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겠어요. 그냥 안 맞아요”
지난 16일 문학 넥센전을 앞두고 만난 한동민(24, SK)은 풀이 죽어 있었다. 간간히 내리는 빗방울을 말없이 쳐다보던 한동민은 최근 타격감에 대해 묻자 “좀처럼 올라오지 않는다”라고 했다. “잘 맞은 타구가 잡힌다”라는 말에는 그저 웃기만 했다. 어떤 특별한 이유도, 특별한 핑계도 대지 않았다. 그저 “그냥 안 맞는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스스로 답답한 모습이었다.
올 시즌 SK가 발견한 보석 중 하나인 한동민은 5월 중순까지 맹활약을 펼쳤다. SK 중심타선에 자리를 잡으며 타율 2할8푼4리, 6홈런, 28타점을 올렸다. 야수진 세대교체의 기수로 떠오르는 듯 했다. 그러나 불의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5월 25일 잠실 LG전에서 수비 도중 팀 동료 김강민과 부딪히며 오른 무릎 미세 골절 판정을 받았다. 결국 한 달 동안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재활 후 빠른 속도로 1군 엔트리 재진입에 성공했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타격감이 떨어져 있었다. 아직 1군 경험이 많지 않은 한동민은 다시 투수들의 공을 눈에 익혀야 했다. 변화구 대처에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 와중에 타율도 2할6푼대까지 떨어졌다. 자칫 잘못하면 슬럼프가 길어질 수도 있는 위기였다.
그 때 생각한 것이 4월 초반의 부진이었다. 한동민은 4월 타율이 2할3푼2리에 불과했다. 신진급 선수가 겪어야 할 성장통이라고 하지만 꽤 아팠다. 하지만 이후에는 치고 올라갔다. 5월 타율은 3할3푼8리까지 상승했고 19경기에서 16타점을 쓸어 담았다. 한동민은 당시 상황에 대해 “그냥 덤빈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라고 떠올렸다. 그 때의 겁 없는 모습에서 해답을 찾고 싶어 했다. 한동민은 “잘 치고 싶다고 잘 치는 게 아닌 것 같다”라며 마음을 비우겠다고 했다.
다행히 전반기가 끝나기 전 슬럼프 탈출의 계기를 마련했다. 전반기 마지막 경기인 17일 문학 넥센전이었다. 전날까지 저조한 타격감에 고전하던 한동민은 급기야 이날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그러나 3-5로 뒤진 5회 2사 1,3루에서 대타로 등장, 넥센 두 번째 투수 김영민의 투심패스트볼을 잡아당겨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이전 4경기에서 15타수 1안타(.067)의 빈타에 시달렸던 한동민이 쏘아 올린 반전의 한 방이었다.
경계해야 될 타자가 된 한동민은 최근 상대 투수들의 집요한 변화구 승부에 고전했다. 그러다보니 노림수를 제대로 가져가지 못했고 어려운 볼 카운트에 몰리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이 홈런은 김영민의 초구를 공략했다. 한창 좋을 때 보여줬던 한동민의 겁 없는 스윙 그대로였다. 이 홈런이 한동민에게 자신감을 안겨다준 것일까. 한동민은 다음 타석에서도 안타를 신고하며 이날 경기를 2타수 2안타로 마쳤다.
한동민은 “시즌 전까지만 해도 내가 지금 여기(1군)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면서 “마음을 편히 먹고 경기에 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부담을 털고 자신의 스윙을 하다보면 최선의 결과가 나오지 않겠냐는 의미다. 다행히 SK는 박정권이 살아나면서 한동민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한동민으로서는 좀 더 편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한동민의 후반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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