경 사태'의 쟁점인 ▲ 임대기간의 FA조건 포함 ▲ 김연경의 FA 신분 여부는 의견이 좁혀지기 어려운 부분이다. 서로의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지금, 모두에게 상처없는 '해피엔딩'을 꿈꾸기는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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